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코리아타운 뉴몰든이 주는 교훈[폴 카버 한국 블로그]
뉴몰든에 대해 잠깐 설명하자면 이곳은 인구가 10만 명 정도 되는 지역인데 그중 25%가 한국인이고 1% 정도가 탈북민으로 구성되어 있는, 한국을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한국인 인구가 가장 조밀한 지역이기도 하다. 뉴몰든 거리에는 한글 간판이 여기저기 쉽게 눈에 띄고 한국에서 우리가 자주 가는 가게도 흔하게 볼 수 있다. 한국 식당은 물론이거니와 한국 슈퍼마켓, 미용실, 여행사, 커피숍, 한인 교회, 게다가 노래방까지 한국에서 찾을 수 있는 거의 모든 장소를 뉴몰든에서도 찾을 수 있다. 또한, 한국어로 운영되는 유아원도 있고 한국 주민들로 이루어진 정치적, 상업적 성격의 협회가 이미 여럿 구성되어 있다. 심지어 한국 출신 구의회 의원 2명이 선출되었을 정도이다.
뉴몰든은 이미 코리아타운으로서의 면모를 과시하고 있는데, 여름이 되면 지역 주민들이 모여 한국을 알리는 축제를 매년 개최하고 있다. 이 축제에서는 한국 음식을 파는 간이 가게들이 즐비하고 한국의 전통 음악과 춤을 공연한다. 또한 뉴몰든이 속해 있는 영국 런던 킹스턴 왕립구(Royal Borough of Kingston)는 유럽에서는 최초로 11월 22일을 김치의 날로 제정해 매년 김치를 기념하는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뉴몰든에 대해 이미 들어서 알고 계시거나 혹은 처음 들어보신 분들 모두, 이 도시가 비록 영국 런던에 위치하고는 있지만 그 성격상 한국의 여느 도시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생각들을 하실 것 같다. 필자의 느낌으로 뉴몰든은 여러 다른 이익 주체들에게 각각 다른 의미를 제공해주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든다. 첫째로, 영국에 있는 한국 이주민들에게 뉴몰든은 여러 이유로 한국을 떠나 영국이라는 타국에 살면서도 고국에 대한 향수를 달랠 수 있는 장소이기도 하면서 새롭고 낯선 문화에 적응할 수 있는 뒷받침이 되어 주는 장소이다. 둘째로, 한국에 있는 한국 국민들에게 뉴몰든은 한국이 이제 예술적, 문화적 힘을 바탕으로 세계를 향해 그 실력을 행사할 수 있는 디딤돌의 역할이 되어주는 장소이다. 마지막으로, 영국 국민들의 시각에서 바라본다면, 영국 수도의 일부를 장악하고 있는 특정 외국 문화를 두려움 없이 받아들이고 인정할 수 있을 만큼 당당한 영국인들의 타국인들에 대한 인내심 및 영국인들 스스로의 자부심을 반영해주는 장소가 아닐까 싶다.
이제 한국도 외국인 주민 수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한국 사회는 계속해서 발전, 성숙해 가고 있으며 높은 교육수준과 케이문화의 세계적 전파 등에 힘입어 다양한 국가의 많은 사람들에게 한국은 매력적인 장소로 인식되고 있다. 또한 출생률 저하와 노동 인구의 감소로 인해 한국 내부적으로도 외국인들의 유입이 피할 수 없는 현상이 되었다. 이와 같은 여러 대내외적인 이유들로 인해 한국 총인구의 5%가 이미 외국인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는 사회인구학적으로도 한국이 다문화 및 다인종 사회로 진입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 20년간 대한민국 정부는 이러한 외국인 주민 수의 가파른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외국인 장기체류자들을 한국 문화에 적응시키기 위한 여러 정책들을 수립하고 시행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많은 한국분들이 외국인들의 특정 지역 점유에 대한 우려의 시선 혹은 적대적 태도를 지니고 있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이하여 찰스 영국 국왕이 방문한 영국의 코리아타운 뉴몰든에 대한 뉴스를 접하면서, 균형 잡히고 활기찬 다문화 도시인 뉴몰든이 한국분들의 다문화 사회에 대한 실체 없는 우려를 완화시킬 수 있는 사례로 받아들여지기를 살며시 기대해 본다.
폴 카버 영국 출신 번역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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