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전 현장리뷰]'이강인 마법패스-손흥민 매크로골' 한국, '유럽파 펄펄' 5-0 대승 '북중미WC 향한 산뜻한 출발'
[상암=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한국축구가 11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한 산뜻한 첫발을 뗐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이 이끄는 한국 A대표팀은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싱가포르와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첫 경기에서 조규성(미트윌란) 황희찬(울버햄턴) 손흥민(토트넘) 황의조(노리치시티) 이강인(파리생제르맹)의 릴레이골을 앞세워 5대0 대승을 거뒀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55위인 약체 싱가포르를 맞아 소나기골을 터뜨리며 미국, 멕시코, 캐나다가 공동 개최하는 북중미월드컵을 향한 경쾌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 한국은 싱가포르전 역시 22승3무2패의 절대 우위를 이어갔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C조 선두로 뛰어올랐다. 한국은 중국(FIFA랭킹 79위), 태국(112위), 싱가포르(155위)와 함께 C조에 속했다. 2차예선은 상위 2개팀이 3차 예선으로 진출한다.
한국은 1986년 멕시코 대회부터 지난 2022년 카타르월드컵까지 10회 연속 월드컵에 나섰다. 1954년 스위스 대회까지 포함하면, 통산 11회 출전이다. 한국축구에게 월드컵 예선은 쉽지 않은 무대였다. 32년만에 멕시코월드컵 본선 진출까지 고비를 넘지 못했다. 멕시코 대회에서 혈을 뚫은 후 월드컵과 인연을 이어갔지만, 롤러코스터를 탔다. 1990년 이탈리아, 1998년 프랑스, 2010년 남아공 대회처럼 손쉽게 월드컵에 나선 적도 있지만, 1994년 미국, 2014년 브라질, 2018년 러시아 대회처럼 가까스로 본선행에 성공한 경우도 있다.
최종예선을 무사히 넘긴 벤투호는 알고 있는데로, 지난 카타르월드컵에서 2010년 남아공 대회 이후 12년만에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당시 우루과이, 가나, 포르투갈과 한조에 속한 한국은 우루과이와 0대0으로 비긴 후, 가나에 2대3으로 아쉽게 패했지만, 포르투갈을 2대1로 잡으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4년 동안 꾸준히 빌드업 축구를 이어온 벤투식 뚝심이 빛을 발했다. 비록 아쉽게 브라질과의 16강전에서 패하며, 여정을 마무리했지만, 벤투 체제는 분명 성공이었다.
무엇보다 감독 선임 과정에서 시스템이 사라진 것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컸다. 클린스만 감독은 벤투 감독 선임 때와 달리, 구체적이고 투명한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았다. 감독 선임위가 유명무실해진, 말 그대로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의 픽이었다. 감독 선임을 진두지휘한, 사상 최초의 외국인 국가대표전력강화위원장 마이클 뮐러 위원장은 클린스만 감독 선임 기자회견에서 그 어떤 질문에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한 채 횡설수설하며, 팬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결국 클린스만 감독이 직접 나섰다. 선임 기자회견에 나선 클린스만 감독은 똑 부러진 답변으로 어느정도 불만을 잠재웠다. 여론 역시 이왕 선임된거 지켜보자는 목소리로 선회했다. 3월 A매치에서 카타르월드컵 멤버를 그대로 내세운 클린스만호는 벤투 시절보다 보다 직선적인 축구를 가미하며, 가능성을 보였다. 클린스만 감독이 처음부터 천명했던 아시안컵에 대한 가능성을 높였다.
국내에 없으니 당연히 K리그를 제대로 지켜보지 않았다. 지난 A매치에서 데뷔전을 치른 안현범(전북 현대)의 경우, 직접 보지 않고 선수를 선발해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우까지 범했다. K리거를 외면하니 유럽파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독일 3부리그에서 뛰는 선수가 발탁되기도 했다. 불만이 높아지는데, 클린스만 감독은 외부활동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해외 축구프로그램 패널로 나서 토트넘, 리오넬 메시, 해리 케인 등을 얘기했다. 명단 팔뵤는 생략하고, 해외 언론과 인터뷰를 하고, 유럽챔피언스리그 조추첨식에 다녀왔다. 클린스만 감독은 미국에서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했지만 여론은 악화됐다.
