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어·수학, 변별력 높여…영어, 키워드로 지문 해석 안 통해

남지원 기자 2023. 11. 16.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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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표준점수 최고점 146~148점 예상 “최대 변수는 국어”
수학, 규칙성 추론 15번·그래프 개형 추론 22번 ‘최고난도’
영어, 지문 끝까지 읽어야 정답 도출…‘수시 변수’ 가능성
수능 끝…“홀가분해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서울 종로구 덕성여자고등학교에서 시험을 치른 고3 수험생들이 홀가분한 표정으로 교문을 나서다 취재진을 향해 뛰어오르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수빈 기자 subinhann@kyunghyang.com

16일 시행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의 가장 큰 과제는 ‘킬러 문항을 배제하면서 적정 난도를 확보하는 것’이었다.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올해 기존 수능 출제·검토위원단과 별개로 수능 출제 경험이 없는 교사 25명으로 ‘수능출제점검위원회’를 구성해 킬러 문항을 걸러냈다고 설명했다. 정문성 수능 출제위원장(경인교대 교수)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점검위원회에서 킬러 문항 요소가 있다는 의견이 오면 저희가 그걸 받아서 수정·보완했다”며 “점검위에서 ‘킬러 문항 없음’이라고 확인을 받은 다음에 출제를 마무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킬러 문항 배제로 변별력이 약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실제 수능은 쉽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어와 영어, 수학이 고루 난도가 높아 결과를 예측하기도 어렵다. 일부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킬러 문항을 없앤다더니 더 어려워졌다” 반응을 쏟아냈다.

■ 국어 표준점수 올라갈 듯

지난해 수능에서 표준점수 최고점 134점으로 평이했던 국어영역은 이번에는 올해 수능 결과를 좌우할 ‘키’가 될 가능성이 커졌다. EBS 현장교사단인 윤혜정 덕수고 교사는 “이번 수능 국어영역은 2023학년도 수능이나 올해 9월 모의평가보다 수험생들이 다소 어렵다고 체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9월 모의평가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은 142점으로 상당히 까다로운 편이었다.

학원가에서도 “EBS와 연계된 지문도 정답을 찾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시간도 9월 모의평가보다 부족했을 것”(종로학원), “문제 유형과 선택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 변별력을 갖춘 문항을 만들었고 매력적인 오답이 많았다”(메가스터디교육)는 평가를 내놨다.

변별력이 높은 문항으로는 데이터의 결측치와 이상치 처리 방법을 다룬 과학기술 지문이 출제된 10번 문항, 노자의 ‘도’에 대한 인문 지문이 나온 15번 문항 등이 꼽혔다.

EBSi, 대성학원, 이투스 등 입시업체들은 이번 수능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을 146~148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수능에서 국어와 수학의 표준점수 격차는 11점에 달했는데 올해 수능에서는 0~2점 수준으로 좁혀질 것으로 보인다. 수학을 잘 본 수험생이 압도적으로 유리했던 지난해 수능과 달리 국어를 잘 본 수험생도 표준점수에서 불리하지 않게 된 것이다.

■ 수학, 최상위권 변별력 확보했나

수학영역은 전반적으로 지난 9월 모의평가 수준을 유지했지만 단답형 문항이 까다롭게 출제돼 수험생들은 쉽지 않게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 EBS 현장교사단 소속 심주석 인천 하늘고 교사는 “이번 수능 수학영역은 올해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한 기조를 유지하면서 최상위권 변별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9월 모의평가에서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144점으로 2023학년도 수능(145점)과 큰 차이가 없었지만, 만점자는 934명에서 2520명으로 3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최상위권 변별력이 떨어진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번 수능에서는 수열의 귀납적 정의를 이해하고 조건을 만족하는 항을 나열해 규칙성을 추론해야 하는 공통 15번, 미분계수의 부호를 고려해 조건을 충족하는 그래프의 개형을 추론해야 하는 22번이 고난도 문항으로 꼽혔다. 특히 22번은 난도가 상당한 데다 주관식이기도 해 최상위권을 변별하는 핵심 문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심 교사는 “최상위권에서는 ‘어려워졌다’는 반응이 나오겠지만 그 외 학생들은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한 수준으로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학 선택과목 간 표준점수 격차는 여전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수능에서는 이과생들이 주로 선택하는 미적분과 기하에 응시한 수험생들의 표준점수 최고점이 문과생들이 주로 택하는 확률과통계보다 높은 경향이 있었다. 종로학원은 “미적분과 기하가 9월 모의평가보다 비교적 어렵게 출제됐고, 확률과통계는 비교적 쉽게 출제됐다”며 “하지만 선택과목 간 점수 차가 좁아질지는 의문이며 이과생이 문과생보다 표준점수를 높게 획득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 영어, 9월 모평 수준 어렵게 출제

영어영역은 올해 9월 모의평가 수준으로 상당히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분석됐다. 우리말로 번역해도 이해하기 힘든 추상적인 표현 등 그동안 킬러 문항으로 불렸던 문제는 나오지 않았지만, 지문을 끝까지 읽고 선택지를 분석해야 풀 수 있는 문제를 다수 출제해 변별력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현장교사단과 입시업계는 공통으로 ‘키워드를 중심으로 지문을 해석하거나 글 일부분만 읽고 문제를 푸는 기술이 통하지 않도록 출제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예를 들어 빈칸 추론 33번 문항은 지문 내 키워드를 다양한 표현으로 바꿔 선택지를 구성, 키워드에만 의존해 지문을 이해한 경우 오답을 고르기 쉬웠다. 김보라 삼각산교 교사는 “제대로 독해하지 않고 키워드만 보고 정답을 고르면 오인하기 쉬워 ‘잘 낸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영어영역은 절대평가로 실시돼 원점수가 90점 이상이면 1등급을 받는다. 지난 9월 모의평가에서 영어 1등급을 받은 수험생 비율은 4.37%로 전년도 수능(7.83%), 6월 모의평가(7.62%)에 비해 낮았다. 상당수 수험생이 절대평가인 영어영역을 수시모집 최저학력기준 충족을 위한 전략과목으로 삼고 있어서 올해 실제로 영어 난도가 높았던 것으로 확인되면 최저학력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수험생들이 늘어날 수도 있다.

남지원 기자 somni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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