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보리, ‘가자지구 교전 즉각 중단 촉구’ 결의안 채택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교전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15일(현지시간) 채택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가 납치한 인질들을 먼저 석방하지 않으면 교전 중지는 없다는 기존 견해를 되풀이하며 사실상 결의안 수용을 거부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는 이날 뉴욕 유엔본부에서 회의를 열고 양측의 교전 중단을 골자로 한 결의안을 찬성 12표, 기권 3표로 가결했다. 결의안엔 인도주의 차원에서 가자지구 교전을 즉각 멈추고, 하마스가 붙잡고 있는 인질 석방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겼다. 아동을 포함한 민간인 보호와 관련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모두 국제인도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포함됐다.
앞서 안보리엔 양측의 군사 행위 일시 중지 또는 휴전을 촉구하는 결의안이 네 차례 제출됐지만, 상임이사국인 미국과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해 연달아 부결됐다. 특히 러시아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의 휴전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미국은 ‘휴전’ 대신 ‘일시적 교전 중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하자고 맞섰다.
이후 안보리 이사국들은 물밑 협상을 통해 조정안을 마련했다. 결과적으로 ‘휴전’은 ‘교전 중단’으로 대체됐고, 교전 중단이나 인질 석방을 ‘요구’한다는 표현 또한 ‘요청’으로 완화됐다. 지난달 7일 이스라엘을 급습한 하마스의 테러 행위를 규탄한다는 문구도 제외됐다.
미국과 영국, 러시아가 이날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고 기권으로 결의 내용에 대한 반대 입장만 표명함으로써, 전쟁 발발 후 처음으로 안보리 결의안이 통과됐다. 안보리 결의는 15개 이사국 중 9개국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하고, 미국·중국·러시아·영국·프랑스 등 5개 상임이사국 가운데 어느 한 곳도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아야 한다.
린다 토머스그린필드 유엔 주재 미국 대사는 결의안 통과 후 “하마스 규탄이 포함되지 않은 결의안 내용에 깊은 실망감을 느끼지만, 즉각적이고 조건 없는 인질 석방 등 결의안의 주요 조항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반면 바실리 네벤자 주유엔 러시아 대사는 “결의안에 즉각적인 휴전 요구가 결국 빠졌다”고 반발했다.
알자지라 등 외신들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 관한 결의안이 유엔 안보리 문턱을 넘은 건 2016년 이후 처음이라며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이스라엘 외교부는 “안보리와 국제사회 결의안이 규정한 대로 모든 이스라엘 인질의 조속한 석방을 주장한다”며 “납치된 239명이 하마스 테러리스트 손에 있는 한 인도주의 휴전이 이뤄질 여지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스라엘과 하마스는 3일간 교전을 중지하는 대신 인질 50명을 풀어주는 안을 놓고 막판 협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 협상안에는 하마스가 인질 50명을 풀어주는 조건으로 이스라엘도 감옥에 수감된 팔레스타인 여성과 어린이를 비슷한 숫자로 석방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 3일간의 교전 중지 기간에 유엔의 감독하에 트럭 200대 분량의 연료를 가자지구로 반입, 병원 등 민간시설에 공급하는 방안 등도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교전 중지 기간’이 협상의 최대 걸림돌이 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스라엘 측은 교전 중지 기간을 최대한 줄이면서 더 많은 인질 석방을 관찰시키려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손우성·선명수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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