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전] 싱가포르 국가대표 송의영, "조용히 애국가 따라불렀다. 동료들이 웃더라"

(베스트 일레븐=상암)

싱가포르 축구 국가대표가 되어 상암벌을 누빈 송의영은 이날 축구팬들에게 가장 많은 시선을 모은 선수 중 하나였다. 송의영은 이번 한국전을 평생 추억거리로 삼을 수 있게 됐다.

한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6일 저녁 8시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예정된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 C그룹 1라운드 싱가포르전에서 5-0으로 완승했다. 한국은 전반 44분 조규성, 후반 4분 황희찬, 후반 17분 손흥민, 후반 22분 황의조, 후반 39분 이강인의 연속골로 싱가포르를 난타하고 승리를 따냈다.

송의영은 본래 인천 출신으로 싱가포르 국적을 취득한 뒤 국가대표가 되어 핵심 공격수로 기용되고 있다. 송의영 처지에서는 모국 한국의 골문을 정조준하는 기묘한 인연을 안고 승부한 셈이다.

그래선지 송의영은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모국을 상대로 경기한 것에 대해 기쁘고 신기했다는 심경을 솔직하게 밝혔다.

송의영은 "내심 그래도 기회가 두세 번은 오지 않을가 싶었는데 기회가 없더라"라고 웃은 후, "경기를 치르며 한국 선수들의 자세에 감명을 받았다. 정말 진지하게 이번 경기를 준비한 것 같더라. 실력 차는 우리가 더 잘 안다. 그래서 정말 잘하는 이 선수들이 프로 의식마저도 강하다는 것에 정말 감명받았다"라고 말했다.

전반전에는 제법 강한 수비 조직력을 보였던 것과 관련해서는 자부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송의영은 "우리 선수들이 수비하는 데 강한 의지를 가졌던 건 사실"이라며 "경기 전에 계획한 대로 수비를 잘했는데, 전반 종료 직전 실점한 게 아쉽다. 그걸 실점하지 않았다면 점수 차도 적었을 것 같다"라고 말했다.

송의영에게는 승패를 떠나 이날 한국전이 평생 잊지 못할 기억이 될 듯하다. 송의영은 경기 전 국가 제창 때 애국가를 불렀느냐는 질문에 웃었다. 송의영은 "싱가포르 국가가 나오자마자 불렀다. 그리고 한국의 애국가가 나왔을 때 조용히 따라 불렀다. 카메라에 비치지 않았겠지만 혼자 조용히 불렀는데, 곁에 있던 동료들이 웃더라"라고 비하인드 스토리를 소개했다.

이어 "제게는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는 한국전이다. 또 어릴 적부터 꿈꾸던 순간이기도 했다. 그래서 애국가를 따로 불렀다"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또, "5년 만에 가족 앞에서 경기를 뛰었다. 그래서 이번 한국전이 정말 감사한 순간이었다"라며 싱가포르의 국가대표가 되어 나타난 자신의 모습들을 보일 수 있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마지막으로 송의영은 언젠가 K리그에서도 뛰어보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송의영은 "이렇게 좋은 선수들과 한번 경기를 치르니 더 수준 높은 무대에서 뛰어보고픈 욕심이 난다"라며, "이번 경기에서 더 잘했으면 하는 생각도 들더라. 만약 K리그에서 뛸 기회가 있다면 정말 감사할 것 같다. 정말 뛰고 싶다"라고 웃었다.

글·사진=김태석 기자(ktsek77@soccerbest11.co.kr)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