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원 내쫓고 외국인 고용…노·노 갈등 부추기는 ‘건폭몰이’
건설노조, 해당 회사 고발 나서
“정부가 노동자 간 갈등 조장”
정부의 ‘건폭몰이’ 이후 건설현장에서 노조원을 해고하고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경우가 늘면서 해고 노동자들이 불법고용 혐의로 건설사를 고발하는 등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고발을 접수한 고용노동청은 “법무부에 불법체류 단속 요청을 하겠다”는 입장이다. 건폭몰이가 국내 노동자와 이주노동자 간 ‘노·노 갈등’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시공 하도급사인 A건설사는 대구 서구의 한 건설현장에 고용 중이던 건설노조 대구경북지부 소속 노조원 50여명을 지난달 21일 전원 해고했다. 이어 이틀 뒤 이들을 대신할 이주노동자 70여명을 채용했다. 이 과정에서 단체협약 미적용과 임금 삭감을 받아들인 조합원 3명을 재채용하기도 했다.
건설노조 대구경북지부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을 불법고용했다며 건설사를 대구지방고용노동청에 고발했다. 외국인고용법은 고용허가를 받지 않고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한 사업장에 대해 3년간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을 제한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노동청은 지난 3일 보도자료를 내고 “미등록 외국인의 적발 및 단속은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의 역할이며 노동청은 단속 권한이 없다”면서 “제3차 정부합동단속 대상 선정 시 (해당 현장을) 반영해달라고 대구출입국사무소에 협조 요청했다”고 밝혔다.
건설노조 측은 노동청이 고발 취지를 왜곡해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반발했다. 박세중 건설노조 대구경북지부 사무국장은 16일 통화에서 “미등록 외국인을 적발하라는 게 아니라 불법고용 사업주를 처벌해달라는 것”이라며 “건설사는 유급휴일 미적용, 근로계약서 미작성, 식당 이용 불가 등 노동권을 보장하지 않고 외국인 노동자를 고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은석 건설노조 정책국장은 “노조원을 해고하고 외국인 노동자를 불법고용하는 일이 전국적으로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며 “노동청은 사업주에 고용제한 조치를 할 수 있음에도 단속 권한을 운운하면서 출입국관리소에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의 경우 출입국관리소의 단속에 걸리면 추방 조치가 이뤄진다. 단속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이뤄질 가능성이 다분하다”고 했다. 실제로 지난 7일 법무부 출입국외국인관리소 직원이 경북 경주시의 한 공단에서 미등록 외국인 노동자의 목을 감고 끌고 가는 모습이 SNS상에 공개돼 인권침해 논란이 일었다.
전문가들은 정부와 건설사가 노동자 간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병훈 중앙대 사회학과 명예교수는 “문제의 출발은 정부의 노조 정책이다. 1980년대부터 노조활동을 하거나 사업주 입장에서 거슬리는 행동을 한 노동자의 취업을 제한하는 일은 빈번했다”며 “현재 건설현장의 상황도 그 연장선으로 보인다. 정부와 건설사가 국내 노동자와 외국인 노동자 간 이해충돌을 조장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세훈·최혜린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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