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시장 ‘스테디셀러’ 안드레 부처, 곁눈질의 비밀은

김청환 2023. 11. 17.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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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쭉하고 단순한 형상이 '야수파'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1869~1954)의 얼굴 드로잉을 연상케 한다.

기존 국내 미술시장에는 단순화한 사람 형상 등 특정 캐릭터를 연상케 하는 작가의 소형작이 주로 소개돼왔다.

미술시장의 '스테디셀러'인 부처의 곁눈질에는 비밀이 있다.

캐릭터로 인식되는 형상의 오른쪽 곁눈질은 과거를 바라보는 상징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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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개인전, 신작 등 15개작 선봬 
오른쪽 시선은 과거, 왼쪽은 미래 뜻 
“양극단 공존, 아름다움 보전 유토피아”
안드레 부처, 무제(Untitled), 2022. 더페이지 갤러리 제공

길쭉하고 단순한 형상이 ‘야수파’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1869~1954)의 얼굴 드로잉을 연상케 한다. 관람객과 눈길을 마주치지 않는 시선이다. 작가는 빨강, 초록, 파랑 등 빛의 3원색을 주로 쓰지만 작품의 색감은 어두운 톤으로 깊이가 있다. 어린이가 크레파스를 쓴 듯 듬성듬성 흰색이 드러나는 칠이다. 거친 유화의 마티에르(matiereㆍ바탕 재질과 붓놀림, 그림 재료 등이 만들어 내는 재질감)가 느껴진다. 단순한 색감과 배경 분할은 네덜란드 ‘신조형주의’ 화가 피에트 몬드리안(1872~1944)을 닮았다.

독일 표현주의를 계승한 '공상과학 표현주의'(Science-Fiction Expressionism) 화가 안드레 부처(50)의 작품이다. 그의 국내 첫 개인전이 9일부터 서울 성동구 더페이지 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다. 15개 출품작을 통해 그의 예술세계를 폭넓게 접할 수 있다.

500호 크기 ‘무제’(2022)는 전시장에서 존재감을 뽐낸다. 기존 국내 미술시장에는 단순화한 사람 형상 등 특정 캐릭터를 연상케 하는 작가의 소형작이 주로 소개돼왔다. 하지만 이 작품은 작가가 추구하는 ‘SF 표현주의’의 세계를 나타낸 대형작이다.

미술시장의 '스테디셀러'인 부처의 곁눈질에는 비밀이 있다. 캐릭터로 인식되는 형상의 오른쪽 곁눈질은 과거를 바라보는 상징으로 풀이된다. 왼쪽을 바라보는 눈은 이상향(유토피아)을 바라보는 미래지향으로 해석된다.

안드레 부처, 무제(Untitled), 2022. 더페이지 갤러리 제공

이 그림에는 7개 캐릭터가 공존한다. 오른쪽 곁눈질을 하면서도 자애로운 표정으로 인간의 과거를 바라보는 듯한 '여인', 나치 독일의 SS친위대 로고와 에드바르 뭉크(1863~1944)의 '절규하는 사람' 이미지를 섞은 '방랑자'(Wanderer), 눈을 동그랗게 뜬 기괴한 형상으로 나치에 부역한 대기업과 산업화를 상징하는 '프리덴 지멘스'(Frieden Siemens) 등이다. 이채원 더페이지 갤러리 전시팀 담당은 “과거와 미래의 경계에 선 인간의 실존을 의미하는 작품”으로 “양극단이 공존해야 세상과 예술의 아름다움이 보전되고 이것이 그만의 유토피아를 지향하는 과정이란 뜻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구상과 추상의 경계에 있는 그의 작품은 대중성과 깊이를 두루 갖춘 것으로 평가된다. 애니메이션과 같이 친근한 캐릭터를 담은 현대미술이면서도 실존주의 철학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이 미술시장에서 인기를 끄는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한 이유로 볼 수 있다. 부처의 작품은 지난 9월 프리즈서울(FRIEZE SEOUL)·키아프(KIAF)에도 여럿 출품돼 인기를 끌었다.

널리 알려진 그의 전작과 다른 출품작은 더 있다. 강아지 혹은 사람의 얼굴, 귀 혹은 머리카락, 팔, 다리를 연상케 하는 작품(무제, 2023) 등이다. 몸체를 떠올리게 하는 중앙부를 형체를 규정할 수 없는 추상으로 표현했다. 전시는 다음 달 30일까지.

안드레 부처, 무제(Untitled), 2023. 더페이지 갤러리 제공

김청환 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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