유럽 원정은 기름을 부엇다. 클린스만호는 영국에서 웨일스, 사우디아라비아와 2연전을 치렀다. 경기 보다 외적인 이슈가 대표팀을 덮었다. 출발 전부터 잦은 외유, K리거 외면, 유럽파 중용 등으로 시끌시끌하더니, 현지 도착 후에도 각종 문제를 일으키며 가뜩이나 좋지 않은 여론에 기름을 부엇다. 친정팀 바이에른 뮌헨과 첼시의 자선경기에 출전하겠다고 떼를 쓰는가 하면, 아들을 위해 웨일스 주장 애런 램지에게 유니폼 교환을 요청했다는 이야기가 외신을 통해 전해졌다. 상황이 좋지 않게 흐르자 스포츠조선 등 현지로 간 기자들과 1시간 가까이 인터뷰를 진행했지만, "K리그를 다 볼 필요가 없다", "나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으면 다른 감독을 찾아라"라는 말로 팬들을 아연실색하게 했다.
설상가상으로 선수들의 제 포지션 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직전 멀티골을 넣었던 홍현석(헨트)은 중앙이 아닌 측면에서 헤매는 모습이었고, K리그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 이순민(광주FC)을 공격형으로 활용했다. 당연히 경기가 제대로 될리가 만무했다. 부임 후 역대 최장 기간 무승 기록은 클린스만 감독의 몫이었다.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있지만, '무색무취'라는 말로도 부족할 정도로 색깔이 없는 경기를 보여주고 있다. 입으로는 공격축구를 부르짖지만, 정작 6경기에서 5골 뿐이다. 세부 디테일은 부족하고, 해줘 축구가 난무하는 모습이다. 불행하게도 지금 대표팀은 역대 최고의 멤버를 자랑한다. 여론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이같은 여론에 따라, 9월 A매치 후 한국에 들어왔다. KFA는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여론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국내 귀국을 강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스만 감독 역시 현재 상황을 고려해, 협회의 요청을 받아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귀국 후 인터뷰에서 "이번 소집을 통해 긍정적인 부분을 찾을 수 있었다. 우리가 어떻게 성장하고 발전하는지, 다음 소집에 대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하는지 나눌 수 있었다"며 "많은 분들이 나를 기다리신다고 해서 들어왔다.(웃음) 협회에서 보통 해외 원정을 마치면 감독이 선수들과 같이 들어온다고 하더라. 일정을 바꾼다고 큰 문제가 없었고, 팀고 이동하는게 맞다고 생각했다. 친선 경기 후에 많은 분들이 환영해주는 새로운 경험도 해보고 싶었다"고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여론이나 팬들의 생각은 협회 오피서를 통해 듣고 있다. 매번 이야기하는 시작점으로 가게 됐다. 내가생각하는 부분과 미디어, 팬들이 생각하는 부분이 다르다. 아직도 우려가 있다. 내가 생각하는 대표팀 감독의 업무는 국제적인 활동울 해야 한다. K리그 감독을 하면 상주를 해야 한다. 대표팀 역할은 다르다. 지속적으로 어디에 있던 일을 하고 있다. 대표팀 감독 하면서 변화를 주거나 하지 않을거다. 내 스스로 얼마나 열심히 일을 하는지 알고 있다. 나와 코칭스태프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지속적으로 내 업무 방식으로 대표팀을 운영할거다. K리그를 안보지 않는다. 와서도 많이 보려고 한다. 지속적으로 업무하면서 아시안컵 좋은 성적 낼 수 있도록 열심히 하고 있다. 업무 방식을 바꾸지 않을거다. 다시 이야기하고 싶지만 대표팀은 국제 경기를 치러야 한다. 메이저 대회는 해외에서 열린다. 소속팀이나 리그 경기와는 다르다. 국제적으로 어떻게 준비하고 어떤 경기를 치르는지, 경쟁 국가의 주요 선수가 어떻게 할약하는지 알아야 한다. 국제적 시야를 갖고 많은 것을 보고 분석을 하는게 중요하다. K리그 감독이라면 한국에서 여러 팀을 분석해서 어떻게 활약하고 꾸리는지 걱정하겠지만 대표팀 감독은 많이 다르다. 대표팀의 경우 상대팀은 해외에 있다. 중요한 선수들이 해외에 있다. 다르다. 내 사무실은 그 어느 공간이든 노트북만 있으면 그 곳이 내 사무실이다. 아시안컵까지 좋은 성적을 내면 북중미월드컵까지 넓은 업무 반경이 생기지 않을까 싶다. 다시 한번 대표팀 감독의 업무와 프로팀 업무가 다르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다"고 했다.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여론은 야유를 통해 표출됐다. 13일 한국-튀니지의 평가전이 열린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이날 경기 시작 30분 전 한국 선수들의 소개가 시작됐다. 선발 출전하는 선수들의 이름이 불렸다. 전광판에는 선수들의 얼굴이 떴다. 일찌감치 경기장에 꽉 들어찬 구름관중들은 선수들의 이름이 불릴 때마다 환호했다. 이강인과 손흥민의 이름이 호명되자, 장내는 떠나갈 듯한 함성이 쏟아졌다. 하지만 곧바로 장내는 함성이 아닌 야유 소리로 바뀌었다. 장내 아나운서가 클린스만 감독의 이름을 호명하자 관중들은 "우~~"라고 비난하면서 야유를 보냈다. 클린스만 감독에 대한 팬들의 불신이 어느정도 인지 보여주는 대목이었다.
