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일문일답]클린스만 “젊은 청년 이강인의 성장, 나도 흐뭇-행복해”
[스포츠서울 | 상암=김용일기자] “젊은 청년 이강인의 성장, 나도 흐뭇하고 행복하다.”
위르겐 클린스만 축구대표팀 감독은 갈수록 존재감이 커지는 ‘골든보이’ 이강인(파리 생제르맹·PSG) 얘기에 이렇게 말하며 웃었다.
클린스만 감독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6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싱가포르와 C조 1차전에서 5-0 대승의 물꼬를 튼 이강인을 칭찬했다.
한국은 전반 종반까지 상대 밀집 수비에 고전했다. 그러나 전반 44분 이강인의 예리한 크로스를 조규성이 선제 결승골로 연결했다. 후반에도 이강인은 측면에서 번뜩이는 개인 전술로 싱가포르 그물망 수비를 찢어냈다. 황희찬의 두 번째 득점에 디딤돌이 되는 화려한 개인기로 상대 수비를 무너뜨렸고, 후반 막판엔 환상적인 왼발 중거리 슛으로 팀의 다섯 번째 득점을 책임졌다.
이강인은 클린스만호 체제에서 ‘캡틴’ 손흥민(토트넘) 못지 않은 존재 가치를 뽐내고 있다. 특히 최근 항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고 병역 특례 혜택을 받은 뒤엔 활활 날아오르고 있다. 지난달 A매치 2연전(튀니지·베트남전)에서 A매치 데뷔골을 포함해 모두 골 맛을 봤다. 이날 A매치 3경기 연속골을 터뜨렸다. 또 그 사이 소속팀 PSG에서도 공식전 2골 1도움을 기록하는 등 공격포인트 제조기로 거듭나고 있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 이후) 지난 8개월간 이강인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하다. 조금 더 책임감을 품으며 성숙해지고 있다”며 “이강인은 더 기대를 받을텐데, 이에 부응하고 걸맞은 퍼포먼스를 보이도록 하는 게 내 역할인 것 같다”고 말했다.
다음은 클린스만 감독과 일문일답
- 싱가포르전 5-0 대승 소감은.
쉽지 않은 경기였다. 선수들이 프로답게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싱가포르처럼 10명이 내려서는 팀을 상대로는 선제골을 하기까지 침착하게 경기를 운영해야 한다. 선제골 이후 선수들이 본인 기량을 마음껏 펼친 것 같다. 중요한 건 즐겁게 선수들이 경기해서 기쁘다.
- 베트남전 대승과 비교해서 오늘 대승을 통해 우리가 얻은 것은 무엇인가.
베트남도 그랬지만 수비적으로 내려서는 팀을 상대는 조심해야 한다. 상당히 경기가 어렵다. 0-0 균형을 깨기 전까지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 모른다. 베트남전 때도 상대는 득점할 기회가 있었다. 오늘도 사실 골이 취소됐지만 득점을 허용할 상황도 있었다. 실수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중요하다. 지난 경기 대승 혹은 경기력이 좋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결과를 만들기까지 얼마나 큰 노력과 침착함이 필요한지, 특히 첫번째 골을 얻기까지 큰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
- 이강인의 패스가 수비적인 팀에 얼마나 중요한 무기가 될 것 같나.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수비적으로 내려서는 팀을 상대로는 창의적인 선수가 필요하다. 박스에 침투할 선수를 비롯해서 일대일에 강하고, 뒷공간에 찔러넣는 패스도 해야 한다. 또 득점도 해야 한다. 이강인이 그런 역할을 했고 앞으로도 해줄 것이다. 물론 손흥민도 그런 능력이 있고 황희찬도 있다. (수비적인 팀은) 뒷공간을 잘 주지 않는데, 조금이라도 열리면 이런 능력을 지닌 선수가 도움이 될 것이다.
- 이강인이 최근 스스로 골을 넣는 능력이 돋보이는데.
지난 8개월간 이강인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행복하다. 지도자 뿐 아니라 팬도 지금 보여주는 경기력을 갖추기까지 성장한 것을 보면 흐뭇할 것이다. 한국 축구에 행복하고 좋은 일이다. 젊은 청년이 조금 더 책임감을 품고 있고, 성숙해지고 있다. 이제 그가 잘하는 드리블, 어시스트, 득점만 하는 게 아니라 수비적으로도 헌신하면서 많은 에너지를 운동장에서 보이도록 지도자로 얘기하고 있다. 이강인이 소속팀에 돌아가도 루이스 엔리케 감독도 그런 얘기를 할 것이다. 아무쪼록 그의 성장을 지켜보는 건 흐뭇하고 행복하다. 운동장에 나오기 전에 선수들에게 월드컵 예선처럼 긴 여정에서는 스스로 기대치를 높여야 한다고 했다. 스스로 한계를 뛰어 넘으라는 것이다. 이강인은 더 기대를 받을텐데, 이에 부응하고 걸맞은 퍼포먼스를 보이도록 하는 게 내 역할인 것 같다.
- 손흥민이 상대와 충돌로 쓰러지기도 했다. 그럼에도 변함 없이 풀타임을 뛰었는데.
4-0 상황에서 상대가 손흥민에게 반칙을 가할 땐 화가 났다. 상당히 부적절한, 하지 않아야 할 반칙이었다. 그러나 우리 팀에 더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축구는 피지컬적인 경기다. 접촉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100% 상태에서 경기에 임하는 건 거의 없다. 반칙을 당하면 5분여 아플 수도, 통증이 발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선수는 참고, 스스로 관리하면서 경기해야 한다. 이강인도 오늘 전반에 반칙을 당했는데 스스로 통증을 참고 후반에 멋진 활약을 펼쳤다. 얼마나 많은 선수가 이 팀을 위해 헌신하는지 알게 됐다. 앞으로 어려운 경기에 놓일 수 있고, 선수가 운동장에서 아프거나 잘 안 풀릴 수 있는데 이렇게 헌신하는 모습이 팀으로 힘을 받지 않을까 기대한다.
- 베트남전 6-0에 이어 오늘 5-0으로 싱가포르를 이겼다. 아시아 최고 팀과 동남아시아 팀의 격차 보여주나?(싱가포르 미디어 질문)
그렇지 않다. 5-0, 6-0 물론 좋은 결과다. 그러나 판단하기엔 너무 섣부르다. 오늘 같은 경기나 베트남전 경기를 다시 치른다면? 상대 홈에서 치른다면? 같은 결과를 만들지 예측할 수 없다. 어느 팀을 상대하든 항상 존중할 것이다. 오늘도 전반에 손흥민이 거의 기회를 못 만들었다. 이강인도 45분이 지나서야 많은 모습을 보였다. 경기 후 싱가포르 감독에게 너무나 잘 준비했다고 했다. 특히 전반에 전술적으로 좋았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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