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도심을 ‘혐오 캠핑장’ 만든 민노총의 일주일 노숙 집회

조선일보 2023. 11. 17. 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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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련성 기자

지난 14일부터 서울 광화문 한복판에서 민노총 노조원들이 밤늦게 광화문 인도에 텐트 20여 개를 설치하고 노숙 집회를 하고 있다. 이 집회가 20일까지 예정돼 있다. 경찰이 노숙 집회 금지 통고를 했지만 이를 허용해달라는 민노총의 신청을 판사가 받아들여 노숙 집회가 가능해진 것이다. 두 달 전 법원이 민노총의 1박 2일 노숙 집회를 허용한 적은 있지만 ‘일주일 노숙 집회’를 통째로 허용한 것은 처음이다. 민노총 건설노조원 5000여 명이 서울 광화문에서 불법 노숙 집회를 하면서 술판을 벌이고 노상 방뇨까지 한 게 6개월 전이다. 그런데도 이번엔 아예 장기 노숙 집회를 허용해 준 것이다.

판사는 “집회를 전면 금지하면 노조가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입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노숙 집회 참가 인원을 100명으로 제한하고, 음주 금지·소음 기준 준수 등 조건을 달았다. 집회가 불법으로 변질되거나 시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이런 조건을 붙였을 것이다. 하지만 마치 캠핌장이 된 것처럼 텐트가 도심 거리를 점거하고 경찰의 집회 관리용 펜스까지 더해지면서 시민들은 불편을 겪을 수밖에 없다.

집회·시위의 자유도 절대적 기본권은 아니고, 시민들의 평온한 일상을 해치는 수준까지 허용할 수는 없다. 그런데도 그동안 판사들은 시민 불편보다 집회 자유를 절대적으로 우선시해왔고, 이제 장기 노숙 집회를 허용하는 상황까지 왔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심야 시간 집회는 집회의 본질과도 맞지 않는 것이다. 집회·시위는 자신들의 의사 표현을 위한 것인데 사람도 별로 없는 심야 시간에 대체 누구를 향해 의사 표현을 한다는 건가. 사람들에게 불편과 고통을 주는 것이 목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으로 자신들의 존재를 각인시키고 원하는 것을 이루려는 것이다. 일종의 폭력이다. 이것은 헌법상 집회 시위의 자유의 본 뜻과는 거리가 있다.

이런 상황까지 온 데는 헌법재판소가 2009년 야간 옥외 집회 금지 조항에 대해 헌법 불합치 결정을 내린 후 후속 입법을 하지 않은 정치권 책임도 크다. 당시 헌재 결정은 집회를 무제한 허용하라는 게 아니었다. ‘해 진 후, 해 뜨기 전’으로 돼 있는 집회 금지 시간이 과도하니 이를 합리적으로 재조정하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정치권이 이를 방치해 집회를 24시간 허용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시위에 관대한 판사들, 정치권의 무책임이 ‘일주일 노숙 집회’라는 현상을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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