다행히 클린스만 감독을 향한 부정적인 기류는 조금씩 바뀌고 있다. 서서히 결과를 만들기 시작했다. 클린스만호는 3월과 6월, 9월과 10월 A매치를 치렀다. 굴곡이 많았다. 카타르월드컵 멤버를 중심으로 한 콜롬비아(2대2 무), 우루과이(1대2 패)와의 3월 A매치 2연전에서는 공격적인 축구로 호평을 받았다. 손흥민을 센트럴손으로 두고, 보다 직선적인 축구를 펼치며 벤투 시절보다 다이나믹한 모습으로 바뀌었다. 하지만 기대는 곧 실망으로 바뀌었다. 이후 펼쳐진 경기들에서는 특별한 색깔이 보이지 않아 많은 우려를 낳았다. 클린스만 감독이 직접 픽을 한 6월 A매치에서는 박규현(디나모 드레스덴) 원두재(김천 상무) 김주성(FC서울) 안현범(전북 현대) 박용우(울산 현대) 홍헌셕(헨트) 등 새 얼굴들이 가세했다. 하지만 클린스만의 황태자는 없었다. 결과도 좋지 않았다. 페루(0대1 패), 엘살바도르(1대1 무)를 상대했지만 1무1패를 거뒀다. 9월 A매치 사우디를 상대로 가까스로 1승을 챙겼다.
하지만 10월 분위기를 확 바꿨다. 9월 A매치와 비교해 멤버를 바꾸지 않은 클린스만 감독은 "월드컵 예선과 아시안컵에 대비해 연속성과 지속성이 필요한 시기"라고 설명했다. 이번 명단에는 지난 9월 유럽 원정에 소집된 주장 손흥민을 비롯해 김민재 이재성 황인범 황희찬 조규성 등 주축 멤버들이 그대로 이름을 올렸다. 지난 9월 영국 원정 소집 명단과 비교할 때 이강인 정우영(슈투트가르트) 김진수(전북) 김태환(울산)이 발탁됐고, 대신 양현준(셀틱) 이동경(울산) 김지수(브렌트포드) 안현범(전북) 강상우(베이징)가 제외됐다. 이전까지 발을 맞춘 기존 선수들의 조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뜻이었다. 튀니지와 베트남을 상대로 무려 10골을 몰아쳤다. 결과와 내용을 모두 잡았다. 튀니지전에서 무려 4골을 퍼부었다. 몸상태가 좋지 않은 손흥민이 벤치에 앉았지만, 이강인이 맹활약을 펼쳤다. 이강인이 A매치 데뷔골이자 이날 멀티골을 폭발시켰다. 이강인은 후반 10분 프리킥 상황에서 환상적인 감아차기로 선제골을 넣은데 이어, 2분 뒤 박스 안 혼전 상황에서 상대 수비 한명을 제친 후 또 다시 튀니지 골망을 흔들었다. 후반 22분에는 날카로운 코너킥으로 김민재의 헤더골을 도왔다. 후반 추가시간 황의조가 대미를 장식했다.
튀니지는 FIFA랭킹 31위의 아프리카 강호. FIFA랭킹 28위인 한국보다는 순위에서는 뒤져 있지만, 역대전적 1무1패로 한국이 뒤져 있다. 이날 대승으로 클린스만 감독은 일단 '위기'를 넘겼다. 에이스 손흥민이 없었지만, 강력한 전방 압박과 이강인 김민재의 골로 오랜만에 시원한 승리를 거뒀다. 최근 A매치에서 강력한 수비력을 입증한 튀니지를 상대로 4골을 넣었다는 점은 확실히 의미가 있었다.
