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곤충학자 커플의 환상케미…유쾌한 과학실험 '코코보라'[인터뷰]
대중적이지 않은 생물·과학 상식 흥미롭게 전해
"연극배우와 과학 자문 커뮤니케이터로 만나"
"아직도 모르는 게 많아…배우면서 영상 만든다"
"변수 많은 실험 콘텐츠…공개 못해도 재밌어"
"고래 콘텐츠가 전환점… 채널 방향성 됐다"
"주 시청층 학생…유익하고 건강한 내용 위해 노력"
[서울=뉴시스]권세림 리포터 = 이성을 대표하는 직업인 과학자와 감성을 대표하는 직업인 연기자의 만남.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조합이지만, 전혀 다른 분야인 만큼 함께 했을 때 예상 밖의 결과물이 나오기도 한다.
연기를 전공한 남편 코코(안하빈·31)와 곤충학을 전공한 아내 보라(이보람·29)는 과학과 생물이라는 다소 딱딱할 수 있는 분야를 쉽고 재미있게 소개하는 콘텐츠를 만는다.
무대에 오르는 배우와 자문을 담당하는 과학 커뮤니케이터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현재 유튜브라는 또 다른 무대에서 함께 꿈을 펼치고 있다.
뉴시스는 지난 8일, 익살맞은 연기로 과학 지식을 재밌게 전하는 유튜버 코코와 보라를 만나 유튜브 채널 운영과 진행 중인 콘텐츠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두 사람이 운영 중인 코코보라 채널은 자칫 딱딱하게 느껴질 수 있는 과학이라는 주제를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재미있게 설명하고, 일상에서 생길 수 있는 작은 궁금증들을 해결해주는 실험을 해 나간다.
대왕오징어·바티노무스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생물이나 일반적으로 알기 힘든 재밌는 과학 상식을 콘텐츠로 다룬다.
연극 배우 출신의 코코와 서울대학교 농생명공학부 석사과정생인 보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주최한 연극을 통해 처음 만나 유튜브 채널까지 개설하게 됐다.
코코는 "과학연극이래서 아동극인 줄 알았는데 양자역학에 대해 얘기하는 고난도의 과학연극이더라. 과학 개념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자문해 주시는 과학 커뮤니케이터 중 한 분이 보라였다. 과학 커뮤니케이터와 퍼포머로 처음 만났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사이가)가까워지며 둘이 과학 공연도 기획하고, 처음에는 과학 실험을 기반으로 스토리텔링이 들어간 오프라인 공연을 했다. 그러던 중 보라가 유튜브를 하겠다더라. 보라는 당시 휴학생이었고, 직업이라기보단 과학을 아이들에게 알리고자 하는 마음이었다"라며 "채널을 개설하던 5년 전 당시 유튜브가 뜨고 있었다. 잘된다면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으로 더 많은 분들이 보시겠다 싶어 같이 하자 했다"고 채널 개설 계기를 설명했다.
과학 대중화 활동을 꿈꾸던 보라와 끼를 펼칠 무대를 찾던 코코는 동업자를 넘어 지난 4월 부부로도 발전했다.
코코는 "사실 사귄 지 얼마 안 된 시기에 유튜브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과학에 대해 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고, 연애 중인 것을 밝히면 채널의 본질이 흐려질까 염려되는 마음에 사귀는 것을 공개하지 않았다고.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에 대해 묻자, 코코는 "결혼은 올해 했지만 프러포즈는 2020년 말에 했다. 보라가 공개적인 프러포즈를 받고 싶다고 말한 적이 있었다. 재즈바에서 라이브 공연을 하지 않나. 제가 중학교 때부터 15년간 탭댄스를 했다. 재즈바를 빌려서 라이브 중간 쉬는 시간에 탭댄스를 하면서 프러포즈했다. 당시엔 수입이 많지 않기도 했고, 나이도 어려서 더 만나다가 결혼하게 됐다"고 말했다.
서로 다른 분야를 다루다 보니 부족한 부분은 채워주고, 더 다채로운 영상을 만들 수 있게 됐다.
과학에 대한 관심이 없으면 콘텐츠를 위한 아이디어를 얻기도 쉽지 않을 터. 어렵고 전문적인 내용보다는 흥미롭고 신기한 주제를 선정한다.
