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정, 공매도 개선… 개인·기관 차별 폐지
정부와 여당이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지적을 받았던 공매도 제도를 대폭 손질한다. 개인들의 공매도 투자 요건이 외국인·기관과 같아지고, 불법 공매도를 저지른 기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공매도는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다 판 뒤 주가가 떨어지면 싼값에 주식을 되사서 갚아 차익을 남기는 투자 기법이다.
정부와 국민의힘은 16일 시장 전문가들과 협의회를 열고 공매도 제도 개선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지금은 개인 투자자가 공매도 거래를 위해 빌리는 주식 금액의 120% 이상을 담보로 제공해야 하지만 앞으로는 이 비율이 105%로 낮아진다. 현재 기관들이 공매도 거래를 할 때 적용받는 담보 비율을 개인에게도 그대로 적용한 것이다. 당정은 기관의 공매도 주식 상환 기간을 단축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현재 기관들은 공매도 후 주식을 돌려줘야 하는 기간에 별다른 제약이 없다. 하지만 앞으로는 개인 투자자와 마찬가지로 대여 기간을 90일로 정하고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 유의동 정책위의장은 이날 “(공매도 투자에서) 기관과 개인 간 접근성 차이를 개선해 나가야 한다”며 “더 이상 불공정이라는 단어가 언급되지 않도록 근본적 개선책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당정은 외국인과 기관의 불법 ‘무차입 공매도’를 막기 위한 방안도 집중 논의했다. 무차입 공매도란 주식을 빌리지 않은 상태에서 일단 공매도 주문을 넣고, 나중에 빌리는 것을 의미한다. 무차입 공매도는 시장 가격을 왜곡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대부분 나라가 금지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에만 62건의 무차입 공매도 조사가 이뤄졌을 만큼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의 위반 행위가 자주 발생하고 있다. 당정은 이를 막기 위해 기관이 주식 잔고를 전산 관리하는 내부 시스템을 구축하게끔 의무화할 계획이다. 무차입 공매도를 실시간 차단하는 시스템을 만드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이 밖에 당정은 불법 공매도 거래자에 대한 주식 거래 제한, 임원 선임 제한 등 제재 수단을 다양화하고 처벌 수위를 높이기로 했다. 공매도 잔고 공시 기준도 강화(0.5% 이상→0.01% 또는 10억원 이상)한다.
이번 개선안은 공매도 거래에서의 투자자 간 형평성을 맞췄다는 데 의의가 있다. 하지만 일반 주식투자보다 손실 위험이 높은 공매도에 대한 접근성을 무조건 높이는 것이 개인 투자자들을 위한 것인지는 고민해 봐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익명을 요구한 주식시장 전문가는 “기업이나 시장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개인들이 가격 하락에 베팅하는 것은 상당히 위험할 수 있다”며 “공매도 시 개인 투자자 보호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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