이어 펼쳐진 베트남전. 당초 FIFA 랭킹이 다소 낮은 베트남과의 평가전이 큰 의미가 있는지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셌다. 베트남의 FIFA랭킹은 95위였다. 전력차가 크다. 베트남은 직전 중국과의 A매치에서 0대2로 패했다. 최근 한국은 동남아 팀과 경기를 많이 하지 않았다. 한국이 안방에서 동남아팀과 친선경기를 치르는 것은 무려 32년만의 일이다. 클린스만 감독은 "당연히 세계 최강국을 상대하면 좋다. 나도 마찬가지다. 요즘은 대륙마다 대회가 많아서 매치업이 쉽지 않다. 어려움이 있고, 그러면 어떻게 A매치에서 최대한 얻을 수 있을까, 그러면 아시안컵을 대비하자. 다른 유형을 하고 대비하는게 좋다고 생각해서 생각한거다. 약팀이 아니라 베트남을 아시안컵이나 예선에서 만나야 한다. 약체는 아니다. 좋은 팀과 만나지 못했을때 어떻게 최대한 활용할지에 대한 고민이었다"고 했지만, 과연 안방에서 평가전까지 치러가며 대비해야 하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하지만 대승을 통해 이같은 우려를 바꿨다. 특히 이날 무엇보다 모든 팬들이 원하는 손흥민-이강인의 공존에 대한 답을 찾았다. 손흥민-이강인이 함께 그라운드를 누빈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카타르월드컵 본선에서 함께 뛰었고,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 부임 후 치른 3월 A매치에서도 호흡을 맞췄다. 하지만 눈에 띌만한 '케미'를 보여주지 못했다. 따로 노는 인상이 짙었다. 둘간의 호흡을 통해 시너지를 높이는 장면은 거의 없었다. 지난 튀니지전에서 이강인이 2골-1도움의 빼어난 활약을 펼쳤는데, 당시 손흥민은 벤치에 있었다.
베트남전은 둘이 처음으로, 본격적인 호흡을 맞췄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경기였다. 물론 상대팀 전력이 워낙 떨어지기는 했지만, 두 선수가 '케미'를 통해 유의미한 장면을 만들었고, 그 장면들이 대단히 위력적이었다는 것은 분명 주목할만하다. 이날 손흥민은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 이강인은 오른쪽 날개로 나섰다. 두 선수는 포지션에 구애없이 자유롭게 이동했는데, 동선이 겹치지 않았다. 손흥민은 중앙과 왼쪽을 기반으로 2선과 3선을 오가며 공을 전개했고, 이강인은 오른쪽을 중심으로 가운데로 파고 들며 기회를 엿봤다. 이재성이 윤활유 역할을 해주며, 두 선수가 보다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다.
두 선수는 시종 환상적인 호흡을 과시하며, 공격을 이끌었다. 전반 16분 그토록 원하는 장면이 골로 연결될 뻔 했다. 이강인이 절묘한 속임수 동작으로 수비 한명을 제친 후 손흥민에게 스루패스를 찔러주었다. 손흥민이 골키퍼와 맞서는 기회에서 오른발슛을 시도했지만, 상대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다. 흐름을 읽는 눈이나 기술, 모든 면에서 '어나더 레벨'인 둘은 볼을 주고 받으며 위협적인 장면을 만들었다.
후반 14분 추가골도 두 선수의 발에서 만들어졌다. 이강인에게 볼을 건네 받은 손흥민이 황희찬에게 연결했다. 황희찬이 내준 볼을 손흥민이 슈팅으로 연결했다.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여러 차례 기회를 만든 둘은 마침내 합작골까지 만들어냈다. 후반 24분 손흥민의 패스를 받은 이강인이 박스 안으로 진입해 수비 한명을 제친 후 침착한 오른발 감아차기로 추가골에 성공했다. 둘은 진한 포옹을 나누며, 기쁨을 함께 했다. 한국은 베트남을 상대로 무려 6골이나 폭발시켰다. 김민재 황희찬 손흥민 이강인 정우영 유럽파들이 나란히 골맛을 봤다는 것도 의미가 있었다. 클린스만호는 초반 부진을 딛고 3연승에 성공, 분위기를 타며 실전으로 돌입했다.
첫 관문 싱가포르전, 클린스만 감독과 손흥민 모두 '방심'을 언급했다. 1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 나선 클린스만 감독은 "중요한 날이다. 월드컵 예선이 시작되는 날이다. 월드컵 예선은 긴 여정이다. 어느 때보다 진지하게 경기 임할 것이다. 싱가포르가 절대 약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들을 환영하지만, 경기는 진지하게 할 것"이라고 했다.
손흥민 역시 "상암에서 오랜만에 경기를 한다. 예선이라는 긴 여정을 앞두고 시작이 중요하다. 첫 단추를 잘 꿰야 한다. 축구에서 쉬운 경기는 없다. 항상 축구에는 이변이 있고, 이것때문에 사람들이 축구를 좋아한다. 이런 이변이 절대 한국에서 일어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잘 준비하고 있다. 현재 팀 분위기는 상당히 좋다. 결과를 못내고 있었는데, 10월 A매치에서 좋은 경기를 하고 결과까지 잡았다. 좋은 분위기로 마무리했기에 싱가포르전이 기대된다"고 했다.
