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2만3200t 보관 가능… 물가방어·식량안보 ‘최전선’ [농어촌이 미래다-그린 라이프]

안용성 2023. 11. 16.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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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규모 ‘이천비축기지’ 가보니
4만8400여평 규모 창고 4개동에
콩·밀·무·감자 등 국민 먹거리 비축
온도·습도·품온 각기 다르게 관리
일일·정기 점검… 최적화 상태 유지
마늘 등 20가지 품목 국내외서 사들여
농가소득 기여·소비자 가격 안정 도모
치솟는 물가에 ‘김장 포기족’ 증가세
배추·고춧가루 등 1만1000t 방출 예정

김장철을 맞아 서민들의 장바구니 물가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1, 2인가구가 늘어나는 데다 치솟은 물가 때문에 김장을 포기하는 ‘김포족’도 갈수록 늘고 있다. 정부는 연일 물가 안정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지만, 사실상 시장 가격을 통제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그동안 보관해 둔 농산물을 시장에 내놓는 것이다. 특히 최근처럼 신선식품 물가가 급등하는 때에는 가장 효과적인 대책 중 하나다. 농산물 수급 불안으로 물가가 상승할 때 저장해 둔 콩이나 배추, 무 등을 꺼내는 곳이 바로 비축기지다. 비축기지는 물가 안정뿐만 아니라 식량안보를 지키는 최전선 역할도 담당한다.

16일 농림축산식품부 등에 따르면 정부 비축사업을 담당하는 곳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다. aT는 농산물의 원활한 수급 조절과 가격 안정을 위해 전국을 5개 권역(수도권, 충청권, 호남권, 대구경북권, 부산경남권)으로 나눠 총 14개 비축기지를 운영 중이다. 2013∼2018년에는 1075억원을 투입해 수도권을 제외한 4개 권역의 비축기지 시설을 개선하는 ‘광역·현대화 사업’을 진행, 각 기지의 보관 능력을 더 늘렸다.
이천비축기지
이 가운데 이천시 대월면에 위치한 이천비축기지는 국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한다. 16만27㎡(4만8408평) 규모로, 비축창고 4개동이, 전체 면적의 5분의 1을 차지할 정도다. 창고 4곳에는 2만3200t의 농산물을 보관할 수 있다. 이달 초 찾은 이천비축기지에서는 콩을 비롯한 밀, 무, 감자, 팥, 참깨, 고추 등 8300t의 농산물을 보관하고 있었다.

비축기지 내 창고에 보관 중인 농산물들은 각기 다른 온도와 습도, 품온(식품의 가장 안쪽 온도) 등으로 관리된다. 예를 들어 콩을 관리하는 창고는 온도 15도 이하, 습도 70% 이하로 유지된다. 661㎡(200평) 면적의 보관창고에는 1t짜리 콩 톤백들이 철제프레임에 보관돼 있었다. 이곳 창고에 있는 톤백만 400개로, 하나하나에 생산자와 생산지, 생산연도, 품종, 등급 등이 적혀 있었다. 수매 비축한 콩의 적정 보관 기간은 2년이지만 최대 3년까지 저장할 수 있다. 이렇게 보관된 콩은 시장 수급이 불안정할 때 방출된다.

김영백 이천비축기지 관리소장은 “이곳에서는 콩뿐 아니라 밀·무·감자 등 국민 먹거리와 밀접한 식량작물과 농산물을 주로 비축하고 있다”며 “비축 품목의 품위를 최적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 온도·습도·품온 등에 대한 일일점검과 정기 정밀점검을 실시하고 보관시설 위생점검도 주기적으로 진행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김장철을 맞아 배추와 무, 고춧가루, 대파 등은 수입산을 포함해 정부 비축 물량 약 1만1000t을 방출하겠다고 밝혔다. 배추는 농협 출하계약 물량 2700t을 도매시장에 집중 공급하고, 공급량이 충분한 무는 1000t가량을 사들여 보관한 뒤 공급 부족 상황이 발생하면 투입한다는 방침이다.

정부가 이렇게 국내에서 사들이는 비축 품목은 고추, 마늘, 양파, 땅콩, 두류, 사과, 배, 배추, 무, 밀, 감자 11개다. 여기에 고추, 마늘, 양파, 생강, 참깨, 땅콩, 콩, 팥(녹두), 감자 9가지 품목은 수입을 통해 비축하고 있다. 농식품부가 비축사업 지침을 수립하고 예산을 배정하면, 시행 기관인 aT가 수매, 수입, 보관, 판매 등을 담당하는 형태다.

비축기지는 국내산 농산물을 시가와 정부지정가격 등으로 사들여 농가의 소득에 기여하고, 그렇게 저장한 물량은 시장의 농산물 가격 동향에 따라 탄력적으로 공급해 소비자가격의 안정을 도모하고 있다.
한편 aT는 농산물 폐기물량이 과도하다는 감사원의 감사 결과에 대해 개선 방안을 수립 중이다. 고랭지 배추 등 품질이 빠르게 변하는 품목은 산지에서 직접 출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농산물별 전문 비축기지 도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가격 하락이 우려돼 수매를 통해 시장에서 격리한 물량을 수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앞서 지난달 31일 감사원은 aT가 최근 3년간 비축한 농산물을 3만t 폐기해 274억원의 손실이 발생했다며 폐기물량 감축 방안을 마련하라고 aT에 요청했다. 김춘진 aT 사장은 “밀·콩 등 국산 식량작물을 다량 수매 보관하고 신제품 개발과 판로 확대를 지원하며 식량자급률 제고에 힘쓰고 있다”며 “곡물 전용 비축기지 신규 설치 등 미래 식량안보 강화에 앞장서 국민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안용성 기자 ysah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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