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희생 거부 ‘친윤’들, 대통령 주변 모인 이유도 결국 사익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가 16일 “당 대표의 처신은 당 대표가 알아서 할 것”이라고 했다. 당 혁신위가 지도부·중진·친윤 핵심의 불출마 또는 수도권 험지 출마를 요구한 데 대해 사실상 거부 의사를 밝힌 것이다. 김 대표는 인요한 위원장이 “대통령 측으로부터 ‘소신껏 하라’는 신호가 왔다”고 한 데 대해서도 “대통령을 당내 문제와 관련해 언급하지 말라”고 했다. 김 대표는 혁신위 출범 때는 “전권을 주겠다”고 했지만, 혁신위가 자신들의 ‘희생’을 요구하자 즉각 반발하고 있다.
혁신위는 출범 20일이 지나고 세 차례 혁신안을 냈지만 받아들여진 것은 이준석 전 대표와 홍준표 대구시장 징계 취소뿐이다. 불출마 등 ‘희생’ 요구를 따른 사람은 윤석열 후보 수행실장을 지낸 초선 이용 의원 외에 아무도 없다. 친윤 핵심 의원은 버스 92대, 4200여 명을 동원해 보란 듯 지지 모임을 열고 희생 요구를 거부했다. 또 다른 친윤 핵심은 “소는 누가 키우냐”며 기존 지역구에 그대로 출마하겠다고 한다.
국민의힘이 혁신위를 만든 이유는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때문이다. 선거 완패 후 윤 대통령은 낮은 자세로 국민과 소통하겠다고 했다. 그런 뜻으로 만들어진 것이 혁신위다. 하지만 혁신위가 당의 변화를 요구하자 그 대상으로 지목된 사람들은 모두 변화를 거부한다. 이는 사실상 대통령에 대한 반기와도 같다.
혁신위 권고가 모두 옳은 것도 아니고 당사자들의 반발도 전혀 일리가 없지는 않다. 지역구마다 사정이 다를 것이고 어디서 출마할지는 개인의 자유다. 하지만 혁신위가 가는 방향은 대체로 국민의 상식에 부합하고 있다. 유권자들도 그런 움직임에 주목하고 집권당의 변화에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런 상황에서 의원들이 당과 나라의 미래보다 자신의 안위와 기득권 지키기에만 집착한다면 강서구청장 선거 참패로 교훈을 얻은 것은 없고 혁신위 출범도 ‘쇼’를 하려는 것 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 대한민국은 안보·경제 복합 위기 상황이다. 국민을 위해 개혁하고 위기를 극복하려면 집권당이 먼저 희생하고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이런 때 희생을 거부하고 자신의 작은 기득권만 챙긴다면 정부의 성공이 아니라 사익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 주변에 모여든 사람들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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