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의대 증원, 필수의료 살릴 초석이 되려면

천은미 이대 의대 호흡기내과 교수

필수의료 문제의 해결방안으로 의대증원이 구체화하면서 의과대학들은 현재 정원의 2~3배까지 확대를 요구한다. 수도권 대형병원들의 수련 여건은 지방 의대생들이 전공의 과정을 서울에서 받기 위해 지방병원을 이탈하는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다. 지방병원에서도 수준 높은 의료혜택을 볼 수 있었던 것은 필수의료진이 짧은 시간에 많은 환자를 보는 방식으로 의료를 힘들게 지탱했기 때문이었으나 전공의뿐 아니라 숙련된 필수의료진까지 블랙홀처럼 흡수하면서 도미노 현상으로 지역 환자들이 서울의 대형병원에 집중되면서 지방의료가 급속히 붕괴되고 있다.

최근에는 기초적인 임상수련 과정도 없이 의사면허만으로도 진료가 가능한 피부미용과 비급여 진료가 개원가를 중심으로 급성장하면서 삶의 질이 낮은 필수진료과는 의료진 부족으로 심각한 지방의료 붕괴를 초래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지방 인재비율 확대로 고향에 정착할 의료진을 양성해 필수의료진의 수도권 이탈을 억제하고 지방병원에는 재정지원을 통해 수도권과의 의료수준 격차를 줄이는 노력이 지방병원의 쇠퇴를 보완할 수 있는 실현 가능한 정책이라 생각한다. 일부에서 주장하는 무조건적 의대증원을 통한 낙수효과로 필수의료진을 보충하려는 전략의 궁극적인 피해는 환자들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국민들과 의과대학들의 증원요구를 충족하면서도 미래의 국민부담으로 돌아가는 의료비 상승을 초래하지 않는 합리적인 의대증원 전략으로 필수의료와 지방의료를 개선할 수 있는 해법이 필요하다.

현 의료체계에선 의사 수를 늘리면 피부미용 쪽에 지원자가 몰리므로 의료비만 상승한다는 문제제기가 있다. 실제적으로 일반인을 대상으로 피부미용 등의 비필수과로 개원하는 비율이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것은 환자의 피해와 의료비 낭비를 초래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해외와 달리 임상수련 경험 없이도 의사면허만으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의대졸업 후 1~2년의 의무적인 임상수련 과정을 거쳐야만 환자를 진료할 자격증을 부여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일부에서 우려하는 노동집약적인 인턴 2년제가 되지 않기 위해서는 수련과정과 관계없는 부수작업은 인력지원을 통해 보완해야 한다. 임상수련 과정에서 적성에 적합한 과를 선정하고 필수의료과를 자발적으로 선택하는 동기부여를 받게 될 것이다. 미국도 재활의학과를 지원하면 1년은 내과에서 임상수련을 한 후 재활의학과 전공의 과정을 하게 되므로 환자 진료의 기초가 되는 필수과의 임상경험을 습득하도록 제도화했다. 국내에서도 기본적인 임상수련 후 자격증을 취득한 뒤 일반의로 개원하거나 전문의 수련을 할 수 있게 하는 법과 제도가 정착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중증도가 높은 수련과정에 대해서는 수련기간을 과별로 연장하되 중증도와 위험도만큼 보상받을 수 있는 정책이 정립된다면 필수의료 지원자가 증가할 것이다

왜곡운영되는 일부 실손보험 항목은 의사들이 개원가로 이탈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다. 비급여부문에서 높은 비율을 차지하는 도수치료나 백내장 등은 실손보험을 통하면 환자의 부담이 없다는 허점을 이용해 일부 개원가에서 불필요한 환자에게도 무분별하게 권장하면서 과도한 의료비 지출의 원인이 되고 있다. 비급여 진료의 보장한도를 강화하고 의원마다 다른 진료비의 상한선을 제정해 비필수의료를 통한 수익창출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 숙련된 마취과나 흉부외과 교수들이 쓰나미처럼 개원가로 이탈하는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소송 보완과 함께 불필요한 비급여 시술을 제한해 개원가와 필수과의 불균형적인 수익구조를 해소하도록 제도보완이 필요하다.

이러한 여러 문제가 해결되면서 의대증원이 합의를 통해 원만히 이뤄진다면 필수의료와 지방의료를 책임질 의료인들이 성장하는 토대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확신한다.

천은미 이화여대 의과대학 호흡기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