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받는 돈만 160조…‘서양물’ 먹은 중국 재벌 2세들 몰려온다

송광섭 기자(opess122@mk.co.kr) 2023. 11. 16. 2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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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성장 이끈 1세대 은퇴
대표 기업 11곳 승계 착수
2세 대부분 美·英 유학파
中최고 갑부 ‘생수왕’ 중산산
아들에 물려줄 자산만 81조
중국 오성홍기 [EPA = 연합뉴스]
중국 경제 성장을 견인해온 주요 기업들이 본격적인 가업 승계에 나서고 있다. 창업자들의 은퇴 시기가 다가오면서 해외 유학파 출신의 20·30대 자녀들이 경영 전면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은 가업 승계라는 개념이 희박하고 상속세도 없는데, 최근 빈부격차가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또 당국이 언제 규제 잣대를 들이댈 지 몰라 풍부한 외국 경험과 젊은 감각을 앞세운 2세들이 순탄하게 기업을 물려받을 수 있을지 관심이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억만장자 지수에 따르면, 중국 대기업 11곳에서 ‘2세 경영’을 진행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자녀가 회사 대표를 맡고 있거나 특정 사업부문을 총괄하는 식으로 이미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회사들이다. 11개 기업의 2세가 부모로부터 물려받을 상속 규모는 지난달 말 기준 1200억달러(약 15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상속 규모로 보면 중슈즈 농푸스프링 사외이사가 가장 많다. 중국 최고 부자인 ‘생수왕’ 중샨샨 농푸스프링 회장의 아들로, 물려받을 자산 규모만 623억달러(약 81조원)에 달한다. 1988년생인 중 사외이사는 미국 캘리포니아 어바인 대학에서 영어를 전공한 뒤 2014년 농푸스프링에 합류했다. 현재는 사외이사로서 사업 계획과 투자 활동에 관해 조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996년 설립된 농푸스프링은 중국 최대 생수 제조사로 성장했다.

그 다음으로는 중국 최대 민간 석유화학기업인 헝리그룹 2세 천이팅 헝리석유화학 국제경영무역본부장이 꼽힌다. 상속금액은 106억달러(약 13조8000억원)에 이른다. 1993년생인 천 본부장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헝리그룹의 여행 부문 이사로 근무하다 현재는 싱가포르에서 헝리석유화학의 해외사업 부문를 이끌고 있다. 중국 쑤저우에 본사를 둔 헝리그룹은 판홍웨이 회장과 남편 천지엔화가 지분 100%를 보유 중이다.

‘중국의 헨리포드’로 불리는 리슈푸 지리그룹 회장의 아들 리싱싱 링크앤코 전무의 상속금액도 101억달러(약13조2000억원)로 집계됐다. 1985년생인 리 전무는 영국 에식스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한 뒤 2012년 지리그룹에 입사했다.

현재는 지리와 스웨덴 볼보의 합작 전기차 브랜드인 링크앤코를 총괄하고 있다. 중국 항저우에 본사를 둔 지리는 2010년 볼보를 18억달러(약 2조3000억원)에 인수하며 중국 최대 자동차업체로 성장했다.

한소제약 창업자인 중후이쥐안 회장의 자녀인 쑨위안 한소제약 전무도 상속금액이 84억달러(약 11조원)로 추정된다. 1987년생인 쑨 전무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생명의학을 전공했다. 이후 투자회사에서 분석가로 일하다 2011년 한소제약에 입사했다. 현재는 해외 사업과 연구·개발 등을 맡고 있다. 쑨 전무의 모친인 중 회장이 설립한 한소제약은 장쑤성에 본사를 두고 있다. 당뇨병·종양 치료 의약품이 주력 제품이다.

퉁웨이그룹 창업자 류한위안의 딸 류슈치 퉁웨이그룹 대표도 상속금액이 74억달러다. 1989년생인 류 대표는 영국 런던 퀸매리 대학을 졸업한 뒤 퉁웨이그룹에 입사했다. 지난 3월에는 그룹 신에너지 사업부 대표에 올랐다. 퉁웨이그룹은 실리콘 태양전지와 어류·가축 사료를 만들고 있다.

이 외에 경영에 나선 2세로는 △중국 주요 스낵·음료 제조사인 달리푸드의 창업자 쉬시후이의 딸 쉬양양 부사장(1983년생·73억달러) △리튬 생산업체인 티엔치리튬의 창업자 장웨이핑 딸 장안치 부회장(1987년생·43억달러) △태양광 유리 전문기업인 평면유리그룹 창업자 루안홍량의 딸 루안쩌윈 회장(1987년생·37억달러) △중국 최대 택배업체인 YTO익스프레스 창업자 위후이지아오의 자녀 위시룬 상무(1996년생·33억달러) △태양광 부품 제조업체인 트리나솔라 창업자인 가오지판의 딸 가오하이춘 회장(1993년생·30억달러) △스포츠 의류업체인 엑스텝 창업자인 딩슈이포의 딸 딩지아민 대표(1997년생·12억달러) 등이 있다.

이들 2세들은 대부분 중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미국·영국 등 해외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20·30대 젊은 나이에 부모가 설립한 회사로 돌아와 사업 부문이나 계열사를 맡고 있다. 풍부한 해외 경험과 젊은 감각을 무기 삼아 해외 및 신사업 진출과 젊은 고객층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오가오 칭화대 글로벌가족기업연구센터 소장은 “중국 재계에서 이러한 자녀 승계 계획은 갈수록 빨라지고 있다. 과거보다 5~10년씩 앞당겨지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보니 중국으로 돌아오는 자녀들이 많아지고, 가업 승계도 더 활발해질 것으로 하오가오 소장은 내다봤다.

블룸버그는 이들 11개 기업의 사례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40여년 전 중국이 민간 기업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부터 이러한 가업승계가 일찌감치 진행됐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중국 주요 기업의 창업자들이 그동안 쌓은 자산 규모 1조달러(약 1300조원)를 웃돌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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