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새 2억 뚝…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 꺾였다

정순우 기자 2023. 11. 17.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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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후 집값 전망은 엇갈려

지난 3일 서울 강동구 고덕아르테온 84㎡ 아파트가 14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 9월 이 단지 같은 평형 아파트가 16억8000만원에 팔렸는데, 두 달도 채 안 돼 2억원 넘게 하락한 것이다. 인근의 한 공인중개사는 “가격을 이전보다 내린 아파트만 거래되고, 호가를 유지하는 매물엔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올해 들어 반등하던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최근 들어 주춤하고 있다. 월간 실거래가 지수 통계는 10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고, 주간 단위 집계 집값 통계도 상승 폭이 줄어드는 추세가 확연하다. 상반기 일시적으로 소폭 하락하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최근 다시 오르고, 경기(景氣) 불확실성으로 주택 매매 수요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상승세가 둔화된 집값이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최근 전셋값 상승과 분양가 급등으로 집값이 더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는 반면, 고금리를 견디지 못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족’이 집을 내놓으면 집값 하락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래픽=박상훈

◇서울 아파트값 10개월 만에 하락

최근 나오는 부동산 통계를 보면, 올해 들어 줄곧 오르던 집값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은 분명해 보인다. 15일 한국부동산원이 공개한 실거래가지수 통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지수는 1.05% 상승하며 전월(1.23%) 대비 상승 폭이 줄었다. 10월 실거래가지수 잠정치는 오히려 0.45% 하락했다. 신고 기간(계약 후 2개월)이 남은 상태로 집계된 통계여서 확정값은 아니지만, 올해 1월(1.1%) 이후 10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선 것이다.

주간 통계에서도 집값 상승세는 확연히 꺾였다. 이번 주(13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폭(0.05%)은 한 달 전(0.09%)의 절반 수준이다. 노원(-0.01%), 강북(-0.01%), 구로(-0.02%) 등은 하락했다.

최근 실거래 가격이 하락하는 아파트 단지도 잇따르고 있다. 서울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84㎡는 이달 12일 20억원에 거래되며 지난달 거래가(21억3000만원) 대비 1억원 넘게 떨어졌다. 서울 노원구 상계주공6단지 59㎡도 지난 여름엔 7억~8억원에 거래됐지만, 지난달엔 6억2700만원까지 하락했다.

부동산 시장 활력을 보여주는 지표인 거래량도 부진하다. 부동산 정보업체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지난 9월 전국 부동산 거래량은 7만8921건으로 한 달 전(8만7192건) 대비 9.5% 줄었다. 지난 1월(5만9310건) 이후 가장 적은 거래량이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지난 9월 3369건에서 10월엔 2053건으로 감소했다.

거래가 줄어들고 있지만 집주인이 내놓은 서울의 아파트 매물은 7월 초 6만5317건에서 최근 7만8670건으로 20% 늘었다. 집주인들은 아파트 값을 낮추지 않는 반면, 수요자들은 집값이 더 떨어지기를 기다리며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는 것이다.

그래픽=박상훈

◇집값 2차 하락 올까… 엇갈리는 전망

올해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 것은 지난해 아파트 가격이 급락한 데 따른 저가 매수세가 유입된 데다, 9억원 이하 집을 살 경우 낮은 금리로 대출해주는 특례보금자리론이 시행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초 대비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가 13% 넘게 오르면서 ‘가격이 오를 만큼 올랐다’는 심리가 확산되고, 지난 9월 말 6억원 넘는 집에 대한 특례보금자리론도 중단되면서 수요가 위축되고 있다.

전문가들도 현재 집값 상승의 동력이 떨어진 데에는 대부분 동의한다. 하지만 앞으로 집값이 본격적으로 하락세로 돌아설지, 일시적인 정체 이후 다시 상승할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린다. 백광제 교보증권 연구원은 “고금리 상태가 장기화하고 부동산 자산의 수익률이 떨어진 것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현재 가격 대비 최대 30% 수준의 집값 추가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반면 전셋값이 계속 오르고, 분양가격이 급등하는 것을 감안하면 집값이 더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연구위원은 “분양가격이 계속 오르면 기존 아파트값도 덩달아 오를 수밖에 없다”며 “전셋값 상승으로 전세 대신 매수에 나서는 실수요자가 늘면, 집값 추가 하락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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