코코는 "중학교부터 뮤지컬을 했다. 자연히 과학 쪽엔 관심이 없었다. 과기부 연극을 하면서 과학에 대해 배우다 보니 재밌더라.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닌 과학 자체의 재미를 깨달았다. 지금도 모르는 게 많다. 양자역학 같은 건 어렵다. 배우면서 하는 중이다. 계속 공부하고 팩트체크하며 만든다. 흥미롭고 신기한 거 위주로 하다 보니 재밌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궁금증에 직접 도전해 보는 실험 콘텐츠는 사전 준비도 필수적이다.
실험이라는 특성상 변수가 많다 보니 공개하지 못하는 콘텐츠도 많다. 보라는 "사실 성공한 콘텐츠만 올리고 있다. 한 번 해볼까? 했는데 실패하면 아쉬움이 크다. 미리 해보고 재밌는 것만 전달한다. 실험 자체는 재밌다"고 말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빈대, 공공의 적인 바퀴벌레 등 곤충을 활용한 콘텐츠도 많다.
직접 보고 접촉하며 거부감이 들진 않는지 묻자, 보라는 "코코는 벌레를 무서워하는데 저는 곤충학 전공이다. 해충 방지실험이나 연구를 해서 무서워하지 않는 편이다. 전공인지라 영상 주제도 자꾸 곤충을 다루게 된다. 코코는 쫄보라 바퀴벌레도 무서워하는데 훈련을 하다 보니 잘 잡는다"며 웃었다.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일상에서도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콘텐츠의 검수를 맡고 있는 보라는 "제가 (과학 중에서도) 생물을 제일 좋아한다. 원래 알고 있는 생물이 좀 있고 궁금한 게 많다. 유튜브하고 나서는 주변을 관찰하려고 많이 노력하고, 요즘은 유튜브가 잘 돼 있다 보니 외국 영상도 보면서 우리도 다루면 좋겠다 싶은 것들을 소개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검색, 외신 등 가리지 않고 찾아보며 잘 다뤄지지 않은 주제들을 찾기도 한다.
코코보라의 대표 콘텐츠라 할 수 있는 '해변에서 죽은 고래를 보면 무조건 도망가야 합니다' 영상은 무려 1587만회라는 어마어마한 조회수를 기록했다. 해당 영상은 단순히 조회수뿐 아니라 코코보라 채널의 전환점이 됐다는 점에서 의미를 갖는다.
보라는 "2년 정도 채널을 운영했지만 성과가 별로였다. 전업 유튜버라 걱정이 컸다. (고래) 영상이 터지기 3일 전까지도 채널 접을까 고민했다. 그 영상이 터지면서 힘들었던 시기를 보상받는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과학을 좋아하는 아이들을 중심 타깃으로 채널을 운영하려 했으나 생각보다 파이가 적어 고민이 큰 시기를 겪던 중 고래 영상으로 방향성을 잡을 수 있었다.
코코는 "시청 연령층 높이려는 목적으로 나온 게 고래였다. 고래 영상은 녹음도 여러 번 하고 공들였다. 성인이 볼법한 영상에 대해 고민했다. 근데 올리자마자 며칠 만에 몇백만 회가 나왔다. 이런 적이 처음이라 꿈인가 싶고 좋았다. 지금 올리는 생물 콘텐츠의 기반이 됐다"며 소중함을 드러냈다.
어린 학생들이 주 시청층인 만큼, 콘텐츠를 제작할 때도 유익함이 1순위다.
보라는 "유익하고 누구나 볼 수 있는 콘텐츠를 제작하려 한다. 자극적이지 않고 도움이 될 수 있으려면 교육과 재미, 정보도 확실해야 한다. 올바른 정보와 유익함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교과서 출판사와 협업해서 콘텐츠를 제작하기도 하는 코코보라는 어린 학생들이 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느낄 수 있게, 자극적이기보단 건강한 내용을 담으려 늘 노력한다.
'과학 시험 잘 봤어요', '과학이 너무 재밌어졌어요' 같은 학생들의 댓글은 코코보라의 원동력이다.
한국을 넘어 해외, 특정 국가에서만 할 수 있는 콘텐츠도 많이 하고 싶어 국가별 콘텐츠 리스트까지 정리해놨다는 코코보라는 앞으로도 대중들의 호기심 해결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제작한 영상 내용을 정리한 책 '코코보라2'도 11월 중 출간을 앞두고 있다.
늘 관심과 사랑을 보내주는 구독자들에 대한 인사도 잊지 않았다.
코코는 "항상 과분하게 영상 봐주시고 응원해 주셔서 지금까지 그 힘으로 꾸준히 만들어 온 것 같다. 앞으로도 저희 잊지 않고 많이 사랑해 주시면 좋겠다. 댓글 많이 달아주시면 좋겠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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