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신수정]지정학적 위험의 시대, 기업 외교 전략 필요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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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투자은행(IB)인 골드만삭스는 지난달 '골드만삭스 글로벌 연구소(The Goldman Sachs Global Institute)'를 열었다.
미중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동 전쟁까지 확산되자 지정학(地政學·geopolitics) 리스크 자문에 본격 뛰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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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적 이슈는 내년에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발표한 내년도 주목해야 할 10가지 이슈(The World Ahead 2024) 중 상당 부분은 지정학 관련 키워드가 차지했다. 미국 대선, 유럽의 우크라이나 지원, 중동 분쟁, 제2의 냉전, 신에너지 지형 등의 키워드가 포함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아시아로 방향을 틀고 중국과의 경쟁에 집중하려던 미국의 계획은 우크라이나에 이어 가자지구에서 벌어진 전쟁으로 틀어져 버렸다”며 내년에도 세계 곳곳에서 분쟁들이 이어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국은 지정학적 위험에 특히 취약한 국가로 꼽힌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디리스킹(derisking·탈위험)이 본격화하면 중국과 밀접하게 엮여 있는 한국 경제가 피해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IMF는 세계 주요 국가에서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이 이뤄지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이 10% 이상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기업들은 글로벌 대관 전문 인력을 모아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네트워크를 확보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미국 공급망 경쟁력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인 윌리 C 시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한국 기업의 대응 전략을 묻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의 질문에 “가장 중요한 조언은 참여하라(engage)는 것”이라며 “미국의 정책 입안자들이 복잡한 현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이들을 만나 내용을 설명하고, 한국 기업의 경쟁력도 알려야 한다”고 했다.
국가의 외교 정책에 기업이 직접 영향을 미치며 적극적으로 국제관계에 대응하는 기업 외교(corporate diplomacy)를 강화하라는 주문도 많다. 정부 정책에 발맞춘 수동적인 대외 전략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것이다. 문정빈 고려대 교수는 “지정학, 국제 정세에 능통한 전문 인력을 확보해 현지 진출국의 정책 수립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며 “적극적이고 선제적일수록 경쟁자와 격차가 벌어질 것”이라고 했다.
골드만삭스 글로벌 연구소를 이끌고 있는 재러드 코언은 최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얼마 전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났다”며 “골드만에서 나의 역할은 자주 글로벌 리더들과 소통하는 것”이라고 했다.
지정학적 격변기는 위기 상황이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기회가 될 수 있다. 정부와 산업계가 긴밀히 소통하면서 위기를 헤쳐 나갔으면 한다.
신수정 DBR교육컨벤션팀장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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