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 보좌관 채상병 사건 수사 축소 지침 ‘의혹’ [이슈+]
국방부 장관의 군사보좌관이 해병대사령관에게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수사에 개입하는 내용의 문자를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그중에는 경찰 수사 의뢰 대상과 군 내 징계 대상자를 구분할 것을 검토하라는 내용도 있어 외압 의혹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16일 세계일보의 취재 결과 박진희 전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의 텔레그램 내용이 중앙군사법원에 증거로 제출됐다. 두 사람이 주고받은 메시지는 해병대수사단의 수사결과에 대한 보고·결재·이첩 보류 지시가 이뤄졌던 기간이다.
이달 8월1일 박 전 보좌관은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에게 “조만간 이첩은 어려워 보인다”, “빨라야 8월10일 이후 이첩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언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의뢰, 지휘책임 관련 인원은 징계로 하는 것도 검토해달라”고 한 단락이다. 당시 해병대수사단은 임성근 사단장을 포함해 8명 모두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고 보고 혐의를 적시해 경찰에 이첩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보좌관은 그 중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의뢰하고 법적이 아닌 지휘책임을 져야 하는 인원은 내부 징계를 하는 것을 검토하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그동안 국방부는 수사외압 의혹에 대해 강력히 부인해왔지만 이같은 문자는 수사 가이드라인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대목이다.
박 전 보좌관은 7월31일에도 김 사령관에게 개인적으로 궁금해서 여쭌다면서 “수사권이 없는 우리 군이 자체 조사해서 혐의가 있는 것으로 이첩한다는 것이 잘 이해가 안 된다”고 보내기도 했다.
김 사령관은 확실한 혐의자만 수사의뢰를 하란 박 전 보좌관의 말에 “지금 단계에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며 “나중에 피의자 신분이 안 되었을 때 그다음에 논의해야 할 부분이다. 경찰 조사 이후다. 나도 부하들 전부 살리고 싶은데 아쉽다”고 말했다.
또한 김 사령관은 박 전 보좌관에게 이첩을 미룰 경우 추측성 기사, 수사 미진 등 보도 예상, 유가족에게 설명하는 데 어려움 있다는 점을 설명했고 해병대수사단의 수사결과를 확인한 결과 문제점이 식별되지 않았다고도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당시 김 사령관도 박 전 단장의 주장처럼 이첩보류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결국 해병대수사단이 경북경찰청에 이첩한 자료들은 전부 회수됐고 국방부 조사본부가 이를 재조사한 끝에 최초 혐의가 적시된 8명 중 임성근 사단장을 포함한 4명의 혐의는 적시되지 않았고 2명은 명단에서 빠진 상태로 재이첩됐다.
이에 대해 박 전 보좌관은 세계일보에 문자를 통해 “장관님 지침이었다면 해병대 사령관께서 어렵다고 답장을 주고 제가 ‘넵’이라고 바로 답장을 보냈겠나. 주고받은 시간도 20분도 안 된다”며 장관의 지침을 전달한 부분은 조사본부로 이첩하지 말라는 내용뿐이었다고 말했다. 해병대수사단에서 요구한 조사본부로 이첩만 안 된다는 이종섭 장관의 지시를 전달한 것일 뿐 나머지는 개인적인 의견을 주고받았다는 것이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도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국방부 군사보좌관과 해병대 사령관과의 개인적인 SNS를 통한 문답이 오고 간 것이라 어떤 의도의 문답을 주고받았는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혐의가 있는 사람은 수사를 받도록 하고, 그렇지 않은 분들은 필요한 행정적인 지휘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저희가 계속 해왔던 설명과 같은 맥락의 얘기”라고 강조했다.
구현모 기자 lil@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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