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대맛] 생고기째로 공기에 노출 “풍미 최고로” 진공포장해 물속에 풍덩 “육즙 그대로”
드라이에이징
천연효소 영향 고기식감 부드러워져
홍천한우사랑말, 저등급·노산 소 이용
고급육 못지않은 맛에 소비자들 호평
새로운 소득원 발굴로 농가 ‘좋은 일’
웨트에이징
온도 일정하게 유지되는 수조서 숙성
내포농수산물유통센터 내 정육 코너
하나로마트 최초 워터에이징방식 도입
기름기 적고 부드러운 고기 덕에 호응
강원 홍천의 영농조합법인인 홍천한우사랑말은 ‘가심비’ 좋은 드라이에이징 한우를 생산하기로 유명하다. ‘운영비를 제외하곤 이익을 남기지 않는다’는 철학 아래 생산·유통·판매를 모두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가운데서도 2∼3등급 소나 다산우·노산우 등 저능력 한우를 드라이에이징해 새로운 소득원으로 발굴했다. 매일 소 반마리에서 한마리를 꾸준히 작업해야 할 정도로 소비자들은 이곳 드라이에이징 한우를 계속 찾고 있다.
드라이에이징 한우는 어떻게 만드는 걸까? 당일 도축된 소가 육가공센터에 도착하면 일차적으로 부위를 나눈다. 등심·안심·채끝처럼 고기 덩어리가 큰 게 유리하다. 드라이에이징으로 손실되는 양이 적기 때문이다. 손질한 고기를 1차 숙성고에서 20일, 2차 숙성고에서 10일, 마지막으로 3차 숙성고에서 10일 이상 숙성시킨다. 이때 선반에 고기를 올려 낮은 온도에서 관리하고 상황에 따라 바람을 쐐준다. 이를 정형할 때는 마른 겉면과 곰팡이가 슨 속 부분을 제거하고 판매장에 내놓는다. 건조하고 자르는 과정에서 고기 덩어리의 최대 30%가 손실된다.
황유상 담당자는 “1·2·3차 저온 숙성고 온도와 습도를 상황에 맞춰 관리하고, 외부인 출입을 자제해 오염을 최대한 막는 것이 비결”이라며 “척 봤을 때 거부감 없이 느끼도록 손질한다”고 소개했다.
드라이에이징한 고기는 고릿한 블루치즈맛이 나는 걸로 유명하다. 숙성 과정에서 마블링이 안쪽으로 뭉쳐 근내 지방이 기존에 판정받았던 것보다 많아진다는 게 담당자의 설명이다. 2등급 등심 100g당 1만300원(8일 기준)이다. 구워 먹으니 고기가 질기지 않고 입에서 살살 녹는다. 고기에서 나는 치즈맛이 어색하지만 오히려 어린이 소비자들에겐 반응이 좋단다. 2등급 한우인데도 여느 고급 한우고기 못지않다. 숯불에 구워도 환상적이지만, 드라이에징 한우고기는 프라이팬에 구워 먹으면 특히 맛이 좋다. 블루치즈향이 확 살기 때문이다.
황 담당자는 “낮은 등급의 한우를 드라이에이징 하면 농가 입장에선 새로운 소득원을 발굴해서 좋고, 소비자로선 저렴한 가격에 독특한 한우고기를 맛봐서 이득이다”라고 설명했다.
홍천=박준하 기자 june@nongmin.com
육즙을 가득 머금어 탄력이 느껴지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매력적인 워터에이징 쇠고기를 맛보러 충남 예산으로 향했다.
수조 안에 진공 포장된 고기가 있는 걸 본 적 있는가? 이는 워터에이징(Water aging)으로, 웨트에이징(Wet aging)의 일종이다. 웨트에이징은 ‘습식 숙성’이란 뜻으로, 원육을 진공 포장해 0∼5℃에서 숙성시키는 방법을 뜻한다. 겉 부분이 마르는 드라이에이징과 달리 고기를 비닐로 덮은 덕에 촉촉한 상태를 유지하기 때문에 웨트에이징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웨트에이징은 드라이에이징보다 과정이 간단하다. 복잡한 장비 없이 진공 포장기와 냉장고만 있으면 된다. 숙성 후 버려지는 부위도 없다. 집에서도 웨트에이징을 시도해 색다른 고기 맛을 즐길 수 있다. 두께가 두툼한 고기를 구매해 진공 포장한 뒤 일반 냉장고보다 온도가 낮은 김치냉장고에서 2∼3주 보관하면 완성이다.
워터에이징은 냉장고가 아닌 차가운 물이 든 수조에서 진공 포장한 고기를 숙성시키는 방식이다. 워터에이징은 숙성실을 이용해야 하는 웨트에이징이 가진 단점을 보완한다. 숙성실 온도는 문이 열릴 때마다 순간적으로 최대 8℃까지 오르게 된다. 이렇게 되면 고기에도 온도 변화가 생길 수 있어 육즙이 고기 밖으로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수조 에서 숙성시키면 온도가 늘 일정하게 유지된다는 장점이 있다. 또 수압이 고기를 모든 방향에서 눌러주는 것도 육즙 유지에 도움된다.
예산 삽교농협 내포농수산물종합유통센터·로컬푸드직매장 정육 코너에는 커다란 수조가 있다. 물속에는 살아 있는 어패류 대신 10㎏ 가까이 되는 한우 등심 덩어리가 여러개 있다. 이곳에선 2020년 12월부터 농협 하나로마트 최초로 워터에이징 숙성육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1∼2등급 한우 등심을 2℃ 이하의 차가운 물에서 30일간 숙성시킨다. 낮은 온도 때문에 냉각기가 얼 수 있어 수조에 소금을 20㎏ 푼다.
곽민식 축산팀장은 “조합원이 키운 한우 중 플러스 등급이 나오지 않는 것을 소비자에게 맛있게 전달할 방법을 찾다 워터에이징을 시도했다”며 “기름기가 적으면서도 부드러운 식감 덕에 워터에이징 등심을 찾는 고객이 많다”고 밝혔다.
9일 기준 워터에이징 등심은 1등급 100g에 7900원에 판매됐다. 가성비면에서도 빠지는 구석이 없다. 고기를 만져보니 일반 등심보다 탄력이 느껴지면서 육즙을 가득 머금고 있는 듯했다. 불판에 올리자 고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구운 고기는 육질이 연하고 씹을 수록 고소하게 느껴졌다. 30일간의 기다림이 고기 질을 높여 줌이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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