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에 벌써 녹아든 케인… ‘시즌 50골’ 대기록 세울까

김민기 기자 2023. 11. 17. 0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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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트넘 공격수로 12년 뛰다 이적
해리 케인. /AP 연합뉴스

2001년, 여덟 살 한 잉글랜드 소년은 프리미어리그(EPL) 명문 아스널 유스팀에 들어갔다. 세계적 스트라이커가 되겠다는 꿈에 불탔지만 실력은 기대 이하였다. 체격이 통통한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결국 구단은 이 소년을 방출하기로 했다. 그러자 이 소년의 아버지는 “골키퍼라도 하면 안 되겠느냐”며 사정했고, 구단은 한 번 더 기회를 줬다. 그러나 이 역시 낙제점을 받았다. 끝내 소년은 아스널 유스팀을 떠나야 했다.

충격적인 방출 통보에도 부자(父子)는 포기하지 않았다. 아버지는 아들에게 “또 해보면 되잖아”라고 말했다. 그러던 3년 뒤 소년은 토트넘 유스팀 입단 제안을 받고 다시 각오를 다진다. 10대 시절 기량과 체격이 성장하면서 스피드를 갖춘 스트라이커로 거듭났다. 그 저변에는 성공을 위한 강한 열망이 있었고, 이 열망은 단점들을 빠르게 보완하는 원동력이 됐다. 득점 본능이 깨어나자 구단은 소년에게 장학금을 줬고, 2011년 18살이 되자 프로 데뷔를 시켰다. 잉글랜드 간판 골잡이 해리 케인(30·바이에른 뮌헨) 이야기다.

케인은 프로 초기 잠깐 임대 시절을 빼고 지난 2022-2023시즌까지 토트넘 유니폼만 입었다. EPL 320경기에 나서 213골을 토트넘에 선물했다. 앨런 시어러(53·은퇴)의 260골에 이어 EPL 역대 2위다. 케인이 시어러의 기록을 넘는 건 시간문제로 보였다. 또 팬들은 손흥민(31·토트넘)과 케인이 선보인 환상적 호흡에 열광했다. 둘은 EPL 역대 최다인 47골(손흥민 24골, 케인 23골)을 합작했다. 하지만 토트넘에서 트로피를 들지 못한 건 세계 정상급 스트라이커에겐 치명적인 ‘옥에 티’였다. 케인은 토트넘을 사랑했지만 결국 그는 EPL 대기록 달성 대신 트로피를 택하고 올 2023-2024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뮌헨 유니폼을 입었다. 토트넘 팬들은 “그간 헌신에 감사하다”고 했다. 케인이 토트넘에 안긴 이적료는 1억400만파운드(약 1675억원)다.

케인은 이제 뮌헨의 전설이 되기 위해 성큼성큼 발을 내딛고 있다. 올 시즌 리그 11경기에 나서 17골을 기록, 득점 선두를 달린다. 해트트릭을 세 번 작성했다. 분데스리가 역대 가장 빠른 득점 속도다. 2019-2020시즌 뮌헨에서 뛰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35·바르셀로나)가 첫 11경기에서 16골을 넣은 게 종전 최다 기록이었다. 레반도프스키는 그 시즌 최종 34골을 넣었다.

이 속도라면 산술적으로 케인은 50골 고지도 밟을 수 있다. 분데스리가는 18팀이 참가, 팀당 34경기를 치른다. 분데스리가 최다 골 기록은 레반도프스키가 갖고 있다. 그는 2020-2021시즌 41골을 넣었다. 유럽 5대 리그(잉글랜드·스페인·이탈리아·독일·프랑스)를 통틀어 리그 50골을 기록한 선수는 리오넬 메시(36·인터 마이애미) 단 한 명. 메시는 바르셀로나에서 뛰던 2011-2012시즌 라 리가(38경기) 50골을 달성했다. 잉글랜드 맨체스터 시티 골잡이 엘링 홀란(23)은 지난 시즌 EPL(38경기) 19경기 만에 25골을 넣으며 50골 작성을 노렸지만 결국 36골로 시즌을 마쳤다.

케인은 골 감각뿐만 아니라 도움·연계 능력으로도 명성이 자자하다. 올 시즌 리그 5도움을 기록, 이 부문 공동 3위에 올라있다. 그가 토트넘에서 손흥민의 골을 도왔던 것처럼, 이번 시즌엔 르노이 사네(27)의 3골을 도왔다. 케인이 사네의 공을 받아 넣은 건 4번으로, 둘은 11경기 7골을 합작했다.

케인은 별도 적응기간 없이 모든 역량을 발산하는 중이다. 팀을 우선하고 동료들과 적극적으로 친분을 쌓는 등 원만한 성품을 갖춰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하고 있다. 골프를 즐기는 케인은 역시 골프광인 동료 토마스 뮐러(34)와 라운딩을 자주 즐기며 우정을 쌓았다. 스포츠 매체 디애슬레틱은 “케인은 토마스 투헬(50) 뮌헨 감독과 전술 논의를 하는 몇 안 되는 선수”라고 전했다. 케인은 평소에는 말이 적지만 필요할 때는 직언을 하며 모든 사람들이 경청한다는 것이다. 또 구단 직원들은 케인을 두고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순하고 털털한 사람”이라고 말한다.

케인이 그라운드 안팎에서 좋은 모습을 이어가긴 하지만 진정한 성공 잣대는 트로피를 얼마나 드느냐에 달렸다. 케인이 뮌헨행을 택한 이유가 ‘무관(無冠)의 제왕’이란 불명예를 떨쳐버리기 위해서였기 때문이다.

뮌헨은 올 시즌 리그 무패(9승2무·승점 29)로 순항 중이지만 선두는 아니다. 레버쿠젠(10승1무·승점 31)에 이어 2위다.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선 조별 리그(A조) 4전 전승으로 16강 토너먼트 진출을 확정했다. 케인은 4경기 4골을 넣었다. 그가 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원하는 트로피를 손에 넣을 수 있을지. 세계 축구 팬들이 관심있게 지켜보는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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