손흥민에게 또 한번 찾아온 월드컵이다. 그는 2014년 브라질월드컵을 시작으로, 지난 카타르월드컵까지 3번의 월드컵을 경험했다. 브라질과 2018년 러시아 대회에서 눈물을 흘렸던 손흥민은 카타르 대회에서 16강의 달콤한 결실을 맛봤다.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네 번째 월드컵, 손흥민은 앞만 보고 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손흥민은 "네 번째 월드컵을 끝까지 갈 수 있을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나는 미래에도, 과거에도 살지 않는다. 현재만 생각한다. 앞에 있는 두 경기만 생각하고 있다. 현재 위치에서 할 수 있는 것만 하려고 한다"며 "대표팀에 나보다 어린 선수들이 많다. 많은 것을 가르쳐 줄 수 있는 위치는 아니지만, 그간 느끼고 배운 것을 알려주려 한다. 월드컵 여정은 길다. 좋은 길만 갈 수 없다. 분명히 가다가 떨어질 때도 있다. 가시밭길을 갈 수도 있다. 이때 경험 많은 선수들이 잘 지켜줘야 한다. 잘 갈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했다.
경기 전 변수가 있었다. 대한축구협회(KFA)는 16일 '홍현석(헨트)을 부상으로 제외하고, 박진섭을 대체 발탁한다'고 발표했다. KFA는 '15일 공식 훈련 전 홍현석이 왼쪽 정강이 부위에 불편함을 느꼈고, 검사 결과 미세한 피로 골절로 판정받았다'며 '심각한 부상은 아니나 피로 골절의 경우 초반 관리가 중요하다는 의무 팀의 판단으로 예방과 휴식 차원에서 제외를 결정했다. 싱가포르전 이후 소집 해제된다'고 했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곧바로 홍현석의 대체자를 물색했고, 박진섭을 찍었다. 박진섭은 15일 밤에 대표팀에 합류했다.
클린스만 감독의 선택은 최정예였다. 유럽파들을 총출동시켰다. 최전방에는 조규성이 섰다. 2선에는 한국축구가 자랑하는 선수들이 모두 나섰다. 황희찬 손흥민 이재성 이강인이 자리했다. 황희찬과 손흥민, 이강인은 연일 소속팀에서 공격포인트를 쏟아낼 정도로 최고의 활약을 펼치고 있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각각 8골과 6골을 폭발시키고 있다. 손흥민은 득점 3위다. 이강인도 PSG의 주전으로 자리 매김하며, 계속해서 득점과 도움을 만들어내고 있다. 황인범(즈베즈다)가 원볼란치로 나섰고, 포백은 이기제(수원)-김민재-정승현-설영우(이상 울산)가 이뤘다. 골키퍼 장갑은 김승규(알샤밥)이 꼈다. 클린스만 감독은 전문 수비형 미드필더 없는 4-1-4-1 전형으로 싱가포르의 밀집수비를 깨겠다는 전략을 들고 나왔다.
혹사 논란 중인 김민재가 예상대로 그라운드를 밟았다. 김민재는 리그를 바꾼데다, 시즌 개막 전에는 기초 군사훈련까지 받았다. 지난 겨울에는 카타르월드컵 본선을 뛰었고, 당시에도 몸상태는 100%가 아니었다. 관리가 필요하지만, 바이에른의 상황은 여의치 않다. 이유가 있다. 바이에른의 기형적인 스쿼드 때문이다. 바이에른에는 단 세명의 센터백 밖에 없다. 바이에른은 올 여름 많은 공을 들여 김민재를 영입했다. 이 과정에서 뤼카 에르난데스와 벤자민 파바르를 각각 파리생제르맹과 인터밀란으로 보냈다. 중앙과 측면으로 오가며 쏠쏠한 활약을 할 수 있는 요십 스타니시치도 레버쿠젠으로 임대를 갔다. 물론 김민재, 다요 우파메카노, 마타이스 더리흐트라는 이름값이 엄청난 세명의 센터백을 보유했지만, 리그, 유럽챔피언스리그,FA컵 등을 모두 소화하는 바이에른 입장에서는 사실 너무 빈약한 스쿼드다.
