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500명에 ‘반쪽 아킬레스건’ 이식…요양급여 100억 빼돌렸다
식약처의 승인을 받지 않은 ‘반쪽 아킬레스건’을 수입해 병원에 납품하고 약 100억원의 요양급여를 가로챈 이들이 경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경찰은 이 반쪽 아킬레스건이 환자 6500여명의 수술에 사용됐다고 보고 있다.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국제범죄수사계는 미승인 아킬레스건을 수입하고 납품한 업체 대표 26명과 영업사원 6명, 의사 30명, 간호사 22명 등 총 85명을 검거해 불구속 송치했다고 16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에게 인체조직법 위반(4명), 사기(17명), 개인정보보호법 위반(27명), 의료법·의료기기법 위반(37명) 등을 적용했다. 경찰은 지난 6월 27일과 28일, 10월 27일 총 세 차례에 걸쳐 이들을 검찰에 송치했다.
경찰에 따르면 일당은 지난 2012년 3월부터 2019년 4월까지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승인을 받지 않은 반쪽 아킬레스건 6770개를 미국에서 수입해 병원 400여곳에 납품했다. 병원에는 최상급 병원과 대형, 중형 병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업체가 유통한 것은 온전한 아킬레스건을 반으로 자른 제품이었다. 정상 아킬레스건의 가격은 82만원이지만, 반쪽짜리는 52만원으로 30만원 더 싸다. 일당은 온전한 아킬레스건을 사용한 것처럼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신고했다.
납품업체가 온전한 제품을 납품해, 병원에서 이를 수술에 사용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148만원의 요양급여가 나온다. 하지만 이들은 더 저렴한 미승인 아킬레스건을 사용하고도 제값의 요양급여를 부당하게 받아 챙겼다. 이들이 공단으로부터 가로챈 금액은 약 100억원이다.
앞서 경찰은 작년 2월 국민건강보험공단의 의뢰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수입업체 2곳을 압수수색해 반쪽 아킬레스건이 사용된 조직이식 결과기록서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아킬레스건 납품 과정에서 의료기관이 납품업체 영업사원에게 환자의 의료정보 등 개인정보를 유출하고 영업사원이 의사에게 현금, 사무집기 등 리베이트를 제공하거나 고가의 수술도구를 무상으로 사용하도록 한 사실도 파악했다.
무허가 재료로 비의료진이 수술을 하는 불법 행위도 적발됐다. 경찰은 영업사원이 수술실에 들어가 아킬레스건을 환자 신체에 맞게 다듬거나 응급구조사가 간호사 대신 수술실에서 수술 보조행위를 하는 등 의료법을 위반한 것을 적발했다. 다만 경찰은 의사들이 고의로 반쪽 아킬레스건을 사용한 혐의에 대해선 “명확히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일부 의사들도 미승인 제품인 것을 알고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지만 고의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며 “의사들에 대해선 리베이트와 무면허 의료행위 교사 방조, 환자 개인정보 제공 등 증거가 명확한 혐의만 적용해 송치했다”고 했다.
경찰은 미승인 제품 유통 재발방지를 위해 식약처에 관리·감독상 문제에 대한 제도 개선을 요청하기로 했다. 경찰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반쪽 아킬레스건을 이식받은 환자 명단을 전달해 추후 조치가 이뤄지도록 했다. 경찰 관계자는 “반쪽 아킬레스건 수입·납품 업체와 연관된 의사 등을 추가로 확인해 수사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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