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선] ‘안민정법’에 있는 것과 없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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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정법'(安民正法)은 2020년 초 출간된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의 '대법관 퇴임 기념 판례집' 이름이다.
안민정법에는 여타 대법관의 퇴임집과 다른 점이 두 가지 있다.
대법관 후보자로 지명돼 임명되기까지의 자료를 기록으로 남기고 싶다는 조 후보자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
조 후보자는 이 모든 것을 자신의 퇴임 기념집에 그대로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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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민정법’(安民正法)은 2020년 초 출간된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의 ‘대법관 퇴임 기념 판례집’ 이름이다. 안민정법에는 여타 대법관의 퇴임집과 다른 점이 두 가지 있다. 없는 것 하나가 있고, 다들 있는 것 하나가 없다.
첨부된 여섯 장의 사진자료 중에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나란히 찍은 임명장 수여식 사진도 있다. 이 한 장의 사진이 들어가는 데까지는 우여곡절이 있었다. 당시 어느 대법관은 이를 말리기까지 했다고 한다. 다른 사람들 역시 “박 전 대통령이 탄핵으로 역적이 된 분위기인데 박 전 대통령 흔적은 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그에게 권유했다. 그러자 조 후보자는 “박 전 대통령이 나를 대법관으로 임명한 것은 사실인데, 그걸 왜 삭제하느냐”고 반문했다고 한다. “설령 욕을 먹더라도 사실을 일부러 완충시키고 축소하는 것은 원칙이 아니다”라면서 말이다. 엄연히 존재하는 팩트를 나의 유불리에 따라 취사선택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두 번째, 조 후보자의 퇴임 기념집에는 퇴임사가 없다. 그는 2020년 3월 소박한 퇴임식조차 열지 않고 대법관직에서 물러났다. 코로나19가 확산하던 터라 혹시 모를 감염 위험을 우려한 것이었다. 그러자 주위에선 “퇴임식은 안 하더라도 퇴임사는 남겨야 하지 않겠느냐”고 그에게 권유했다. 6년간의 대법관 재임 기간을 회고하는 조 후보자의 구술 녹취 작업까지 이미 마친 상황이었다. 조 후보자는 이마저도 거절했다. “퇴임식을 안 하는데 퇴임사를 남기는 건 너무 형식적이지 않느냐”면서 말이다.
홀연히 떠난 그는 “퇴임 이후 영리 목적 변호사 개업을 하지 않겠다”고 했던 대법관 후보 인사청문회에서의 약속을 국민에게 지켰다. “헌법과 대원칙을 따르겠다”는 조 후보자의 발언이 식상한 구호가 아닌 진정성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조 후보자는 지명 이튿날 찾은 현충원의 방명록에서 다시 한번 안민정법을 호명했다. ‘국민들이 안심하고 편안하게 살도록 하는 바른 법’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조 후보자가 사법부의 수장으로서 앞으로 보여 줄 안민정법의 모습에 기대를 걸어 본다.
장혜진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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