우려는 현실이 됐다. 우파메카노와 더리흐트가 번갈아 쓰러졌다. 더리흐트는 전반기 아웃이 유력한 상황이다. 유일하게 남은 김민재가 고생하고 있다. 김민재는 리그를 바꾼 데다, 시즌 개막 전에는 기초 군사훈련까지 받았다. 관리가 필요하지만, 바이에른의 상황은 여의치 않다. 김민재는 바이에른이 올 시즌 치른 18번의 공식 경기 중 17번에 나섰고, 그 중 풀타임은 16번에 달한다. 최근에는 14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 중이다. 3부리그팀과의 경기, 심지어 7대0으로 앞선 상황에서도 끝까지 경기를 뛰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부상 우려까지 있다. 최근 경기 막판 다리를 만지는 모습을 자주 보였던 김민재는 지난 9일 갈라타사라이와의 UCL 경기에서는 경기 막판 상대가 뛰어들어가는 상황 속에서 스프린트 조차 하지 못하며 실점하는 장면을 지켜보기도 했다. 언제 쓰러져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다.
일단 바이에른 일정을 가까스로 마친 김민재는 대표팀에 합류했다. 김민재는 대표팀에 합류한 13일 첫 훈련을 호텔에서 소화했다. 일단 14일과 15일 훈련에 나서 몸상태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당장 경기출전에는 문제가 없을 전망이지만 부상 우려 때문에 휴식을 줘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클린스만 감독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그는 1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싱가포르와의 2026년 북중미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첫 경기에 출전시키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선수가 가장 피로할때는 12~13시간 비행기를 타고 착륙할 때다. 5경기 연속 출전하는 게 훈련만 하는 것 보다 더 낫다. 월드컵 예선은 어떤 선수든 죽기살기로 뛰고 싶은 무대다. 김민재는 피곤하지 않고 쉬는 것은 원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클린스만 감독은 경기 전 공헌한데로 김민재를 선발 명단에 투입시켰다.
킥오프 됐다. 초반부터 한국이 일방적으로 싱가포르를 밀어붙였다. 전방부터 강한 압박으로 싱가포르가 전진조차 못하게 막았다. 전반 2분 황인범의 침투패스를 받은 조규성이 좋은 위치에서 슈팅으로 연결했다. 하지만 조규성이 한발 앞서 있었다. 오프사이드 였다. 5분 황희찬이 왼쪽에서 날카로운 드리블을 선보였다. 좋은 위치에서 파울을 얻어냈다. 페널티 박스 왼쪽 바로 바깥, 손흥민이 강력한 오른발슛을 시도했다. 수비 머리 맞고 골대를 벗어났다. 상대의 밀집수비 속 활로를 찾지 못하자 황인범이 중거리슛으로 분위기를 바꿨다. 9분 먼거리서 날카로운 왼발슛을 시도했지만,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10분에는 오른쪽에서 이강인의 코너킥을 올렸다. 조규성이 뛰어들며 머리에 맞췄지만, 크로스바를 벗어났다. 12분에는 황희찬이 왼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조규성이 또 다시 헤더로 연결했다. 역시 빗나갔다. 16분 황희찬이 왼쪽에서 중앙으로 이동하며 오른발슛을 날렸다. 수비 맞고 골키퍼가 잡아냈다. 18분 황인범의 날카로운 롱킥이 침투하던 손흥민으로 향했다. 손흥민이 잡기 직전 상대 골키퍼가 뛰어나와 머리로 걷어냈다.
20분에는 아찔한 장면이 나왔다. 김민재가 상대 공격을 끊어내려다 태클에 막혔다. 김민재는 통증을 느끼는지 가만히 서서 다리쪽을 만졌다. 21분 이강인의 침투패스가 손흥민으로 향했지만, 이재성의 위치가 오프사이드였다. 22분 한국이 싱가포르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득점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이강인이 오른쪽에서 돌파하며 중앙으로 볼을 건넸다. 조규성이 뛰어들며 헤더로 연결했고, 이재성이 뛰어들며 마무리했다. 부심은 조규성이 헤더하는 순간 오프사이드 깃발을 들었다. 하지만 느린 장면으로 본 결과 조규성의 위치는 완벽하게 온사이드였다. VAR이 없는 것이 아쉬웠다.
24분 싱가포르의 첫 슈팅이 나왔다. 오른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아누아르가 헤더로 연결했다. 하지만 골대를 크게 벗어났다. 25분 손흥민이 박스 왼쪽에서 오른발 감아차기를 시도했다.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1분 뒤 설영우가 박스 내 돌파를 시도하다 걸려 넘어졌지만, 주심은 휘슬을 불지 않았다. 한국은 황희찬의 과감한 돌파로 기회를 노렸지만, 마무리가 아쉬웠다.
