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개월만에 800만 봉지 팔린 먹태깡, 농심 ‘이 회의’에서 나왔다
팀장·평사원 등 팀 구성해 발표
MZ 의견 마케팅 반영 창구 역할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선 갈수록 ‘불만두’ ‘불버거’ ‘불닭’처럼 더 매운 맛이 인기입니다. 신라면도 이젠 한 단계 더 매운 맛을 내놓을 때가 됐다고 생각합니다.”
작년 6월 열렸던 농심의 신제품 개발 회의인 이른바 ‘씨알 회의’. 농심 신동원 회장이 직접 주재하는 아이디어 회의다. 이 회의에 들어온 한 20대 연구원이 이 같은 의견을 내놓자, 신 회장은 “좋은 아이디어”라면서 “맛의 기본기를 지키면서 매운맛을 내는 라면을 만들어보면 좋겠다”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기존 신라면보다 스코빌 지수를 2배가량 높여 매운 맛을 강화한 신제품 ‘신라면 더 레드’가 나오게 된 배경이다. ‘신라면 더 레드’는 지난 8월 한정판으로 출시돼 80일 만에 1500만 봉지가 팔렸다. 오는 20일 정식으로 출시된다.
농심의 ‘이색 신제품 회의’는 2008년부터 당시 부회장이던 신동원 농심 현 회장이 한 달에 두 번씩 직접 열어왔다. 보통 회장이나 부회장이 주재하는 회의엔 임원급만 참석하지만, 이 회의는 팀장·대리·평사원까지 각각 팀을 짜서 직접 프레젠테이션을 하면서 신제품 아이디어를 발표한다. 매번 참석하는 인원은 30여 명 정도. 보통 2시간 사이에 4~5가지 아이디어가 발표된다. 회장 취임 후에도 신 회장은 씨알 회의를 직접 진행해 왔다. 농심 관계자는 “신 회장이 젊은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직접 듣는 것을 무척 중요하게 생각하는 만큼, 씨알 회의를 무엇보다 중요하게 챙긴다”고 말했다.
MZ 직원들의 아이디어를 직접 듣기 위해 신 회장은 부회장 시절부터인 2018년부터는 소위 ‘챌린지 페어’를 진행해 왔다. 연구원 200여 명이 모여 각기 팀을 짜서 신제품을 위한 아이디어를 발표하고, 시식 행사도 진행하는 사내 행사다. 최근 출시 4개월만에 누적 판매량 800만 봉지를 돌파한 신제품 과자 ‘먹태깡’의 아이디어도 이 ‘챌린지 페어’에서 나왔다. 한 대리급 연구원이 “요즘 젊은 소비자들 사이에서 안주로 먹태를 먹는 것이 인기”라고 발표했고, 이를 들은 신 회장이 “한번 제품으로 만들어보자”고 주문했다는 것이다. 이후 1년 동안 신 회장과 연구원들이 과자에 짭짤한 맛을 더하고 청양고추의 뒷맛을 넣는 식으로 맛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제품을 개발해 ‘먹태깡’을 만들었다.
지난달 신라면 건면 포장지에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의 그림 ‘한 다발’을 입힌 한정판 제품을 출시한 것, 농심 40주년 기념을 기념하기 위해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와 서울 지역 대학교 10여 곳에서 안성탕면 관련 전시를 보여주는 팝업 스토어를 여는 행사를 벌인 것도 ‘씨알 회의’에서 나온 20~30대 젊은 직원들의 의견을 적극 반영한 결과다.
농심 관계자는 “젊은 직원 의견을 최대한 듣고 이를 제품과 마케팅에 직접 반영하는 새로운 회의 방식이 뜻밖의 히트 상품을 낳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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