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하메네이 “전쟁 참전 않겠다”… 하마스 세력 약화 불가피
이란이 참전하지 않으면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중동 전체의 전쟁으로 확산될 위험이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근거지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의 지상군 투입으로 상당한 타격을 입은 하마스가 급격히 약화될 가능성 또한 크다. 이란이 중동 내 반(反)이스라엘, 반미 세력 최전선에 있는 하마스의 세력 약화를 감수하더라도 미국과의 직접 대결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선택을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하메네이, 하마스에 “통보 없이 전쟁” 추궁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하메네이는 최근 이란 수도 테헤란을 찾아 하니예를 만난 자리에서 지난달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전쟁을 일으킬 당시 이란에 전혀 사전 통보를 해 주지 않았다는 점을 추궁했다. 이란이 참전할 의사가 없다는 점도 분명히 했다.
로이터통신은 하메네이가 이란은 물론이고 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하마스를 도와 전면적으로 참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하마스 내부에서 나오지 않도록 하니예를 압박했다고 보도했다. 헤즈볼라 또한 전쟁 발발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헤즈볼라 지휘관은 텔레그래프에 “자다가 일어났더니 전쟁이 벌어져 있었다”며 하마스 측이 자신들에게도 사전 통보를 해주지 않았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하메네이는 어떤 식으로든 하마스를 계속 돕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헤즈볼라 등을 통해 중동 내 미국 및 이스라엘 관련 주요 시설을 로켓, 무인기(드론) 등으로 공격하는 것 또한 포함된다.
미 뉴욕타임스(NYT)는 최근 이란 정부 관계자 3명을 인용해 “이란은 정부·종교지도자들에게 위험을 수반하는 지역 전쟁을 원치 않는다”고 보도했다. 이란 정부에 정통한 나세르 이마니 분석가도 “이란의 정책과 전략을 따르고 이란을 대신해 행동하는 ‘저항의 축’이 있기 때문에 이란이 직접 전쟁에 개입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란 지도자들은 이스라엘의 공격을 받는 하마스를 보고도 무대응을 하면 당장 국민들이나 아랍 우군들로부터 신뢰를 잃을 위험 때문에 계속 무언가를 할 듯한 제스처를 취해야 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NYT는 분석했다. 미국도 이런 이란의 딜레마를 알기에 ‘이란과의 전쟁을 원치 않는다’는 신호를 줄곧 보냈다는 것이다.
● 이스라엘 “병원서 하마스 지휘소 찾아”
15일 오전 2시경 가자지구 내 최대 의료기관인 알시파 병원을 급습한 이스라엘군은 성명을 통해 “병원 부지 내 한 건물에서 하마스의 작전 지휘소로 쓰인 방을 찾아냈다”고 밝혔다.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센터에서도 작전 정보가 담긴 컴퓨터와, AK 소총, 탄약, 수류탄 등이 발견됐다며 관련 영상 또한 공개했다.
이는 아랍권 등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이 민간 의료시설까지 공격해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자가 급증했다”고 줄곧 비판한 것에 대한 대응 차원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미 대통령 또한 “병원에 하마스 시설이 있다”고 확언했지만 하마스는 ‘거짓 선동’이라며 부인했다.
이스라엘군이 공개한 관련 영상에 대한 논란은 여전하다. ‘무삭제, 무편집’이라는 당초 주장과 달리 일부 화면을 모자이크 처리한 뒤 재공개한 탓이다.
양측의 공방 속에서도 하마스가 붙잡은 이스라엘 민간인 인질을 석방하고, 일시 휴전을 맺기 위한 협상은 속도를 내고 있다. NYT 등은 양측이 3일간의 교전 중지를 조건으로 하마스가 인질 50명을 풀어주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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