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을 풀 때 울컥했어요” 한국과 생애 첫 대결 펼친 송의영의 소감

싱가포르 축구대표팀의 송의영(왼쪽)이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1차전 한국과 경기에서 한국의 이강인과 볼을 다투고 있다. 연합뉴스

“몸을 풀 때 좀 울컥하긴 했어요.”

그토록 꿈에 그렸던 한국에서의 경기. 그리고 한국과의 첫 맞대결. 지금은 한국 국적이 아닌 싱가포르 국적이지만, 송의영(수라바야)은 여전히 한국을 잊지 못하고 있었다.

송의영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과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조 1차전에 선발 출전해 후반 37분 교체될때까지 82분을 뛰었다.

싱가포르는 전반전에 선전했으나 끝내 전력의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0-5 완패를 당했다. 하지만 송의영은 경기 결과보다 한국과 맞대결을 펼친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송의영은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다. 한국은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많은 팀이고, 상대하면서 확실히 벽을 느꼈다”며 “몸을 풀 때 좀 울컥했다. 이제 내년에 싱가포르에서 한 번 더 맞대결할 수 있는 기회가 있어 기대를 하고 있다”고 소감을 밝혔다.

송의영은 인천 출신으로 한국에서 초·중·고교를 쭉 다니며 엘리트 선수 코스를 밟았다. 정왕중을 거쳐 축구 명문 여의도고를 나왔는데, 2012년 고교를 졸업하면서 당시 이임생 감독이 지휘하던 싱가포르 명문 홈 유나이티드에 입단해 싱가포르와 인연을 맺었다. 데뷔 첫해 싱가포르 2군 리그에서 12경기 11골을 몰아치며 실력을 입증했고 그해 1군 주전이 됐다. 2018년에는 리그 10골을 포함해 공식전 20골을 몰아치며 싱가포르의 ‘특급 스타’ 반열에 올랐다.

이때부터 귀화가 추진되기 시작했고, 결국 송의영은 2021년 싱가포르 시민권을 취득했다. 그리고 그해 11월11일 키르기스스탄과 평가전에서 A매치 데뷔전을 치렀다. 지금까지 A매치 21경기에 나서 4골·3도움을 기록 중이다.

이날 경기는 송의영이 생애 처음으로 한국을 상대로 경기하는 것이었다. 송의영은 “경기를 준비하면서 부담이 상당했다. 긴장도 많이 해서 어제도 잠을 많이 못 잤다”며 “경기장에 도착하니 긴장이 조금 풀렸다”고 말했다.

송의영은 이날 경기 후 손흥민(토트넘)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혔다. 이후 믹스트존에서도 손흥민이 나오길 애타게 기다리기도 했다. 송의영은 “사실 예전에 (김)신욱이 형한테 손흥민 선수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다. 손흥민 선수가 어떻게 성공했고, 어떻게 훈련했고, 어떻게 성장했는지에 대해 들었다”며 “손흥민 선수도 나에 대한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했다. 그런 부분에 대해 대화를 많이 나눴다”고 말했다.

송의영의 부모님을 포함한 친지들은 한국에 남아있다. 이날 경기에도 부모님이 직접 현장을 방문했다. 송의영은 “그동안 코로나19 문제도 있고 해서 가족들이 내 경기를 본 것이 거의 5년만이다”라며 “이렇게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게 돼서 너무 감사한 마음 뿐이다”라고 말했다.

송의영은 향후 K리그나 J리그에서 뛰고 싶은 욕심도 드러냈다. 송의영은 “확실히 한국과 동남아시아는 수준 차이가 많이 나는 것 같다”며 “K리그에서 뛰는 친구들, 그리고 유럽에서 활약하는 선수들과 붙어보니 확실히 K리그나 J리그에서 뛰고 싶다는 욕심이 든다”고 말했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