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킬러 아니면 뭐가 킬러냐”…수학 22번 놓고 ‘와글’
수험생들 “접근 못할 수준”
일각 “계산 짧아, 킬러 아냐”
사교육 학생에 ‘유리’ 비판도
16일 실시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수학영역의 22번 문항을 두고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논란이 일고 있다. 최상위권을 변별하기 위해 출제된 문항인데, 정부가 배제하겠다고 공언한 킬러 문항의 요소를 갖고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날 온라인 수험생 커뮤니티에는 수학 22번 문항을 두고 “이게 킬러가 아니면 뭐가 킬러냐” “최근 수능 중에서 제일 어려웠다”는 반응이 올라왔다. “접근도 못할 수준”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아주 까다로운 문제”라며 풀이 과정을 공유하는 글들도 여럿 게시됐다.
수학 22번 문항은 조건에 알맞은 삼차함수 그래프를 그려 값을 계산하는 문제로, 수학영역에서 가장 큰 변별력을 가졌다고 평가받는다. 지난 9월 모의평가 이후 이번 수능의 관건 중 하나로 수학영역에서의 ‘최상위권 변별’이 꼽혔다. 9월 모의평가는 수학영역 만점자(2520명)가 지난해 수능(934명)보다 3배가량 늘어날 정도로 쉬워 변별력을 확보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번 수능에서는 주관식 문항을 의도적으로 어렵게 내 난이도를 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객관식 문항에서 일명 ‘찍기’로 답을 골라 정답률이 높아지는 일이 없도록 한 것이다.
EBS 현장교사단은 22번 문항에 대해 “지난해 킬러 문항 수준까지 정답률이 떨어지거나, 교육과정에 어긋나고 사교육 요소가 가미된 문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계산이 복잡하지 않고 여러 개념을 적용할 필요가 없다는 게 현장교사단의 주장이다. 심준석 인천하늘고 교사는 “기존 킬러 문항은 풀이가 상당히 긴데, 22번 문항은 조건을 만족시키는 그래프를 도출하기까지 계산량이 상당히 줄어든 것이 특징”이라며 “수학적 사고를 얼마나 할 수 있는지에 따라 계산을 짧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에서 배운 후 얼마나 연습을 많이 했는지에 따라 정답률 차이가 나는 문항”이라며 “누구나 삼차함수 그래프 개형을 그릴 수 있어 공교육 내에서 대비할 수 있는 문제”라고 평가했다.
입시업계에서는 22번 문항을 킬러 문항으로 볼 소지가 충분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 입시전문가는 “교육부에서 공개한 킬러 문항 기준 중 ‘지나치게 복잡한 계산’이 있었는데, 왜 22번이 어려웠나 이유를 따져보면 연산 과정이 어려워서였다”며 “만약 킬러 문항 배제 방침이 없었다면 누군가는 킬러 문항이라고 꼽을 수 있을 정도의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른 입시전문가도 “킬러 문항으로 논란이 될 만한 부분이 분명히 있다”며 “주관식이었던 만큼 정답률이 얼마나 나올지도 모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이 유리한 문제였다는 지적도 있다. 김상우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연구원은 “사교육을 받은 학생들은 삼차함수 그래프 그리는 법을 외우고 있는데, 이 학생들의 풀이 과정이 일반 학생들보다 짧아지기 때문에 더 빨리 풀 수 있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김나연 기자 nyc@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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