28분 전반들어 가장 좋은 기회를 만들었다. 이강인이 오른쪽을 돌파하며 오른발 크로스를 시도했다. 이재성이 뛰어들며 헤더로 연결했다. 골키퍼의 슈퍼세이브에 막혔다. 33분에는 골대를 맞고 나왔다. 이기제가 왼쪽에서 크로스를 올렸다. 손흥민이 뛰어들며 헤더를 시도했다. 경합 중 볼이 떴고, 이를 조규성이 발리슛으로 연결했다. 크로스바를 강하게 때렸다. 이어 한국은 계속해서 싱가포르의 골문을 두드렸지만, 아쉽게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한국은 35분 여러번의 패스 후 손흥민이 박스 안에서 볼을 잡았다. 돌파하던 중 상대 태클에 걸려 넘어졌지만,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하지 않았다. 37분에는 이강인의 날카로운 프리킥에 이어 흐른 볼을 조규성이 경합했지만, 주심은 이번에는 빠르게 휘슬을 불었다. 한국은 싱가포르의 밀집수비를 상대로 짧은 패스로 풀어나갔지만, 마지막 과정을 넘지 못했다. 41분에는 싱가포르에서 뛰는 귀화선수 송의영이 멋진 드리블을 시도했지만 한국 수비가 잘 막아냈다.
답답했던 흐름을 이강인이 마법 같은 패스 한방으로 바꿨다. 45분 이강인이 오른쪽에서 대지를 가르는 왼발 패스를 찔렀다. 궤도와 강도, 타이밍 모두 완벽했다. 조규성이 뛰어들며 왼발을 갖다 댔다. 그대로 싱가포르 골망을 갈랐다. 이어 추가시간 김민재가 공격에 나섰다. 김민재의 패스를 받은 이기제의 크로스가 날카롭게 골대로 향했다. 조규성이 다이빙 헤더를 시도했지만 맞지 않았다. 골키퍼가 펀칭으로 막았다. 뛰어들던 황희찬이 헤더로 빈 골대에 밀어넣었다. 하지만 수비가 골대 앞에서 막아냈다. 한국은 이강인이 날카로운 돌파로 마지막까지 기회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더이상 추가골은 나오지 않았다. 결국 전반은 한국의 1-0 리드로 마무리됐다. 일방적인 파상 공세 속 단 한골 밖에 넣지 못한게 아쉬운 전반전이었다.
후반 한국은 멤버에 변화를 주지 않았다. 후반에도 한국의 공세는 계속됐다. 황희찬이 왼쪽에서 날카로운 돌파로 기회를 만들었다. 후반 2분 좋은 기회를 만들었다. 이강인이 오버래핑하던 설영우에게 감각적인 패스를 찔렀다. 설영우가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다. 조규성이 높게 뛰어올라 헤더를 연결했다. 아쉽게 떴다. 결국 추가골을 만들었다. 4분 이강인이 오른쪽을 돌파했다. 걸려 넘어졌지만 주심은 어드밴티지를 줬다. 조규성이 크로스를 올렸고, 황희찬이 뛰어들며 머리로 마무리했다. 황희찬은 특유의 멀리 바라보기 세리머니를 한국팬들에게 보여줬다.
9분 위기를 맞았다. 싱가포르가 프리킥 상황에서 한국의 골망을 흔들었다. 뛰어들며 헤더로 연결한 선수의 위치가 오프사이드였다. 한국이 다시 공격에 나섰다. 11분 설영우의 컷백을 조규성이 뛰어들며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제대로 맞지 않았다. 이어 황희찬 이기제로 이어진 볼을, 이기제가 크로스로 연결했지만, 우리 공격수 머리에 맞지 않았다. 한국은 계속해서 왼쪽을 중심으로 공격을 풀어나갔다. 이기제의 크로스는 영점 조준이 되지 않는 모습이었다.
16분 싱가포르가 두번째 슈팅을 날렸다. 송의영의 중거리슛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손흥민이 해결사로 나섰다. 17분 손흥민이 박스 오른쪽에서 중앙으로 치고 들어가며, 특유의 감아차기를 시도했다. 환상적인 궤도를 그리며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손흥민의 매크로골이었다. 곧바로 한국이 변화를 택했다. 조규성 이기제 이재성을 빼고, 황의조 정우영 김진수가 투입됐다.
20분 손흥민이 결정적인 찬스를 놓쳤다. 설영우가 오른쪽에서 빨랫줄 같은 땅볼 크로스를 시도했다. 손흥민이 뛰어들며 왼발에 맞췄다. 하지만 골대를 살짝 벗어났다. 31분 한국이 또 한골을 얻어낼 절호의 찬스를 만들었다. 이강인이 오버래핑 하던 설영우에게 환상적인 힐패스를 보냈다. 설영우가 돌파하던 중 상대 수비에 걸려 넘어졌다.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키커로 황의조가 나섰고, 골키퍼를 속이며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한국이 네번째 골을 만들어냈다.
