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 보좌관 “지휘 책임자는 징계로 검토해달라”

유새슬 기자 2023. 11. 16.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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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 수사 외압 의혹’ 국방장관 보좌관, 이달 초 소장 진급
이 장관 의중 전달 가능성 제기에
국방부 “개인적 궁금증 얘기한 것”

해병대 수사단의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조사와 관련해 국방부 장관의 군사보좌관이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 의뢰, 지휘 책임 관련 인원은 징계로 하는 것도 검토해달라”고 해병대사령관에게 요청한 것으로 16일 확인됐다. 사건이 발생한 해병대 부대의 경북 예천 실종자 수색 작전 지휘·책임 라인에 있는 1사단장은 수사 의뢰 대상에 넣지 말라는 취지로 읽힌다. 장관을 보좌하는 참모의 발언인 만큼 해병대 수사단에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개입한 정황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날 경향신문 취재 결과 해병대 전 수사단장 박정훈 대령의 항명 의혹 사건을 수사 중인 국방부 검찰단은 김계환 해병대사령관과 박진희 전 국방부 장관 군사보좌관(당시 육군 준장)의 텔레그램 대화 내역을 확보해 중앙군사법원에 증거로 제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군사보좌관은 지난 8월1일 오후 김 사령관에게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 의뢰, 지휘 책임 관련 인원은 징계로 하는 것도 검토해달라”고 했다. 이에 김 사령관은 “지금 단계에서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라며 “경찰 조사 이후”의 문제라고 밝혔고 군사보좌관은 “넵”이라고 답한다. 사건 관련 최고 지휘계통은 임성근 당시 제1사단장이다.

국방부는 군사보좌관의 발언이 수사 의뢰 대상자를 축소하라는 뜻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전하규 국방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혐의가 있는 사람은 수사를 받게 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필요한 지휘 책임을 물을 수 있다는 내용은 지금까지 저희가 견지해온 입장과 같은 맥락”이라며 “해석할 사안이 아니다. 그 문장 그대로를 보셔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방부 주장대로 지위고하에 상관없이 혐의가 확실한 사람만 수사 대상에 올리라는 원론적인 취지의 발언이었다면 김 사령관이 그 요청을 거절하고 군사보좌관이 다시 수긍하는 대화 맥락이 설명되지 않는다.

해병대 수사 외압 정황…이종섭과 해외 출장 중에 “확실한 혐의자는 수사 의뢰” 사령관에 문자

특히 “지휘 책임 관련 인원”을 “확실한 혐의자”와 구분해 발언했다는 점에서 수사 의뢰 대상에서 1사단장 등 상급자를 제외하라는 취지로 읽힐 개연성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군사보좌관은 “수사 의뢰” 관련 메시지를 보내기 전에는 김 사령관에게 “수사단장(박정훈 대령)은 법무관리관 개입을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같은 날 약 2시간 전 진행된 박 대령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의 통화에서 갈등을 빚자 군사보좌관이 김 사령관에게 연락을 취한 흐름으로 읽힌다.

박 대령은 법무관리관이 통화하면서 혐의자의 범위를 ‘직접적인 과실이 있는 사람’, 즉 대대장 이하로 한정하라고 말했다며 이를 외압으로 느꼈다고 주장한다. 국방부와 법무관리관은 혐의자 범위 축소에 대한 언급은 전혀 한 적이 없다고 맞서고 있다.

이종섭 당시 장관 역시 해외 출장을 다녀올 때까지 경찰 이첩을 보류하라고 해병대에 지시했을 뿐 그사이 일어난 국방부와 박 대령의 갈등 상황에는 개입하지 않았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이번 텔레그램 기록으로 볼 때 이 장관이 군사보좌관을 통해 사건 개입을 시도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군사보좌관은 장관을 가장 가까이서 보좌하는 참모로 장관과 각 군 사이 연락을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군사보좌관은 메시지를 보낸 8월1일 이 장관과 함께 해외 출장(7월31일~8월3일)을 떠난 상태였다.

박진희 당시 군사보좌관은 이날 “개인적으로 궁금한 것을 사령관님에게 이야기한 것이고 장관님께서 말씀하신 건 전혀 없다”면서 “장관님 지침이었다면 사령관께서 ‘어렵다’고 답장을 주고 제가 ‘넵’이라고 바로 답장을 보냈겠나”라고 밝혔다. 김계환 사령관은 연락에 응답하지 않았다.

국방부가 해병대에 ‘혐의’ 관련 언급을 한 사례는 언론에 공개된 것만 이번이 세 번째다. 앞서 법무관리관은 박 대령에게 ‘이첩 자료에서 혐의 사실을 적시하지 않는 방법도 있다’고 설명했고, 신범철 당시 국방부 차관은 해병대사령관에게 ‘혐의 사실을 적시하는 것은 법적 다툼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를 박 대령은 혐의자 목록에서 사단장 등 지휘계통을 빼라는 압력으로 느꼈다는 입장이다. 국방부 조사본부는 지난 8월 경찰에 사건을 이첩하면서 대대장 2명의 혐의 사실은 적시하고 사단장 등 4명의 혐의는 적지 않았다.

박 군사보좌관은 이달 초 이뤄진 장성급 인사에서 소장으로 진급해 육군 56사단장으로 발령받았다. 임성근 전 1사단장은 서울 소재 한 대학에서 정책 연수를 받는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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