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알시파 병원서 하마스 무기 발견”…팔 “조작된 증거”

이, 소총과 수류탄 등 담긴 영상 공개…“군복 벗고 도망”
외신들 “하마스 지휘소가 있었다고 보기엔 근거 미흡”
땅굴·인질 흔적도 제시 못해…병원 공격 정당성 도마에

병원 단지 수색 이스라엘군이 15일(현지시간) 가자지구 알시파 병원 단지를 수색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이스라엘군이 알시파 병원 단지에서 발견했다는 무기와 기타 장비들. AP·로이터연합뉴스

가자지구 내 최대 의료시설인 알시파 병원을 공격한 이스라엘군이 병원이 군사용으로 활용된 증거라면서 병원에서 찾은 소총, 군용조끼, 수류탄 등을 공개했다. 이스라엘군은 전쟁범죄라는 국제사회 비판에도 알시파 병원이 ‘하마스 근거지’라면서 병원 급습을 강행했다. 팔레스타인 측은 “조작된 증거품”일 가능성을 제기했고, 외신들 역시 이스라엘이 찾아낸 무기들이 하마스의 무기고라고 부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고 평했다.

15일(현지시간) 이스라엘군은 국제 미디어 담당 대변인인 조너선 콘리쿠스 중령이 병원 내 자기공명영상(MRI) 센터 등을 돌며 하마스가 남기고 갔다는 무기들을 설명하는 7분짜리 영상을 공개했다. 콘리쿠스 중령은 하마스가 병원을 군사용 목적으로 사용했다는 의심할 수 없는 증거들이라면서 “편집 없이 있는 그대로를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MRI 기계 바로 뒤편에 놓인 가방에는 AK-47 소총과 탄창, 수류탄, 군복이 담겨 있었으며 또 다른 기계 뒤에 숨겨진 배낭에서는 노트북과 CD 더미가 발견됐다. 이어 영상에선 탄약, 하마스 여단 이름이 부착된 전투용 조끼, 칼 등이 병원 안에 숨겨져 있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 수석대변인 다니엘 하가리 소장도 “병원 바닥에 던져진 하마스 군복을 발견했다. 그들이 민간인으로 변장하고 도망갔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그동안 하마스가 이 병원을 군사적 용도로 사용하고 있기에 국제인도법의 보호를 받는 ‘민간시설 보호 지위’를 상실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외신과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내놓은 증거물은 이 병원에 하마스 지휘센터가 있었다고 보기에 매우 미흡한 수준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미 워싱턴포스트는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전체 압수품 사진에는 군복과 총 11자루, 군용조끼 3개, 하마스 로고가 새겨진 조끼 1개, 수류탄 9개, 코란 2권, 염주 1개, 대추야자 1상자가 담겨 있었다고 전했다.

이스라엘은 이 병원 지하에 있다고 주장해온 하마스의 광대한 지하터널망(땅굴)과 인질의 흔적에 대한 증거도 제시하지 못했다. CNN은 “이스라엘은 인질을 찾는 것이 작전 목표 중 하나라고 밝혔지만 15일 현재 알시파 병원에서는 인질이 발견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BBC 역시 “이스라엘은 하마스의 주요 무기고와 땅굴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마스가 병원 지하에서 활동했다면 지하터널망을 정리하는 데만도 몇주가 걸렸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하마스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원래 알시파 병원에 무기는 없었다면서, 이스라엘이 제시한 증거조차도 조작됐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바셈 나임 하마스 정치국제관계부 대표는 “이스라엘군이 내세운 증거는 우스꽝스럽고 무가치하다”고 알자지라에 말했다. PA 또한 성명을 내 “이스라엘군이 병원 안에서 발견했다고 주장하기 위해 어떤 무기를 들고 들어왔을지 아무도 모른다”고 했다. 이스라엘군이 병원 수색을 할 때 제3자의 입회를 막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국제법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그 안에서 무엇을 발견하든 알시파 병원 공격은 국제법 위반 소지가 크다고 비판했다. 제니퍼 캐시디 옥스퍼드대 연구원은 “이스라엘이 말한 모든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원칙을 고려했을 때 그들이 달성하려는 이익에 비하면 결과가 여전히 국제법에 위반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이러한 국제적 비판에도 알시파 병원에 대한 공격을 이틀 연속 이어갔다. 16일 하레츠·알자지라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알시파 병원에서 부분 철수했다가 불도저와 탱크를 앞세워 다시 진입했다. 병원 내부 장비 창고가 폭파됐고, 약 200명이 심문을 받고 어디론가 연행됐다는 전언도 나왔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