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눈보다 먼저…‘5골’ 펑펑 내렸다

2026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싱가포르에 맞서 5 대 0 ‘압승’

조규성, 밀집 수비 뚫고 전반 첫 골
후반 황희찬·손흥민 득점 이어져
황의조 PK·이강인의 중거리슛도

오프사이드 오심, VAR 없어 무효
21일 오후 9시 중국서 2차전 열려

너도? 나도! 축구대표팀 황희찬(오른쪽)이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C조 1차전 싱가포르와의 경기에서 골을 넣은 뒤 조규성(왼쪽) 등과 함께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이 소나기골로 2026년 북중미 월드컵의 첫 관문을 가뿐히 통과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59)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예선 C조 1차전에서 조규성(25·미트윌란)과 황희찬(27·울버햄프턴), 손흥민(31·토트넘), 황의조(31·노리치시티), 이강인(22·파리 생제르맹)의 연속골에 힘입어 싱가포르를 5-0으로 대파했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미국과 멕시코, 캐나다가 공동 개최하는 다음 월드컵에서 11회 연속 본선 진출을 기대하는 첫 발판을 놨다. 2차예선에서 중국, 태국, 싱가포르와 함께 C조에 묶인 한국은 첫 경기부터 다득점과 함께 승리를 챙겼다.

그러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4위 한국이 155위인 약체 싱가포르를 상대로 첫 승을 거두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상대가 절대 약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클린스만 감독이 경계했던 그대로였다.

최전방 골잡이 조규성을 정점으로 손흥민과 황희찬, 이재성(31·마인츠), 이강인 등 유럽을 누비는 화려한 2선 공격진이 총출동했음에도 첫 골까지는 시간이 필요했다.

골문 앞에 두 줄로 ‘버스’를 세운 싱가포르의 밀집 수비가 문제였다. 황희찬의 과감한 돌파를 중심으로 수비를 두드렸지만 소용이 없었다. 공간이 제대로 나지 않아 슈팅 연결이 쉽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운도 따르지 않았다. 전반 23분 이강인이 오른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조규성이 헤딩으로 떨궈 이재성이 예리하게 밀어넣은 장면이 오프사이드 판정으로 무효 처리됐다.

느린 화면에선 오심으로 확인됐지만, 판정을 뒤집을 비디오 판독(VAR)이 도입되지 않았기에 한 골을 도둑맞았다.

전반전이 끝나기 1분 전, 조규성이 귀중한 선제골을 터뜨렸다. 이강인이 후방에서 절묘한 크로스를 올리자 조규성이 감각적으로 쇄도하면서 왼발로 밀어넣었다. 조규성은 후반 4분 황희찬의 헤더골까지 도우면서 흐름을 가져왔다.

후반 18분에는 주장 손흥민까지 득점 행진에 가세했다. 페널티박스 앞 오른쪽 측면에서 왼발로 감아찬 공이 아름다운 곡선을 그리며 골문에 꽂혔다. ‘손흥민 존’에서 터진 환상적인 골에 경기장은 뜨겁게 달아올랐다. 비가 내리는 추위 속에서도 경기장을 찾은 6만4381명 관중의 환호는 쉽게 그치지 않았다.

자신감을 얻은 한국은 황의조와 김진수(31·전북), 정우영(24·슈투트가르트)을 잇달아 교체 투입하는 여유를 보였다. 그리고 황의조가 후반 23분 설영우(25·울산)가 싱가포르 귀화 선수 송의영(30·수라바야)의 반칙으로 얻어낸 페널티킥(PK)을 침착하게 골문에 밀어넣었다.

후반 40분에는 이강인이 상대 진영에서 흘러나온 공을 날카로운 왼발 중거리슛으로 꽂으면서 사실상 승리에 마침표를 찍었다. 황희찬과 이강인은 지난달 튀니지전(4-0 승)과 베트남전(6-0 승)에 이어 A매치 3경기 연속골을 기록하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안방에서 기분 좋은 승리를 거둔 대표팀은 19일 중국으로 이동해 21일 오후 9시에 2차예선 2차전을 치른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