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골골골골’... 월드컵 예선 첫판, 유럽파 5인방이 휩쓸었다
일단 첫걸음은 합격점. 한국 축구가 북중미월드컵으로 가는 긴 여정의 출발을 무난하게 끊었다.
위르겐 클린스만(59·독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FIFA 랭킹 24위)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C조 조별리그 1차전에서 싱가포르(155위)를 5대0으로 대파했다. 이날 경기는 지난 여덟 번 평가전에서 3승3무2패를 기록한 클린스만호의 첫 실전 무대. 전반 싱가포르 이중 밀집 수비에 고전했지만, 이강인(22·파리 생제르맹)이 감각적인 침투 패스로 끊임없이 기회를 만들어주고, 조규성(25·미트윌란)과 황희찬(27·울버햄프턴), 손흥민(31·토트넘), 황의조(31·노리치시티) 등 유럽파 공격수들이 줄줄이 골 맛을 보면서 예선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했다.
지난달 튀니지를 4대0, 베트남을 6대0으로 대파했던 한국 축구는 2000년 4월 아시안컵 예선에서 라오스에 9대0, 몽골에 6대0, 미얀마에 4대0 승리를 거둔 이후 23년 만에 A매치 3경기 연속 4골 차 이상 승리를 거뒀다.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은 싱가포르, 중국(79위), 태국(112위)과 함께 2차 예선 C조에 속해 있다. 내년 6월까지 열리는 2차 예선에선 각 조 1·2위 팀이 최종 예선에 오른다. 한국은 21일 오후 9시 중국과 조별리그 원정 2차전을 치른다.
한국은 싱가포르에 FIFA 랭킹에서 한참 앞서고, 상대 전적에서도 21승3무2패로 압도하고 있었지만, 초반엔 좀처럼 상대 밀집 수비를 뚫지 못했다. 고전하던 한국은 전반 23분 결정적인 기회를 잡았다. 이강인이 오른쪽 측면에서 오른발로 올린 크로스를 조규성이 머리로 옆쪽 이재성(31·마인츠)에게 이어줬고 이재성이 이 공을 골로 연결했다. 그런데 판정은 오프사이드. 하지만 중계 화면을 다시 틀어보니 오프사이드가 아니었다. 오심이었지만 이번 2차 예선에는 VAR(비디오 판독)이 없어 판정은 유지됐다. VAR은 최종 예선부터 도입된다.
아쉬움의 여파일까. 선제골이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해결사는 이강인이었다. 전반 44분 이강인이 오른쪽 측면에서 싱가포르 수비진을 넘겨 빠르게 골문 쪽으로 날아가는 패스를 보냈다. 그 패스는 침투하는 조규성을 향한 것이었다. 조규성은 수비진 뒤에서부터 민첩하게 파고든 다음 왼발 논스톱 슛으로 이 ‘킬 패스’를 골로 마무리했다. 전반 볼 점유율에서 81%-19%, 슈팅 수에서도 6-2로 앞섰지만, 한 골을 뽑아내는 데 그쳤던 한국은 후반 들어 더욱 활기차게 공격에 나섰다.
후반 시작 4분 만에 두 번째 골이 나왔다. 이강인이 오른쪽 측면을 완벽히 돌파한 뒤 상대에 걸려 넘어지며 흐른 공이 조규성에게 향했고, 조규성이 크로스를 올렸다. 이를 쇄도하던 황희찬이 헤더로 꽂아 넣었다. 후반 18분엔 잠잠하던 ‘캡틴’ 손흥민의 골이 터졌다. 페널티박스 바깥 오른쪽 지역에서 공을 받은 손흥민은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더니 ‘손흥민 존’에서 왼발로 감아 차는 슈팅을 날려 세 번째 득점을 올렸다. 황희찬과 손흥민은 지난달 베트남전에 이어 A매치 2경기 연속 골을 기록했다.
후반 22분엔 이강인의 뒤꿈치 패스를 받은 설영우(25·울산현대)가 한국에서 싱가포르로 귀화한 송의영에게 반칙을 당하며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1분 뒤 황의조가 이를 침착하게 성공시켰다.
이날 한국이 기록한 대부분 골에 관여한 이강인은 후반 40분 직접 골망을 갈랐다. 페널티 지역 바깥에서 공을 받은 그는 강력한 왼발 슛으로 A매치 3경기 연속 골을 터뜨렸다. 이강인의 득점까지 터지자 6만4000여 관중은 열광 속에 빠져들었다.
5대0 대승을 이끈 주장 손흥민은 “싱가포르의 촘촘한 수비에 초반 고전했지만, 조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우리의 플레이를 한다면 후반 많은 기회가 올 것이라 생각했다”며 “선수들이 골고루 활약해 기쁘다. 월드컵으로 가는 여정에 쉬운 경기는 없는 만큼 중국전도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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