한국의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한국이 두 명을 더 바꿨다. 24분 황인범과 황희찬을 뺐다. 대신 오현규(셀틱)와 이순민이 투입됐다. 26분 손흥민의 환상적인 로빙 패스가 오현규에게 연결됐다. 오현규는 뛰어들며 골키퍼 가랑이 사이로 슈팅을 시도했지만, 골키퍼 선방에 막혔다. 이어진 코너킥 상황에서 김민재가 상대 수비수와 충돌하는 험악한 장면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30분 김진수가 오버래핑하며 크로스를 시도했다. 이강인이 몸싸움 끝에 왼발슛으로 연결했다. 수비 맞고 나왔다. 1분 뒤 김진수의 크로스는 아쉽게 손흥민의 발에 맞지 않았다. 35분에는 정우영이 돌파하며 오른발을 시도했다.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하지만 앞선 장면에서 싱가포르의 수비수가 손흥민을 뒤에서 걷어찼다. 손흥민은 오랫동안 고통스러워 하며 일어나지 못했다. 다행히 손흥민은 일어나 남은 시간을 소화했다.
한국은 남은 시간 무리하지 않고 여유 있게 공격을 만들어갔다. 이강인까지 골릴레이에 가세했다. 39분 이강인이 아크 정면에서 상대 수비가 걷어낸 볼을 잡았다. 강력한 왼발슛을 시도했다. 그대로 골망을 흔들었다. 한국의 공세는 마지막까지 이어졌다. 42분 이강인이 오른쪽에서 환상적인 개인기를 선보였다. 설영우의 크로스에 이어 흐른 볼을 김진수가 슈팅으로 연결했다. 떴다. 한국의 압박은 마지막까지 강했다. 싱가포르 선수들이 전혀 풀지 나오지 못했다.
45분 김진수가 왼쪽에서 올려준 크로스를 오현규가 멋진 터닝슛으로 연결했다. 살짝 빗나갔다. 추가시간은 4분이 주어졌다. 싱가포르가 한골이라도 만회하기 위해 나섰지만, 한국의 압박에 전진하지 못했다. 김민재의 환상 수비 후 내준 볼을 정우영과 김진수를 통과하는 재밌는 장면도 나왔다. 결국 경기는 한국의 5대0 대승으로 마무리됐다.
중국은 여전히 아시아 축구의 변방이다. FIFA 랭킹에선 아시아에서 11번째다. 일본(18위), 이란(21위), 한국, 호주(27위), 사우디아라비아(57위), 카타르(61위), 이라크(68위), UAE(69위), 오만(72위), 우즈베키스탄(73위)에 이어 중국이다. 참가국이 48개국으로 늘어나는 북중미월드컵에서 아시아에 배정된 본선 티켓은 4.5장에서 8.5장으로 늘어났지만 본선 진출을 장담할 수 없다. 중국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월드컵 본선에 오른 것은 2002년 한-일월드컵이었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독일 출신) 시절인 2017년 3월 23일이었다. '창사 참사'의 흑역사가 쓰여진 날이다. 한국 축구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6차전에서 중국과 맞닥뜨렸다. 당시 중국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은 86위, 한국은 40위였다. 한 명이 빠졌다. 한국 축구의 간판 손흥민(토트넘)이 경고누적으로 결장했다. 그 공백은 컸다. 슈틸리케호는 중국에 0대1로 패했다. 2010년 2월 일본 도쿄에서 벌어진 동아시안컵 0대3 패배 이후 7년 만의 눈물이었다.
중국도 대한민국을 '넘사벽'으로 판단하고 있다. 싱가포르, 태국과의 경쟁에서 한 장의 티켓을 거머쥐기를 바라고 있다. 대한민국을 맞아 '이변'도 노리고 있다. 중국 A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세르비아 출신의 알렉산다르 얀코비치 감독은 "한국은 개인 기량, 팀 안정성, 자신감 측면에서 세계적인 팀이다. 우리에게 큰 도전"이라면서도 "우리는 이기기 위해 경기할 것"이라고 말했다. 클린스만호는 19일 격전지 중국으로 출국한다.
중국전을 마치면, 내년 1월에는 대망의 아시안컵에 나선다. 한국은 1960년 이후 64년만의 우승에 도전한다. 손흥민 김민재 이강인 등 황금세대를 앞세운 한국은 이번이야 말로 우승 도전의 적기로 여기고 있다. 아시안컵은 클린스만 감독의 중간 평가 지점이기도 하다. 클린스만 감독은 부임부터 줄곧 "목표는 아시안컵 우승"이라고 천명한 바 있다. 한국은 말레이시아, 요르단, 바레인과 함께 E조에 속했다.
상암=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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