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민도 극찬한 사이코패스 유연석..'운수오진날' 은퇴작 아니고서야 [Oh!쎈 레터]
[OSEN=박소영 기자] 우리가 알던 얼굴 그대로인데 살기와 오싹함이 가득하다. 다정한 미소는 어느새 비릿한 살인 미소로 바뀐다. ‘늑대소년’ 때의 악랄함도, ‘미스터 션샤인’ 때의 핏빛 액션도 진화했다. 티빙 오리지널 ‘운수 오진 날’ 속 배우 유연석이 미쳤다는 소리가 절로 나오는 희대의 사이코패스 연기를 펼쳤다.
24일 공개를 앞둔 ‘운수 오진 날’은 평범한 택시기사 오택(이성민 분)이 장거리 손님 금혁수(유연석 분)를 태우고 가다 그가 연쇄 살인마임을 깨닫게 되면서 공포의 주행을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다. 오택과 금혁수의 숨막히는 동행부터 금혁수를 쫓는 살인 피해자 유족 황순규(이정은 분)의 처절한 추적까지, 세 사람의 전력 질주가 손에 땀을 쥐게 만든다.
이성민은 돼지꿈을 꾼 날, 딸의 등록금에 보탤 수 있는 고액의 묵포행을 제안받은 택시 기사 오택을 맡았다. 전작인 JTBC ‘재벌집 막내 아들’에서 진양철 회장 역으로 카리스마를 뿜어냈던 그는 ‘운수 좋은 날’에선 푸근한 아저씨로 변신했다. 이정은은 원작 웹툰엔 없는 황순규 캐릭터를 소화하며 ‘운수 좋은 날’의 또 다른 추적 볼거리를 선사한다.
압권은 유연석의 존재감이다. 그가 연기한 금혁수는 학창시절 좋아했던 여자를 향한 광기어린 애정을 키우는가 하면 고속버스 사고로 전두엽이 손상돼 고통과 두려움을 못 느끼는 인물이다. 결국 그는 첫 번째 살인 피해자의 환상에 시달리며 사이코패스로 성장, 급기야 오택을 만나기 전후로 수차례 살인을 저지른다.
16일 오후 서울 용산구 용산CGV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유연석은 “혁수는 감정을 못 느끼고 통증도 못 느끼는 설정이다. 최대한 이성민 배우의 연기에 리액션을 덜 하면서 상대방의 감정 동요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계획을 펼쳐나가려는 혁수를 연기했다. 제한된 공간이지만 다양한 촬영기법으로 촬영했다. 볼거리가 한정돼 있지 않을 거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악역을 안 한 적은 없지만 이렇게 악랄한 캐릭터는 처음이라 다가가기 쉽지 않았다. 사이코패스라는 설정의 캐릭터는 기존에 많이 있었다. 기존 작품과 차별점을 고민했다. 실제 사이코패스들의 인터뷰나 다큐를 보며 힌트를 얻었다. 몰입하고 동기화 하는 과정을 분리했다. 캐릭터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저랑 떨어뜨려서 연기했다”고 덧붙였다.
그리고는 “연쇄살인마로서 섬뜩하다고 느끼는 눈빛을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했다. 그런데 혁수는 자신이 저지른 무참한 살인의 과정을 천진함을 갖고 어린아이가 놀았던 재밌는 얘기를 부모한테 기뻐하며 얘기하듯 한다. 그렇게 방향성을 잡았다. 오택이 들었을 때의 섬뜩함을 금혁수가 즐기면서 천진난만하게 말하는 것처럼 연기했다”고 강조했다.
옆에 있던 이성민이 "유연석이은 부드러운 이미지라고 생각했는데 ‘수리남’ 때 인상 깊었다. 다정하고 친절한 배우로 알았는데. 우리 작품에서도 부드러운 인상 뒤에 섬뜩한 눈빛이 인상적이다. 농담삼아 현장에서 내년을 기대해도 좋겠다, 너는 무조건이라고 했다. 진심이다. 앞으로 악역 많이 할 것 같다. 야누스 같은 얼굴을 한 배우"라고 찬사를 보낼 정도다.
짧게 표현되지만 극중 살인마 금혁수의 직업은 의사다. 유연석으로서는 SBS '낭만닥터 김사부', tvN ‘슬기로운 의사생활’ 시리즈 등에서 의사 캐릭터로 큰 사랑을 받았는데 같은 의사, 다른 느낌으로 연기 변신에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 의사 역할은 살인에 필요한 해부학을 이해하려는 수단 정도라고.
유연석은 “금혁수란 인물을 웹툰 원작으로 봤을 때 독특하다 느꼈다. 캐릭터 자체만으로도 매력적이었지만 캐스팅 제안을 받았을 때 이미지 변화에 대한 갈등이 있었다. 금혁수란 인물을 보여드리면 저의 다른 모습을 보실 수 있지 않을까 욕심이 생겼다. 그래서 ‘운수 오진 날’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배우로서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드리고 관객들에게 궁금증을 느끼게끔 하는 배우가 된다는 건 행복한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 노력하는 과정인데 근래의 캐릭터들이 말끔하고 선한 이미지가 많았다. 저도 모르게 강렬한 캐릭터들에 갈증이 심했다. 웹툰 속 기괴함을 가진 혁수를 어떻게 표현할까 고민도 컸다”고 부연했다.
이미 '운수 오진 날'은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온 스크린’ 부문에 공식 초청되며 단 1~2화 공개만으로 뜨겁게 주목 받고 있다. 배우들의 미친 연기력은 벌써 입소문을 탄 상황. 이성민-유연석-이정은으로 이어지는 최강 배우들의 앙상블과 영화를 방불케 하는 퀄리티, 숨 쉴 틈 없는 몰입감은 ‘운수 오진 날’을 최고의 기대작으로 이끌고 있다.
그 중심에 유연석이 있다. 그는 “웹툰 이미지를 실사화 했을 떄 관객들이 기대하는 점. 개구리를 닮은 금혁수의 모습을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했다. 시청자들의 반응이 어떨지 기대가 되고 설레기도 했다. 부국제 이후의 반응들은 저의 새로운 얼굴을 봤다고 좋아하시더라. 저 역시 기대하면서 24일을 기다리고 있다”고 미소 지었다.
이 정도면 한계가 없는 유연석이다. 이성민이 표현한 것처럼 유연석은 야누스의 얼굴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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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조은정 기자 cej@osen.co.kr, 방송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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