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2월 입주 서울 아파트 단지... 전세 물량이 '0건'인 까닭

김동욱 2023. 11. 17.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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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하남시 '더샵하남에피스'는 내년 3월 입주 예정인 980가구 규모 아파트다.

보통 입주 6개월 전부터 인근 중개업소에 전세 물건이 쌓이지만 현재 나온 전세는 13건에 불과하다.

내년 2월 입주하는 서울 강동구 'e편한세상강일어반브릿지'는 전세 물건이 하나도 없다.

반면 비슷한 시기 분양해 내년 1월 입주에 들어가는 강동구 '고덕강일제일풍경채'에선 전체 가구의 3분의 1인 226건이 전세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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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양가상한제 실거주 의무 폐지 공전
실거주 적용 단지 내년 초 속속 입주 
일반분양 당첨자 매매·전세 다 막혀
야당 반대 거세 개정안 통과 미지수
서울 시내 한 부동산중개업소. 연합뉴스

경기 하남시 '더샵하남에피스'는 내년 3월 입주 예정인 980가구 규모 아파트다. 보통 입주 6개월 전부터 인근 중개업소에 전세 물건이 쌓이지만 현재 나온 전세는 13건에 불과하다. 내년 2월 입주하는 서울 강동구 'e편한세상강일어반브릿지'는 전세 물건이 하나도 없다. 반면 비슷한 시기 분양해 내년 1월 입주에 들어가는 강동구 '고덕강일제일풍경채'에선 전체 가구의 3분의 1인 226건이 전세로 나왔다.

강동구와 하남시는 행정구역상 가까운데도 왜 이런 차이가 생긴 걸까. 입주 후 실거주 의무 적용 여부가 가른다. 정부가 연초 공언한 실거주 의무 폐지 방침이 국회에서 막히면서 시장 혼란도 점점 커지고 있다.


실거주 의무 단지 입주 속속

수도권 주요 실거주 의무 단지

국토교통부는 연초 1·3 대책을 통해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아파트에 적용하는 실거주 의무를 주택법 개정으로 없애겠다고 발표했다. 현재 수도권의 실거주 의무 적용 단지는 66곳, 4만4,000가구가량으로 추산된다.

실거주 의무는 이전 정부인 2021년 2월 19일부터 수도권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일반분양 청약에 당첨된 경우 최초 입주일로부터 2~5년 내내 들어가 살도록 한 조치다. 그 기간에 전세를 놓아 잔금을 치르거나 집을 팔아선 안 된다. 몰래 집을 팔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 벌금형, 전세를 주면 300만 원 이하의 과태료 대상이다. 입주가 어려우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 분양가 수준으로 되팔아야 한다. 그래서 실거주 적용 단지에서 나온 전세는 대개 조합원이 내놓은 물량이다.

실거주 의무 단지에 입주가 예정된 일반분양자들이 정부의 폐기 방침을 반기고 기다린 건 어쩌면 당연하다. 문제는 실거주 의무 폐지를 담은 개정안이 10개월 넘게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더구나 2021년 2월 이후 분양한 단지 가운데 입주하는 단지가 속속 나오기 시작하면서 현장 불만도 쌓이고 있다.

사정이 여의치 않은 일반분양 당첨자는 속앓이할 수밖에 없다. e편한세상강일어반브릿지에 당첨된 황모(49)씨는 "직장 때문에 2년 뒤 들어가 살려고 했는데 당장 어떻게 입주를 해야 하는지 막막하다"며 "거주의 자유가 있는 것인데 이를 법이 제한하는 게 타당한가"라고 따졌다.


국회 통과 난망…머리 싸매는 정부

그래픽=신동준 기자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며칠 차이로 의무 여부가 갈렸다는 것이다. 예컨대 서울 강동구 고덕강일제일풍경채, 힐스테이트리슈빌강일 등은 실거주 의무가 적용된 2021년 2월 19일 바로 직전 분양해 내년 초부터 전매가 자유롭다. 당시 이들 단지는 실거주 의무를 피한 마지막 단지라고 널리 홍보됐다. 주무 부처인 국토부는 해당 4만4,000가구가 실거주 의무를 지키고 있는지 일일이 실태 조사를 하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는 입장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이달과 내달 초 국토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를 열어 논의할 예정이지만 통과 가능성은 크지 않다. 법안소위(12명)는 야당 의원이 7명으로 훨씬 많은데, 야당 반대가 거세기 때문이다. 싸게 분양을 받았다면 직접 들어가 살아야지 전세로 잔금을 마련하는 건 최근 문제가 된 갭투자와 다름없다는 것이다.

내달까지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내년 총선 정국을 고려할 때 법 통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국토부는 국회 통과가 좌절되면 내년 입주 단지부터 피해를 보지 않도록 입주 기간을 늘려주는 등의 대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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