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69] 대중운동의 망령
조그만 아치형 다리에, 아담한 하천이 흐르는 곳. 중국에선 흔히 성어 식으로 ‘소교류수(小橋流水)’라고 적는다. 그런 풍경을 지닌 곳의 일반적인 표현일 수 있지만, 물길에 조그만 교량이 퍽 발달한 중국 강남(江南)을 오로지 일컫기도 한다.
그곳을 배편으로 지났던 옛 시인의 시가 퍽 유명하다. “달 지고 까마귀 우니 서리 찬 하늘이라(月落烏啼霜滿天)”로 시작하는 ‘풍교야박(楓橋夜泊)’이다. 전란을 피해 강남을 떠돌았던 시인이 밤중에 잠을 못 이루며 객수(客愁)를 달래는 내용이다.
강가에 선 단풍나무, 고기잡이배에 켜진 등불, 문득 느껴지는 만리타향, 컴컴한 밤중에 뱃전으로 날아드는 한산사(寒山寺) 종소리…. 마치 수채화처럼 담담하게 펼쳐지는 정경이다. 당나라 시인 장계(張繼)의 절창(絶唱)이다.
시 제목의 ‘풍교’는 단풍나무와 함께 있는 교량을 지칭하나, 현대 중국에서는 전혀 다른 뜻으로도 쓰인다. 1960년대 초반 군중을 동원한 대규모 정치운동을 가리킨다. 군중이 군중의 문제를 직접 해결한다는 명목 아래 벌어진 운동이다.
저장(浙江)의 ‘풍교’라는 지역에서 벌어진 이 운동은 지역 주민들이 자체적으로 옛 잔재들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펼쳐졌다. 그러나 계급투쟁의 혹독한 틀을 유지했고, 무분별한 인민재판(人民裁判)의 운동방식을 따라 해 문제였다.
중국 공산당은 당시의 이 흐름을 ‘풍교경험(楓橋經驗)’이라고 규정한 뒤 필요할 경우에 마치 전가의 보도처럼 꺼내 쓰고는 했다. 개혁·개방 시기에는 자취를 감췄다가 요즘 공식 기념행사 등이 열리며 다시 각광을 받는다.
혹독한 계급투쟁으로 이어져 무수한 지식인을 죽게 했던 문화대혁명의 사실상 첫 단초가 이 ‘풍교경험’이다. 공산당 지도부가 망령(亡靈)과도 같은 이 불길한 대중운동을 다시 소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중국의 뒷걸음질이 한국 의회정치의 퇴행만큼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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