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만에 찾은 자신감과 기대감… 이건욱은 이 기분을 놓치고 싶지 않다
[스포티비뉴스=가고시마(일본), 김태우 기자] 일본 가고시마 사쓰마센다이는 오랜 기간 SSG가 마무리 캠프지로 찾은 곳이다. 매년 선수마다 다음 시즌에 대한 희망의 노래가 울려 퍼진 곳이기도 하다. 이건욱(28‧SSG)도 그중 하나였다. 모든 감독들이 가장 큰 기대를 걸고, 모든 감독들이 욕심을 낸 투수였다.
구위 하나는 팀 내 최고 중 하나라는 평가가 항상 있었다. 감독이 바뀌어도, 투수 코치가 바뀌어도 그 평가는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기대감은 해가 넘어가 매번 실망감으로 바뀌곤 했다. 무엇보다 너무 자주 아팠다. 그렇게 선수의 자신감과 자존심도 떨어지기 시작하면서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졌다. 좀처럼 그 고리를 벗어나지 못했다. ‘팀 내 최고 선발 유망주’라는 타이틀은, 올 시즌을 앞두고 불펜으로 전향이 확정되면서 없던 일이 됐다.
그런 측면에서 2023년은 느낌이 조금 달랐다. 몸부터 제대로 만들었고, 아프지 않았다. 그러자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건욱은 올해 시즌 27경기에 나가 38⅔이닝을 던지면서 1승 평균자책점 2.09, 피안타율 0.228이라는 꽤 성공적인 성적과 함께 시즌을 마쳤다. 불펜 필승조로서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던 시즌이었다. 이번에는 오름세 속에 가고시마를 다시 찾았다. 그래서 그럴까. 아파서 찡그려졌던 표정은 사라졌다.
벼랑 끝에서 살아 돌아온 이 전직 최고 유망주는 모든 이들에게 감사한 시즌이었다고 돌아봤다. 이건욱은 “돌아보니 참 많은 사람들이 나를 많이 도와주고 알려줬던 시기였다. 그런 것을 잘 받아들였던 게 좋은 성적의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나 혼자만 잘해서 그런 게 아니었다. 많은 사람들이 도와줘서 그렇게 됐다고 생각하니 더 감사한 시즌”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그것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내년에 더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강조했다.
자신감이 많이 생겼다고 했다. 이건욱은 “그 전에는 마운드에 올라가면 나와의 싸움을 했던 느낌을 많이 받았다. 올해는 하나하나 잘 풀리다보니 자신감이 생기고, 그것이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는 계기로 이어졌다”고 했다. 나이가 있어 마무리 캠프에는 참가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오히려 이곳에 온 것이 더 즐거운 이유다. 이건욱은 “딱 필요한 것만 중점적으로 하는 편이라 체력은 괜찮다”고 웃어보였다.
아직 미완이기는 하지만, 발판은 만들었다. 이건욱도 이 흐름과 기분을 놓치고 싶지 않다. 내년에는 필승조 한 자리를 기대받고 있고, 또 이건욱도 그것을 목표로 한다. 올해 이기고 있을 때, 주자가 있을 때 다소 부진했던 원인을 생각하고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불펜 전향 첫 해라 겪었던 시행착오도 곰곰이 생각 중이다.
이건욱은 “중간 투수를 올해 처음으로 하는 것인데 그 상황을 잘 몰랐다. 몸이 조금 늦게 풀리는 스타일이다. 선발로 던지면 1회보다는 2회에 항상 공이 좋았다. 하지만 중간은 시작부터 강한 공을 던져야 한다. 올해 처음부터 세게 던지는 연습을 많이 했고, 내년에는 이를 기반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려야 한다”면서 “점수 차이가 났을 때와 그렇지 않을 때 똑같아야 하는데 생각이 조금 바뀌었던 것 같다. 일단 몇 번 해봤으니 내년에는 똑같이 올라갈 생각을 하겠다”고 차분하게 보완점을 짚었다.
진작 이렇게 할 수 있었다는 후회는 없을까. 이건욱은 이 질문에 “매년 준비는 잘 했다고 하지만 그래도 항상 어딘가가 아팠다. 그래서 항상 그 아픔을 이겨내면서 해야 한다는 생각만 했었다”고 담담하게 돌아보면서 “올 시즌은 도와주신 분들이 많이 있었다. 코치님들도 내가 부족한 부분쪽으로 트레이닝을 많이 시켜주셨다. 몸에 대한 밸런스도 잘 잡혔다. 올해도 똑같이 잘 준비하겠다”고 했다. 화려했던 과거, 아팠던 과거 모두 돌아보지 않는다. 애써 잡은 그 물줄기를 끝까지 놓지 않겠다는 각오다.
기대감 속에 2024년을 맞이한다고도 했다. 올해 이건욱은 체계적인 트레이닝과 바이오메커닉스라는 기술의 도움 속에 구속이 꽤 많이 올랐다. 시속 140㎞대 초‧중반의 구속이 140㎞대 중‧후반으로 올라오며 경쟁력이 생겼고, 이것이 좋은 성적과 기분으로 이어지며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는 데 결정적인 원동력을 제공했다. 이건욱은 이것이 끝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또 기대한다. 내년에는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다고 했다. 사람 좋은 미소 속에는 자신감이 숨겨져 있었다.
이건욱은 “나도 그런 기대가 있다. 시즌 중에도 ‘더 강한 공을 던질 수 있겠는데?’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면서 “근육량을 많이 늘리는 방식은 나한테 잘 맞지 않더라. 오히려 순발력이나 이런 것이 많이 떨어진다. 순발력을 강화하면서 감각적인 것이나 밸런스 쪽으로 많이 준비를 하면 올해보다 더 잘할 것 같은 느낌이 있다”고 기대했다. 자동 볼 판정 시스템은 대체적으로 스트라이크존 상단에 더 후하다는 평가가 있어 좋은 수직무브먼트를 바탕으로 높은 쪽에 공을 던질 수 있는 이건욱의 가치가 더 빛을 발할 수 있다. 10년 만에 찾은 자신감과 기대감 속에 이건욱이 드디어 앞을 보고 똑바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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