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산책] 율곡과 대한민국 명승 1호 소금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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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동쪽을 유람하는 이들은 으레 한송정과 경포대를 일컫는데 이는 모두 호수와 바다가 인접한 명승일 뿐 이렇게 신선이 살 만한 아름다운 산골짜기가 있다니 내가 왜 지금까지 듣지 못했을까!" 1569년 율곡이 34세 때 홍문관교리(弘文館校理)로 있다 외할머니 병간호를 위해 벼슬을 사직하고 강릉에 내려왔다.
마을 사람이 율곡에게 "연곡현 서쪽에 오대산으로부터 100여 리 뻗어 내려온 산이 있는데 청학(靑鶴)이 암봉(巖峰) 위에 깃들어 마치 선경(仙境) 같다"라는 말을 듣고 믿기지 않는 듯 감탄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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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령 동쪽을 유람하는 이들은 으레 한송정과 경포대를 일컫는데 이는 모두 호수와 바다가 인접한 명승일 뿐 이렇게 신선이 살 만한 아름다운 산골짜기가 있다니 내가 왜 지금까지 듣지 못했을까!” 1569년 율곡이 34세 때 홍문관교리(弘文館校理)로 있다 외할머니 병간호를 위해 벼슬을 사직하고 강릉에 내려왔다. 마을 사람이 율곡에게 “연곡현 서쪽에 오대산으로부터 100여 리 뻗어 내려온 산이 있는데 청학(靑鶴)이 암봉(巖峰) 위에 깃들어 마치 선경(仙境) 같다”라는 말을 듣고 믿기지 않는 듯 감탄한 말이다.
사실 율곡은 19세 되던 해 어머니 삼년상을 손수 치르고 나서도 비통한 마음을 달랠 길 없어 홀연히 금강산에 들어가 1년 남짓 금강산을 돌아보고 다음 해 산을 나왔다. 이때 내, 외금강을 두루 돌아보고 금강산 최고봉 비로봉까지 오른 다음 한·중 시사(詩史)에 유례가 없는 600구 3000언 대단원 ‘풍악행(楓岳行)’을 남겼다. 율곡은 스스로 “나의 성품은 물고기와 새와 같아 산과 골짜기를 사랑하다 그칠 것(性同鱗羽 愛止山壑)”이라 할 정도로 산수를 좋아했다. 금강산 입산 때도 주위 친구들이 만류했지만 율곡은 “산과 물을 버리고 어디에서 호연지기를 기를 것인가!”라고 하며 금강산으로 들어갔다.
율곡은 454년 전 막내아우 옥산(玉山)을 비롯하여 이웃 지인들과 함께 산새나 지나다닐 험한 산길을 2박 3일 일정으로 돌아보았다. 이때 산성도 찾아볼 계획이었으나 비가 올 기미가 있어 산길이 더욱 위험해 섭섭하였으나 다음을 약속하고 골짜기를 나왔다. 율곡은 나오면서 아쉬워 십보구고(十步九顧), 열 걸음에 아홉 번은 뒤를 돌아보았다고 했다. 이때 지은 것이 오늘날 소금강을 알린 ‘유청학산기(遊靑鶴山記)’다.
율곡은 산봉우리와 바위, 못 이름을 경치에 걸맞게 이름을 고치거나 새로 붙였는데 식당암(食堂巖)은 ‘비선암(秘仙巖)’이라 했고, 비선암 아래 못 이름은 거울같이 맑다고 하여 ‘경담(鏡潭)’이라 했다. 그리고 비선암 서쪽 봉우리는 뾰족한 바위가 구름을 뚫고 서 있다고 하여 ‘촉운봉(矗雲峰)’이라 하고 산 전체를 ‘청학산(靑鶴山)이라 이름 지었다.
율곡은 고향에 있는 이 아름다운 명산을 이미 454년 전 세상에 알렸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 명승 제1호로 지정되었고, 올해로 지정 53주년을 맞는다. 당시 율곡은 이 산을 돌아보고 “오대산이나 두타산 등은 여기에 비하면 품격이 낮은데도 오히려 이름을 떨치고 아름다움을 전파하여 관람하는 사람이 끊이지 않는다”라고 아쉬워했다.
1920년 무렵 정봉화(鄭鳳和)를 비롯한 선비 9명이 소금강, 보현사 등지를 유람하고 남긴 보현사유산록(普賢寺遊山錄) 필사본이 최근 발견되었다. 모두 77수의 한시가 수록되어 있는데 1893년 취영정(聚瀛亭)을 건립한 일부 취영계원으로 보인다. 이들은 당시 청학사, 무릉계, 구룡연, 황어대, 백마봉 등지를 돌아보며 율곡이 남긴 자취에서는 “율곡 선생 남긴 자취 우러러보니, 아름다운 그 자태 변함없구나”라 하며 율곡을 언급한 시가 여러 수 보인다. 특히 율곡은 식당암을 고쳐 비선암이라 했는데 유산록에 식다암(食茶巖)이라는 이름이 처음 나온다. 아마 율곡 일행이 비선암에서 점심을 했다는 기록으로 보아 식사 후 차를 마셨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율곡이 열 걸음에 아홉 번 뒤 돌아보면서 나온 소금강이 강릉이 아니라 다른 지역에 있었더라면 지금쯤 명승 1호의 품격과 위상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제 곧 역사 인물이 감탄하고, 금강산에 버금간다고 하는 소금강이 울긋불긋 새 옷으로 갈아입고 손님을 맞았다. 벽옥(碧玉)이 울고 갈 새파란 계곡물, 가을 금강산 별칭 풍악(楓嶽)이 시샘하는 소금강 단풍이 마음을 흔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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