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이기고도 정권 뺏긴 스페인 우파…좌파 집권 연장 성공
지난 7월 조기 총선에서 승리한 스페인 우파가 결국 좌파에 다시 정권을 내주는 일이 벌어졌다. 기존 집권당인 사회노동당을 주축으로 좌파가 결속하고, 스페인 분리 독립을 추진하는 카탈루냐의 지역 정당들과도 영합하며 의회 과반수의 지지를 얻는데 성공하면서다.
스페인 하원은 16일(현지시각) 사회노동당 대표인 산체스 총리 대행에 대한 총리 인준안을 찬성 179 대 반대 171로 통과시켰다. 찬성이 의회 과반수인 176표를 넘어섬에 따라 2차 투표 없이 한 번에 총리 인준이 이뤄졌다. 지난 7월 조기 총선에서 1당이 된 우파 국민당(PP)과 극우성향 복스(VOX)가 반대표를 던졌으나, 사회노동당과 좌파 연합 수마르(Sumar)의 동맹에 바스크·카탈루냐 지방의 분리주의 정당들이 가세하면서 산체스 총리가 손쉬운 승리를 거뒀다.
이에 따라 2018년부터 5년 넘게 집권해 온 사회노동당과 산체스 총리는 계속 권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산체스 총리는 17일 펠리페 6세 국왕 앞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본격적인 정부 구성에 들어갈 예정이다. 앞서 산체스 총리는 올해 5월 지방선거에서 사회노동당이 참패하자 의회를 해산하고 본래 12월로 예정됐던 총선을 7월로 앞당겨 치렀다. 그 결과 국민당이 전체 350석 중 137석을 확보해 원내 1당이 됐고 사회노동당은 121석으로 밀려났다.
스페인 의회는 이후 원내 1당 대표를 총리로 선출하는 관례에 따라 지난 9월 알베르토 누녜스 페이호 국민당 대표에 대한 총리 인준안을 표결에 부쳤다. 국민당은 그러나 다른 소수 정당들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서 의결 정족수인 과반(176표) 확보에 실패했다. 국민당이 손을 잡은 극우성향 복스가 ‘카탈루냐와 함께’, ‘카탈루냐 공화좌파당’ 등 스페인 지역 기반 정당들의 분리 독립 움직임을 “국가를 분열시키고 파괴하는 행위”라며 격렬하게 비난해 온 탓이다.
결국 국민당이 정부 구성에 실패하면서, 사회노동당이 그 기회를 넘겨받았다. 산체스 총리 대행은 의회 내 소수 의석을 확보한 분리주의 정당들에 적극 구애, 연립 정부 구성을 합의했다. 그 대가로 지난 2017년 중앙 정부의 불허 방침에도 불구하고 카탈루냐 독립 투표를 시도해 징역형을 받은 ‘카탈루냐와 함께’ 소속 정치인들을 대거 사면하기로 약속했다.
산체스 총리와 분리주의 정당 간의 사면 합의는 보수층은 물론 사법부로부터도 “국기를 문란케하고, 법 질서를 훼손한다”는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국민당은 오는 18일 스페인 전국에서 대규모 규탄 시위를 열 예정이다. 산체스 총리는 그러나 “카탈루냐 분리 운동자들에 대한 사면은 사회 통합과 상처 치유를 위한 것”며 “대화와 용서를 통해 스페인의 통합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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