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광장]자유인
한 노스님이 동자승에게 마당에 큰 동그라미를 그리라고 해서 동자승이 동그라미를 그렸다. 그러자 노스님은 동자에게 너는 동그라미 안에 있어도 안 되고 동그라미 밖에 있어도 안 된다. 어떻게 할 테냐. 하니 한동안 고민하던 동자승은 자신이 그린 동그라미를 발로 쓱쓱 문질러 지웠다. 이 일화는 선불교에서는 유명한 화두다. 이 일화가 말하는 것은 관념이 가진 함정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인간은 스스로 만든 함정에 스스로 들어가 고통받는 경우가 많다. 좋은 것, 싫은 것, 선과 악, 더럽고 깨끗함, 빈부귀천 등 이런 수많은 분별에 갇혀 그 속에서 환희하고 좌절한다. 세상에서는 내 마음대로 하는 것을 자유라고 여기지만 수행자들은 내 마음으로부터 자유를 꿈꾼다. 그들은 대체로 통장에 찍힌 잔고의 액수로 마음에 평안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일순간 전 재산이 사라지더라도 마음에 흔들림이 없는 것을 추구한다.
대단한 권력자 앞에서 자신의 이익을 탐내는 것이 아니라 그런 이들도 같은 사람으로 여기고 존중할 뿐 비굴해지지 않는 것을 추구한다. 또한 사람들이 자신을 칭찬하는 것을 즐기는 것이 아니라 그들의 칭찬에 마음이 우쭐해지는 것을 꺼린다. 그들은 재산이 많아도 가난한 이를 존중하고 지위가 낮은 이와도 친구가 될 수 있으며 어떤 이라도 편견 없이 대한다. 그래서 그들은 자유롭다. 세상의 그물에 걸리지 않으며 그물 속 사람들과 함께하지만 그 속에 물들지 않고 그들의 안녕을 바란다.
이런 것들을 보배로 여기고 살아가는 사람은 좌절하거나 비관하지 않으며 교만하거나 괄시하지 않는다. 주변에 이런 사람이 있다면 능히 친구로 삼을 만하다. 혹시 그런 친구가 없다면 내가 누군가에게 그런 친구가 돼주면 더욱 좋을 것이다. 큰 집에 가득 채운 보물이라도 죽은 후에는 쓸모가 없어지고 대단한 권력을 가졌더라도 역시 죽은 이는 내려놓을 수밖에 없다.
저런 무상한 것을 넘어 일생을 두고 추구해야 할 가치는 무엇일까. 그것은 '자유'가 아닐까. 세상에 순응하며 열심히 살아가지만 세상에 구속되지 않는 중도적 자유면 좋겠다. 하지만 인간은 마음에 구속돼 끊임없이 마음에 끌려다니기에 자유롭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수행자들은 마음을 관찰하는 것으로 수행의 첫걸음을 내딛는다. 마음에서 일어나는 온갖 욕심이나 분노와 집착을 분별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바라본다. 마음이 일어나서 변화하고 소멸하는 과정을 관찰해가면 그 마음이 머물 수 없으며 결국 소멸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순간순간 일어나는 마음에 지나치게 끌려다니지 않게 된다.
그렇게 마음으로부터 자유를 경험하면 자유인의 길을 가게 된다. 때로는 자신이 진실이라 믿고 있던 관념이 크게 깨지는 경험도 하게 된다. 그들도 또한 세상에 절대적인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고 마음속에 그려놓은 동그라미들로부터 자유로워진다. 그런 자유인이라면 과거의 고통과 상처들도 스스로 치유하며 어떤 일이 닥치더라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수행이라는 것은 세상을 떠나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세상을 더욱 잘 살아가기 위해서 하는 것이다.
자신의 몸을 가꾸기 위해 열심히 금식하고 운동하는 만큼 자신 내면의 자유를 위해 시간을 투자한다면 세상이 조금 더 여유로워질 것이다. 세계적인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명상을 권장하는 이유 또한 직원들의 능력을 향상하기 위해서다. 스트레스를 극복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데 명상이 탁월한 효과를 발휘한다. 지나간 스트레스에 구속되지 않는 자유와 관념에 갇히지 않은 자유로운 아이디어가 경쟁력이 되는 시대다. 세상과 마음의 굴레에서 벗어나 고요한 시간을 가져본다면 행복을 좇아 이리저리 다니지 않고도 진정한 행복을 경험하게 된다. 그러한 행복이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며 어떤 어려움도 극복하는 용기를 내게 한다. 그렇게 그 사람은 자유인이 된다.
혜원 대한불교조계종 조계사 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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