[책&생각] 이슬람 지식여행자를 위한 안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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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나라를 세운 만주족의 만주어가 소멸위기에 놓였듯이 많은 경우 유목민 출신 정복자들은 정주 국가의 문화에 동화돼 자신의 문화와 언어를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사막의 유목민이던 아랍인은 동로마 제국과 페르시아라는 두 거대 제국을 점령하고도 오히려 피정복민을 동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한때 장엄하고 화려하던 문명이 꽃피우던 중동과 이슬람권은 오늘날 독재, 테러리즘, 내전, 만성적인 경제난을 떠올리게 하는 땅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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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무해한 이슬람 이야기
천의 얼굴을 가진 이슬람 문명의 위대한 모험
황의현 지음 l 씨아이알 l 2만원
중동은 어떻게 이슬람과 아랍인의 땅이 되었을까?
청나라를 세운 만주족의 만주어가 소멸위기에 놓였듯이 많은 경우 유목민 출신 정복자들은 정주 국가의 문화에 동화돼 자신의 문화와 언어를 상실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사막의 유목민이던 아랍인은 동로마 제국과 페르시아라는 두 거대 제국을 점령하고도 오히려 피정복민을 동화시키는 데 성공했다. 어떻게 소수였던 아랍인은 지중해 연안과 북아프리카 지역을 지배하고 문화적으로 발전한 피정복자들을 아랍화할 수 있었을까. 한때 장엄하고 화려하던 문명이 꽃피우던 중동과 이슬람권은 오늘날 독재, 테러리즘, 내전, 만성적인 경제난을 떠올리게 하는 땅이 되었다. 왜 이슬람 제국은 무너졌으며, 중세 이슬람권의 놀라운 지적 성취는 과학혁명으로 이어지지 못했을까?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서아시아센터 선임연구원인 지은이는 세계 역사를 바꾸어 놓은 이슬람이라는 종교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그리고 그렇게 탄생한 이슬람 문명이 보여주는 다양한 모습이 무엇인지에 관해 다룬다. 아직 국내에는 널리 알려지지 않은 이슬람의 기원과 형성 과정을 둘러싼 질문과 논의도 흥미롭다. 책은 무슬림과 비무슬림이 탄압과 공존, 적의와 관용을 오가는 복잡한 관계를 맺어왔으며, 오늘날에는 공존을 지향하는 새로운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편견에 매몰된 시선을 돌려 조금만 넓게 바라볼 때 ‘대체로 무해한’ 이슬람의 모습이 보인다는 것이다. 책에서 소개되는 논의 대부분은 서문에서 밝히듯 이미 학계에서 이루어진 것이지만 그 성과와 논의를 독자에게 전달하는 ‘지식소매상’을 자처하는 저자의 노력은 이슬람에 대해 알고 싶은 ‘지식여행자’에게 유용한 안내서가 된다.
박영률 기자 ylp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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