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들 “준킬러 많았다” “체감상 더 어려워”
누리꾼들도 “어렵다” 반응
시험장 앞 지킨 학부모들
학생들 나오자 박수갈채
홍대입구·신촌 등 ‘북적’
“후련하기도 아쉽기도 해”
“국어가 생각보다 어려웠어요.” “킬러 문항은 없었지만 준킬러가 많았어요.”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실시된 16일 오후 4시30분. 부슬비가 내리는 가운데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앞에는 수험생의 지인과 가족 50여명이 우산을 들고 서 있었다. 수험생 임지민양(18)의 어머니 한지석씨(53)도 ‘수고했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교문 앞을 서성였다. 한씨는 “딸이 전날에 많이 떨길래 기운을 북돋워줬는데 밝은 표정으로 나왔으면 좋겠다”고 했다. 20여분이 지나 수험생들이 문밖으로 나오자 박수갈채가 쏟아졌다.
수험생들은 국어 과목의 난도가 높았다고 했다. 김현서양(18)은 “국어가 가장 어려웠다. 9월 모의평가 때도 킬러 문항이 없어서 그런지 난도는 그때와 비슷했던 것 같다”면서 “수시전형을 지원했는데 최저등급을 맞출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일단 오늘은 가족들과 고기를 먹으러 갈 예정”이라고 했다. 안영은양(18)은 “다른 영역은 괜찮았는데 국어가 어려웠다. 헷갈리는 선지가 많았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경복고에서 수능을 치른 정윤서군(18)은 “국어는 9월 모의평가보다 어려웠고, 영어는 쉬운 편이었다”면서 “일단은 쉬고 싶다는 생각밖에 안 든다”고 했다. 신원호군(18)은 “전반적으로 9월 모의평가랑 비슷했다. 킬러 문항은 없었고 대부분 ‘한번 풀어볼 만하다’ 싶은 정도의 난도였다”면서 “킬러 문항이 없어지면 EBS 연계가 중요해질 것 같다고 해서 열심히 공부했는데 도움이 좀 됐던 것 같다”고 했다.
킬러 문항이 사라진 대신 ‘준킬러 문항’이 늘어났다는 반응도 나왔다. 재수생 차수빈씨(19)는 “킬러 문항은 없었지만 전반적으로 준킬러 문항이 많았던 것 같다. 작년 수능보다도 좀 더 어려웠던 것 같다”고 했다. 김낙현씨(20)는 “준킬러 문항이 작년보다 더 많아진 것 같다. 중위권 학생들에게는 체감상 더 어려웠을 것 같다”고 했다.
마음을 졸이던 학부모들은 교문을 나오는 자녀를 보자 한달음에 달려가 안았다. 학부모 김경이씨(49)는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면 되지 않나 싶다. 오늘은 마음 편하게 가족들끼리 ‘치킨에 맥주나 한잔하려고 한다”고 했다. 오민아씨(48)는 딸을 기다리며 “ ‘수고 많았다’는 말을 가장 먼저 해주고 싶다. 수능 결과와 상관없이 원하는 진로를 찾아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깨봄상담소 상담사 유향숙씨(65)는 음료수와 호두과자를 포장해서 나오는 수험생들에게 나눠줬다. 유씨는 “평소 아이들을 상담하다 보니 이 친구들이 얼마나 힘든지를 이해하고 있다. 조금이라도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고 했다.
서울 홍대입구·신촌 일대는 수능을 마친 수험생들로 북적였다. 서울지하철 2호선 홍대입구역 인근 렌즈 상가에는 ‘수험표 지참 시 50% 할인을 해준다’는 포스터가 나붙었다. 시립마포청소년센터는 이날 거리에서 붕어빵 부스를 열고 수험표를 보여주는 수험생에게 무료로 붕어빵을 나눠줬다. 신촌의 한 꽃집에는 ‘수험생이 매장을 방문하면 꽃 한 송이를 무료로 드린다’는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홍대입구역에서 만난 노모양(18)은 “수능 끝나자마자 수험표 할인을 받는 게 꿈이었다. 수능이 끝나니 후련한 기분도 들고 아쉬운 느낌이 교차한다”며 “오늘 저녁은 쇼핑하면서 보낼 예정”이라고 했다. 김모양(18)은 “수능 끝나면 받으려고 퍼스널컬러 진단도 예약해놨다. 대학 생활을 즐길 생각에 설레기도 한다”면서 “주위에서는 CC(캠퍼스 커플)를 하지 말라고도 하던데 나는 한번 해보고 싶다”고 했다.
수험생 커뮤니티에서는 “생각했던 것보다 어려웠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한 누리꾼은 “문학 풀다가 때려치우고 나가고 싶었다. 국어는 9월 모의평가보다 훨씬 어려웠는데 1등급 컷이 87점 이상 나올 수 있을까 싶다”고 했다. 다른 누리꾼은 “삼수생인데 올해가 가장 어려웠던 것 같다”고 했다.
김세훈·박채연·배시은·정효진 기자 ksh3712@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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