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총리 왜 불법이주민을 르완다에 보내려 하나
영국 정부가 영불해협을 건너온 불법 이민자들의 수용소를 아프리카 르완다에 세우겠다는 계획을 추진했다가 사법부에 저지당했다. 영국 대법원은 15일(현지 시각) 불법 이민자들을 르완다로 보내는 정부 계획이 위법이라는 2심의 판결을 그대로 확정했다. 영국으로 탈출해온 이주민을 통째로 다른 나라로 보낸다는 발상은 어디서 나왔을까. 실현 가능한 계획일까.
◇Q1. 영국으로 온 사람을 왜 다른 나라로 보내나
영국 정부는 보수당 소속 보리스 존슨 전 총리 시절인 지난해 4월 이주민을 제3국으로 보낸다는 계획을 결정했다. 자국에 입국한 불법 이주민들을 6400㎞ 떨어진 르완다로 보내는 대신 1억4000만파운드(약 2272억원)를 지급하기로 르완다 정부와 계약을 맺었다. 이 합의에 따르면 불법 이민자들은 르완다에 마련된 수용소에서 난민 심사를 받고, 그곳에서 본국으로 돌아가거나 제3국에 망명 신청을 할 수 있다. 이주민을 다 수용할 수 없지만 비인도적으로 내쫓기도 어렵기에 도출한, 일종의 고육지책이다. 르완다 입장에선 안 쓰는 땅에 수용소를 만들어주고 돈을 벌 수 있다. 지난해 취임한 보수당 소속 리시 수낙 총리는 전 정부의 계획을 이어받았다.
이탈리아 역시 동유럽 국가 알바니아에 수용소를 세우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3국 소환’이 유럽에선 몰려오는 이주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목숨을 걸고 바다를 건너온 불법 이주민들을 또다시 제3국으로 보내버리는 조치가 인권에 반한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Q2. 왜 하필 르완다인가
르완다는 특이한 나라다. 영국의 식민 지배를 받은 적이 없음에도 현재 영연방 소속이다. 2009년에 영연방에 자발적으로 가입한 이후부터 영어를 공용어로 쓰고 있다. 1990~1994년 있었던 내전 이후 완전히 망가진 국가를 재건하는 데 영국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르완다 입장에선 이번이 영국과 더 긴밀한 관계를 맺을 수 있는 기회다.
르완다의 국가 수장은 폴 카가메 대통령으로 2000년부터 지금까지 장기 집권하고 있다. 독재자이지만 세계 최빈국 중 하나였던 르완다의 비약적인 경제 성장과 치안 강화를 이끈 인물로 평가받는다. 르완다는 아프리카의 대표적인 관광 국가로 정국이 안정돼 있다. 영국 정부는 르완다가 안전한 나라이기 때문에 이주민들의 인권을 우려할 필요가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영국 대법원은 카가메 대통령의 독재와 이에 따른 인권 탄압 문제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Q3. 그럼 이제 어떻게 되나
영국 정부 입장에선 진퇴양난인 상황이다. 내년 하반기로 예상되는 총선을 앞두고 이주자 문제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많지만 대법원의 결정을 어길 수도 없기 때문이다. 수낙 총리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하고 “르완다가 ‘안전한 제3국’으로 인정받도록 하는 긴급 법안을 제출할 것이며, 이송된 이들이 르완다에서 추방되지 않도록 법적 보장을 하겠다”고 했다. 긴급 법안은 법안 통과 절차를 이르면 하루 안에 끝내는 특별한 제도다. 대법원이 르완다의 안전을 문제 삼았으니, 법으로 ‘안전하다’라고 못 박은 후 다시 계획을 추진하겠다는 얘기다. 가디언은 하지만 “이주민을 르완다에 전부 보내면 예상보다 훨씬 많은 돈을 르완다에 지불해야 할 수도 있다”라며 “(긴급 법안의) 의회 통과가 어려울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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