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박수근의 프러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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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양구군 양구면 정림리 부농가집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어려서는 고운 옷에 갓신만 신고 자랐습니다. 그런데 내가 일곱 살 되던 해 아버지의 광산 사업이 실패하고 물에 전답이 떠내려가서 우리 집은 그만 가난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림 그리는 사람입니다. 재산이라곤 붓과 팔레트밖에 없습니다. 당신이 만일 승낙하셔서 나와 결혼해 주신다면 물질적으로는 고생이 되겠으나 정신적으론 당신을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해드릴 자신이 있습니다." 이 연애편지는 1939년 겨울 춘천에서 고향 양구로 돌아온 그가, 나중에 자신의 아내가 될 김복순 여사에게 보낸 것이다.
박수근 화백이 그린 가족 그림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가족'이 그의 고향인 양구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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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양구군 양구면 정림리 부농가집 장남으로 태어났습니다. 어려서는 고운 옷에 갓신만 신고 자랐습니다. 그런데 내가 일곱 살 되던 해 아버지의 광산 사업이 실패하고 물에 전답이 떠내려가서 우리 집은 그만 가난하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림 그리는 사람입니다. 재산이라곤 붓과 팔레트밖에 없습니다. 당신이 만일 승낙하셔서 나와 결혼해 주신다면 물질적으로는 고생이 되겠으나 정신적으론 당신을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해드릴 자신이 있습니다.” 이 연애편지는 1939년 겨울 춘천에서 고향 양구로 돌아온 그가, 나중에 자신의 아내가 될 김복순 여사에게 보낸 것이다. 편지는 결국 박 화백이 그만의 가족을 만드는 출발점이 됐다. 박수근의 가족 사랑은 각별했다. 그의 작품에도 나타났다.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의 일상과 삶의 주변을 주로 그렸던 화가였기에, 아이들의 모습도 화폭에 많이 담았다.
박수근 화백이 그린 가족 그림의 정수라고 할 수 있는 ‘가족’이 그의 고향인 양구로 돌아왔다. 작품은 전시 이력이 없고 대중에게 노출되지 않은 미공개작이다. 박수근미술관은 2024년 상반기에 기획전을 통해 관람객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이 작품의 크기는 18.0×24.0㎝이다. 당시 외국인에게 판매됐던 것으로 추정되는 박수근의 ‘가족’은 지난 10월 25일 미술품 전문 경매회사에 출품됐다. 창작 당시 제작된 액자 그대로 보존돼 있으며 그림 뒷면에 자필 서명과 창작 연도, 한자로 ‘家族’이라고 쓴 제목까지 기록돼 있다. 1950년대 중반에 제작된 ‘가족’은 박수근 특유의 황갈색으로 통일돼 있으면서도 아낙네와 아이들의 옷이 노랑, 빨강 계열로 한결 다채롭게 표현됐다. ‘소박한 서민의 삶’이라는 한가지 주제 의식을 가지고 끊임없이 변화를 모색했던 박수근의 탐구 정신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앉아있는 아낙네 두사람과 어린아이 둘을 가족으로 표현해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을 그려야 한다는 박수근의 예술적 견해가 잘 드러나 있다. 내년 기획전에서 만날 박 화백의 작품 ‘가족’이 벌써 관람객의 마음을 설레게 한다. 이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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