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생각] 서로 달라도 얼마든지 친구가 될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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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 책을 교육의 도구로만 생각해서는 안 되지만, 어린이 책 자체가 교육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는 것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나는 어린이에게 '좋은 것'을 가르쳐주는 책이 좋은 어린이 책이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다른 점은 서로 친구가 되는 데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으며, 함께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지금 어린이에게 가르쳐야 하는 것 아닐까? 이 그림책 덕분에 나도 비로소 생각이 다듬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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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영의 그림책 속 어린이]
우리 집에 놀러 와
엘리자 헐·샐리 리핀 글, 대니얼 그레이 바넷 그림, 김지은 옮김 l 위즈덤하우스(2023)
어린이 책을 교육의 도구로만 생각해서는 안 되지만, 어린이 책 자체가 교육적인 면모를 가지고 있는 것 또한 잊어서는 안 된다. 독자로서 어린이는 책을 매개로 자신과 세상을 알아가기 때문이다. 나는 어린이에게 ‘좋은 것’을 가르쳐주는 책이 좋은 어린이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때 무엇이 ‘좋은 것’인지 먼저 고민하는 게 어른의 몫이다. 분명하고 진실한 것, 지혜롭고 착한 것, 아름다운 것이 좋은 것이다. 이 가치는 사회의 변화에 따라 새로워지기 마련이라서, 결국 어린이 책에는 최신의 좋은 것이 담긴다. 이런 식으로 어린이는 항상 어른보다 앞서간다.
‘우리 집에 놀러 와’를 보고 이 생각에 더욱 확신이 들었다. 이 그림책에 등장하는 일곱 어린이는 장애 당사자이거나 장애인의 가족이다. 장애를 테마로 다루는 것만으로는 새로울 게 없다. 어른의 책이 그랬던 것처럼 오래전에는 장애인을 비극의 주인공이나 동정의 대상으로 그렸다. 사회의 인식이 개선되면서는 ‘장애인도 잘할 수 있는 게 있다’ ‘장애인은 우리(비장애인)하고 똑같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달라졌지만, 여전히 대상화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사람들끼리 서로 존중하는 일은 무엇을 잘하고 못하는 것과 상관이 없다. 그리고 장애인의 조건이 비장애인과 다르다는 점을 정확히 알지 못하면 논의가 뭉뚱그려진다. 우리의 다른 점은 서로 친구가 되는 데 아무런 방해가 되지 않으며, 함께 더 행복한 세상을 만들어갈 수 있다는 것, 그것이 지금 어린이에게 가르쳐야 하는 것 아닐까? 이 그림책 덕분에 나도 비로소 생각이 다듬어졌다.
그림책 속 어린이들은 “우리 집에 놀러 와”라는 초대와 함께 각자의 집에서 할 수 있는 많은 일을 소개한다. 과자를 마음껏 먹고, 춤을 추고, 아늑한 오두막에서 노는 것처럼 평범한 일도 있다. 아빠가 갈고리 손으로 장난감을 만들어준다거나 수어를 포함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것처럼 색다른 일도 있다. 일곱 어린이네 집 어디나 재미있어 보인다. 책에는 나이도 피부색도 신체 조건도 다른 이들이 자연스럽게 그려져 있다. 보는 내내 나의 세상이 넓어지는 것이 기뻤다. 사실 그러느라 한두 장면은 어떤 장애를 표현한 건지 알아보지 못해서, 그러니까 이 집은 비장애인 집인가 싶어서 뒤쪽에 실린 설명을 읽어봐야 했다. 세련되고 섬세한 책이다. 어린이 책을 만들고 읽고 소개해온 사람으로서 나도 꽤 빠르다고 자만했는데, 어린이 책이 나를 앞서가는 것 같아 바짝 긴장되었다. 그림책을 읽으며 계속 ‘좋은 것’을 갱신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장애인들의 정당한 시위를 폭력으로 대하는 사람들, 나와 다른 조건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배제하는 사람들, 평등을 바라는 목소리와 행동을 억압하는 사람들은 뒷걸음질 치고 있다. 눈치를 보거나 외면하면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어도 뒤처지는 건 마찬가지다. 그래서는 어린이를 따라잡을 수 없다. 미래가 어린이 손에 달려 있다는 걸 명심하자.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부지런히 따라가자.
김소영 독서교육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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