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집 이모가 준 도라지물 마시고 깨보니”…‘모녀살인’ 50대女 무기징역 확정

부산 빌라서 금품 노리고 살해…생존 아들 “보라색물 마신 뒤 15시간 잠들어” 증언

지난해 9월12일 낮 12시49분쯤 부산 진구의 한 빌라에서 40대 여성과 고교생 딸이 숨진 채 발견됐다. SBS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해 추석의 한 빌라에서 이웃집 모녀를 살해한 50대 여성이 무기징역을 확정받았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3부는 이날 살인 등 혐의로 1·2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50대 여성 A씨의 상고를 변론 없이 기각했다.

A씨는 지난해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이었던 9월12일 부산진구 양정동의 한 빌라에서 이웃 주민 B(40대)씨와 B씨의 딸인 C(10대)양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당시 A씨는 일정한 직업없이 월세나 생활비, 병원비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던 중 귀금속을 노리고 B씨의 집을 찾았고, 이들 가족에게 정신과 약을 갈아 만든 물을 ‘몸에 좋은 도라지물’이라며 강제로 먹여 의식을 잃게 했다. A씨가 B씨의 반지를 빼는 과정에서 B씨가 깨어나자 흉기를 휘두르고 목을 졸라 사망하게 했다. 이후 깨어난 C양도 둔기로 때리고 코와 입을 막아 숨지게 했다.

B씨 아들이자 유일한 생존자인 D군도 보라색 도라지물을 마신 뒤 잠에 들었으나, A씨는 D군은 살해하지 않았다. A씨는 수사과정부터 법정에서까지 D군이 범인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혐의에서 벗어나기 위해 D군을 일부러 살해하지 않았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수사 초기 외부 침입 흔적이 없고 이들 가족이 생활고를 겪어왔던 상황으로 인해 극단적 선택 가능성이 제기됐으나, 수사가 진척되면서 타살 의심 정황이 잇따라 발견됐다. 숨진 모녀 부검에서 부검의는 질식사가 고려된다고 판단했다.

D군은 지난 3월 열린 첫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이웃집 이모가 건네준 도라지물을 마시고 15시간이나 잠에 들었고, 눈을 떠보니 엄마와 누나가 모두 살해돼 있었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아온 A씨가 자신이 복용하던 정신의학과 약을 이 도라지물에 섞어 이들 가족에게 먹인 뒤 살해한 것으로 보고 살인 혐의와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 위반 혐의로 A씨를 기소했다. 검찰은 1·2심 모두 재판부에 사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했다.

항소심은 제시된 증거 등을 종합해 A씨가 모녀를 살해했다고 판단, 무기징역을 선고한 원심을 유지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항소심에 이르러서도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객관적 증거가 여럿 있음에도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 자신의 잘못을 축소하는 데 급급하다”며 “엄중한 형으로 처벌해야 할 필요는 충분히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고인을 사형에 처하는 것이 의문의 여지가 없을 정도로 정당하다고 인정할 만큼의 특별한 사정을 찾아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A씨는 1·2심에서 자신의 범행을 계속 부인했다. 그는 항소심 공판 최후진술에서 “피해자들을 해코지할 이유가 전혀 없다”며 “내게 왜 이런 억울한 벌을 주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이후 항소 기각 판결이 나오자 재판부를 향해 “그게 무슨 말인데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 안 했다고요. 아니라고” 등 울먹이며 소리를 지르다가 법원 관계자에 의해 대기실로 끌려나갔다.

김수연 기자 sooy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