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난장] ‘닥치고 메가시티’ 관전평

최우용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원장 2023. 11. 17.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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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표심 노린 졸속책, 입법 서두를 일 절대 아냐
삶의 질·도시경쟁력 높여 지방 활성화하는 게 먼저
최우용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전 원장

김포를 서울에 편입하는 ‘메가 서울’ 논란이 중반전에 접어들었다. 애초 뜨거운 화제를 양산하던 초기와는 달리 사뭇 가라앉은 분위기다. 아마도 수도권 표심을 노린 총선용 급조 정책이라는 비난 속에, 여당 소속 단체장의 반대가 거세지고, 보수 언론의 비판도 더해진 때문이리라. 그러나 ‘뉴시티 프로젝트 특별위원회’를 설치한 여당은 바로 의원입법 발의를 준비한다고 한다. 이 와중에 박수영 의원은 부산 김해 양산 통합안을 주장하며 ‘메가 부산’ 논의에 불을 지피고 있다. 김해와 양산 국회의원과 단체장은 대체로 통합에 반대하거나 전제를 두고 거리를 유지하고 있는 듯하다.

작금의 메가시티 논쟁을 보면서 두 가지는 지적해 두고 싶다. 먼저, 메가시티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이들이 제시하는 ‘메가시티가 세계적인 추세라는 점’이다. 하지만 이는 잘못된 설명이다. 지금 세계적 추세는 지자체 간 통합을 통한 대도시권의 양적 팽창이 아니라 지역 간의 협력과 연대다.

메가시티를 주장하는 이들이 주로 언급하는 런던 파리 도쿄의 경우도 규모가 커서 세계적 경쟁력을 가지게 된 것이 아니다. 경제 규모, 연구·개발(R&D), 문화·교류, 주거, 환경, 교통·접근성 등 도시 기능과 주민 삶과의 관계를 평가한 결과다. 도시 경쟁력의 핵심은 양적 팽창이 아니라 질적 문제이며, 크기가 아니라 그 안에 어떤 기능을 집중하면서 콤팩트하고 효율적으로 정비해 나갈 것인가의 문제다. 최근 도쿄도는 ‘2040 다기능집약형 도시’를 추구한다는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인구 감소, 저출산, AI 시대를 대비하고 있고, 런던 토론토 등의 도시는 AI 거점도시 육성에 힘을 쏟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연합도시의 대표적 예인 간사이 광역연합도 인근 8개 광역지자체의 연대와 협약 아래 운영되는 형태이지 행정구역 통합의 형태가 아니다. 지역 발전의 모델로 자주 등장하는 독일의 슈투트가르트지역연합(Verband Region Stuttgart)도 마찬가지다. 이 연합은 슈투트가르트시와 인근 5개의 지자체를 합친 총 6개의 광역지자체로 구성되고, 이에 속하는 기초지자체는 무려 179개에 이른다. 이처럼 세계의 도시는 메가시티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 간 연합과 연계를 통해 지역의 특수성과 정체성을 살리면서 함께 성장해 나갈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지적하고 싶은 것은 행정구역체계 개편의 어려움이다. 서울에 김포를 편입하려면 지방자치법 제5조의 규정에 따라 관계 지방의회 의견을 듣거나 주민투표를 거쳐야 한다. 김포시뿐만 아니라 서울시와 경기도의 의견도 들어야 한다. 서병수 시장 시절, 부산 원도심 4개 자치구 통합을 추진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는 지역 정치인의 격한 반대로 좌초됐다. 이처럼 행정통합은 통합으로 없어질 지자체 단체장과 지방의원의 이해 관계, 선거구 획정 등과 관련돼 있어 정치인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문제다. 정치적 문제가 해결되더라도 지자체 통합을 위한 법률을 제정해야 한다. 이처럼 통합의 여정은 만만치 않다. 당장 해결될 듯한 분위기일지라도 실상은 해결하기 힘든 문제다.

메가시티 논쟁을 보면서 여러 번 놀랐다. 그 흔한 용역보고서나 여론조사 한번 없이 이 중요한 정책을 발표하는 것에 놀라고, 발표 당사자가 지역소멸의 현장을 목격한 단체장 출신이라는 점에 놀라고, 부울경 메가시티의 좌초를 좌시하며 수수방관하던 이들의 말이 메가시티 찬성으로 급변한 것에 놀랐다. 이들에게 묻고 싶다. 과연 고령화와 인구절벽의 시기에 서울 확장과 지역거점 메가시티가 동시에 가능한 것인지. 물론 풍부한 재원과 지속적 인구의 공급이 된다면 가능하겠지만 작금은 지방소멸의 시기이다. 서울의 ‘묻지마 확장’은 결국 대한민국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고, 지방소멸은 더욱 가속화될 것임은 자명하다.

일본 NHK에 따르면, 일본 규슈의 쿠마모토시는 지금 대만 TSMC 반도체 공장의 유치로 100년 만의 특수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내년 연말 양산을 목표로 한 공장이 완공되면 10년간 약 6조8000억 엔(한화 약 58조 8700억 원)의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한다. 특수 효과에 지역은 즐거운 비명이다. 일본 경제에도 희망을 불어넣고 있다. 구마모토시는 국가와 지자체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닥치고 서울 팽창이나, 전국의 메가시티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수도권의 내실 있는 질적 성장은 추구하되 고령화와 저출산을 예방하고 지방소멸을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인 지방 활성화 대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지방소멸의 위기 속에서 일자리를 찾아 수도권으로 이주해야 하는 지역 청년들의 한숨과 절망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들의 한숨과 절망은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정치와 행정의 잘못, 그리고 기성세대의 잘못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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