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은 착취의 산물…쇼핑을 줄여야 지구가 산다

박현주 책칼럼니스트 2023. 11. 1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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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가을이 금방이라도 물러가고 겨울이 올 것 같다.

패딩과 두꺼운 옷을 옷장에서 전진 배치할 시기이다.

그럴 때 "이 옷은 유행이 지난 것 같은데?" "새로운 디자인의 옷을 살까?" 고민도 한다.

성장기를 한참 벗어나 사이즈 변화가 크지 않은 성인의 경우 정말 이렇게 많은 옷이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 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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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 이소연 지음 /돌고래 /1만7000원

- 저자 5년째 제로웨이스트 실천
- 개도국에 떠넘긴 의류폐기물 등
- 생산·유통·폐기 과정 해악 고발
- 정리 팁 등 노하우도 두루 담겨

짧은 가을이 금방이라도 물러가고 겨울이 올 것 같다. 패딩과 두꺼운 옷을 옷장에서 전진 배치할 시기이다. 그럴 때 “이 옷은 유행이 지난 것 같은데?” “새로운 디자인의 옷을 살까?” 고민도 한다. 늘 반복되는 상황이다. 성장기를 한참 벗어나 사이즈 변화가 크지 않은 성인의 경우 정말 이렇게 많은 옷이 필요한 것인지 생각해 볼 문제다.

다양한 옷을 나타낸 그림.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는 옷을 중심으로 생태와 환경을 고민하고 실천 방법을 제시한다.


2019년부터 새 옷을 사지 않고 5년째 제로웨이스트 의생활을 몸소 실천하며 해양환경단체 시셰퍼드 코리아에서도 활동 중인 이소연 저자는 책 제목을 아예 ‘옷을 사지 않기로 했습니다’로 정했다. 저자는 기후위기, 그린워싱, 패스트패션의 허와 실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슬플 때는 슬퍼서, 기쁠 때는 기뻐서 옷을 샀다. 하지만 쇼핑센터에서 새 옷을 사 들고 집에 돌아와도 옷장 앞에 서면 나는 늘 작아졌고 불안했고 불행했다. 거울 앞에서 새 옷을 입은 내 모습을 둘러보는 순간에도 트렌드는 시시각각 바뀌고 있었다.

새 옷에 만족하는 유효기간은 턱없이 짧았다. 어쩌면 옷이 많을수록 더 화가 났는지도 모른다. 옷이 이렇게 많은데 입을 옷은 없다니? 쇼핑은 일상적이고 보편적인 방식으로 내 삶을 고립시켰다.” 20대 내내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옷을 사 모으던 저자는 어느 날 해외의 패스트패션 매장을 방문했다가 충격과 의아함을 느낀다. “마음에 쏙 드는 패딩을 하나 발견했다. 부드러운 솜털과 깃이 가득한 패딩. 가격표를 뒤집어 확인해 보니 1.5달러였다. 우리나라 돈으로 2000원도 안 되는 가격이었다.(……) 넌 어떻게 지하철 요금보다 싼값으로 여기에 온 거니? 이게 가능한가?”

그는 이 사건을 계기로 새 옷 사기를 그만두기로 결심하고, 패션이라는 명분하에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착취적 현실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이 책은 원자재 제조 단계부터 의류 생산 현장에서 발생하는 다종다양한 해악을 독자들 앞에 하나씩 펼쳐놓는다. 저자는 패션업계에 종사하는 이들을 인터뷰하고, 기업 및 단체에서 발표한 각종 자료와 보고서를 분석하고, 제로웨이스트와 재사용에 관한 참고서적을 읽으며 5년간 패션업계 안팎을 폭넓게 조사했다. 패션업계가 왜 속도와 물량 경쟁에 골몰할 수밖에 없는지, 패션업계와 물류업계가 어떻게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지, 비서구 개발도상국으로 떠넘긴 의류 폐기물이 어떻게 그곳의 환경과 사회를 파괴하는지, 패션 플랫폼이 어떻게 이 비정상적인 생산과 유통을 더 극단적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는지 등 옷이 생산·유통·폐기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갖가지 악영향을 여과 없이 고발한다.

제로웨이스트 의생활 실천을 위한 노하우도 두루 담겨 있다. 신제품 구매 없이도 옷장에 변주를 줄 수 있는 방식, 불필요한 소비를 막기 위한 정리 팁, 더는 손이 가지 않는 옷을 진정 친환경적으로 정리하는 방법 등이 구체적으로 담겨 있어 독자들이 실생활에 직접 참고하고 응용할 수 있다. 또 중고 의류 교환을 도와주는 공간과 매장 등 제로웨이스트 의생활 관련 정보도 수록했다. 스타일과 환경 보호를 나란히 추구하려는 마음을 가진 사람이라면 거창한 결심이나 배경지식 없이도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옷은 해마다 1000억 벌 이상 만들어지고 330억 벌씩 버려진다. 생산하는 옷도, 출시되자마자 버려지는 옷도 이렇게나 많은데, 패스트패션 업계에서 이 문제를 외면한 채 ‘친환경’을 입에 올리는 건 어불성설이다. 생산 과정에서 원단 하나만 바꿨을 뿐 그렇게 만들어진 옷의 생애가 달라지는 건 아니다. 싼값에 팔려 옷장에 머물다가, 한 계절이 지나면 금세 버려져 소각장이나 개발도상국의 강산에 쌓이는 옷의 슬픈 여정은 매한가지다.” 패스트패션에 휘둘리고 있는 현실을 돌아보게 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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