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후“콘택트 능력·적은 삼진이 내 장점…장타자만 미국 간다는 편견 깰 것”

김하진 기자 2023. 11. 16. 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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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LB 신분조회, 미국 도전 본격 시작
덤덤히 매일 운동·영어 공부 중
하성 형 자주 만나 조언 듣는데
어느 팀에 가라는 말은 안 해요
도전하며 돌아오는 생각, 사치
죽기 살기 살아남는 것만 생각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둔 키움 이정후가 지난 15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경향신문과 인터뷰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color@kyunghyang.com

지난 15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사무국이 이정후(25·키움)의 신분조회를 요청한 사실을 전했다. 지난 시즌 뒤 미국 진출 의사를 밝히고 올해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도전하는 이정후의 미국 진출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미국 현지 매체에서는 연일 이정후의 이름이 거론된다. ESPN은 15일 자유계약선수(FA) 야수 부문 상위 12명 중 한 명으로 이정후를 소개하면서 “이정후는 추신수 이후 가장 재능 있는 한국인 야수”라고 했다.

이런 세간의 관심에도 이정후는 ‘덤덤하게’ 미국행을 준비하고 있다. 매일같이 운동을 하고, 영어 공부를 하는 일상을 소화하고 있었다. 15일 경향신문과 만난 이정후는 “배팅 훈련을 하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운동하고 지내고 있다”고 전했다.

아직 미국으로 떠날 날짜는 정해지지 않았다. 현지 에이전트와 종종 연락을 주고받는 정도다. 지금 이정후가 할 수 있는 건 다음 시즌 경기를 뛰기 위한 몸 만들기에 전념하는 것이다.

미국에서 시즌을 마치고 귀국한 김하성(28·샌디에이고)이 옆에 있어 힘이 된다. 이정후는 “지금 하성이 형의 말만 듣고 있다. 집도 가까워서 자주 만난다”면서 “하성이 형이 미국 투수들 공은 직접 경험해봐야 한다는 말을 해주신다. ‘어느 팀으로 가라’는 말은 안 하고, 환경과 생활에 적응하는 그런 부분들을 강조한다”고 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동료들에게 먼저 다가가라”는 말이다. 이정후는 미국으로 가면 ‘외국인 선수’ 입장이 된다. 그는 “성격이 활달한 편은 아니지만 해봐야지 않겠나”라며 웃었다.

어릴 때에는 막연하게 메이저리거 꿈을 키웠다. 초등학생 시절에는 일본 스즈키 이치로를 보며 ‘저런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결심을 굳힌 건 2021년 8월 도쿄 올림픽 이후다. 이정후는 당시 7경기에서 29타수 7안타 타율 0.241을 기록했다. 한국 대표팀은 노메달 수모를 겪었고 이정후 역시 아쉬움이 남았지만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그는 “일본, 미국전에서 삼진 아웃을 하나도 안 당했다. 그때 ‘이런 투수들을 상대로 괜찮은 결과를 낸 것 같은데 매일매일 상대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메이저리그는 올림픽보다 더 수준 높은 선수들이 나오지만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생각해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정후는 흔히 말하는 ‘장타자’가 아니다. 두 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건 2020년(15홈런), 2022년(23홈런) 딱 두 시즌뿐이다. 대신 뛰어난 콘택트 능력으로 상대 투수를 괴롭힌다. 이런 자신의 강점을 미국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하고픈 마음이 크다. 이정후는 “지금 미국에서 나에 대해 주목하는 건 콘택트 능력과 낮은 삼진율이라고 들었다”며 “메이저리그는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들이 간다고 생각하지 않나. 하지만 그런 편견을 깨고 싶다. 장타가 야구의 다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정후는 “다양한 종류의 선수들이 있다. 1번부터 9번까지 자신의 역할이 있다. 최선을 다해서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려 미래에 내 후배들, 다른 한국 야구선수들이 꿈을 키우고 미국에 도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보고 싶다”고 말했다.

떠나기로 마음을 먹은 이상, 돌아올 날은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정후는 “도전을 하러 가는 거니까 돌아오는 것까지 생각하는 건 ‘사치’라고 생각한다. 죽기살기로, 살아남는다는 생각으로 적응할 것”이라고 다부지게 말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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