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 교도소 과밀, 가렴주구가 따로 없다
한국 감옥이 몸살을 앓고 있다. 재소자가 갑자기 많이 늘었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던 즈음에 4만8000명이던 재소자가 6만명을 넘어섰다. 1년5개월 만에 25%가 늘었다. 단기간에 이렇게 오른 것은 1년 새 25%가 늘어난 장바구니 물가 말고는 없었다.
국가가 교정기관을 운영하는 까닭은 범죄자에게 죗값을 묻기 위해서지만, 단순한 응보에서 멈춰선 안 된다. 교도소(矯導所)란 이름에서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또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제1조가 규정하는 것처럼 교정기관은 “수형자의 교정교화와 건전한 사회복귀를 도모하는” 곳이다. 지금은 범죄자 신분이지만, 형을 다 살면 사회로 돌아올 사람들이니 다시는 죄짓지 않도록 도와야 한다는 거다. 교정교화에 애쓰지 않으면, 구금으로 인해 가정이 파괴되고, 생계를 박탈당하고 범죄에 오염되는 폐해만 도드라지게 된다.
교정시설에 수용자가 늘어나면 교정교화는 고사하고 기본적인 수용자 관리조차 어렵게 된다. 여럿이 좁은 공간에서 살다 보면 생기는 일반적인 문제들을 생각하면 된다. 감옥에 갇히는 사람이 부쩍 늘어날 까닭은 딱 하나, 감옥에 보내야 할 범죄가 늘어나는 것 말고는 없을 거다. 그래서 범죄 통계들을 찾아봤다.
한국이 세계적으로 가장 안정된 치안을 자랑한다는 건, 괜한 소리가 아니었다. 살인, 방화, 강도, 폭력 등 중요범죄가 모두 줄었다. 꾸준히 그리고 현저히 줄었다. 가장 흉악한 살인만 해도 그렇다. 2021년 한 해 동안 692건이 발생했다는데, 이는 10년 전인 2011년에 발생한 살인 범죄 1221건에 비해 43%나 줄어든 것이다. 한 해 동안 692건의 살인 범죄가 있었다지만, 이는 ‘진짜 살인’(기수)만이 아니라 미수, 음모 등을 모두 포함한 통계다. 미수 등을 뺀 ‘진짜 살인’은 275건 발생했다. 그나마 자살방조나 자살교사까지 포함한 건수다. 걱정할 만한 범죄는 꽤 줄었는데 교도소 수용자는 급격히 늘었다. 희한한 일이다. 왜일까.
이를테면 벌금을 못 내 감옥에 갇히는 사람들의 숫자가 크게 늘었다. 2021년 2만1000명, 지난해 2만5000명이었는데, 올해는 9월까지 3만7000명을 넘어섰다. 이대로라면 올 한 해 동안 벌금 때문에 감옥에 갇히는 사람은 모두 5만명을 넘길 거다. 죄질이 나쁘거나 위험해서가 아니라, 오로지 돈이 없어 감옥에 갇히는 사람들이 2배가 늘게 된 거다. 돈이 없는 것만도 서러운데, 돈이 없다는 이유만으로 감옥에 가두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 이쯤 되면, 부자 감세로 인해 부족해진 세수를 벌금 등 세외수익으로 메우려 한다고 의심할 만하다.
사기죄로 갇히는 사람도 많이 늘었다. 남을 등쳐 먹는 ‘진짜 사기’보다는 빌린 돈을 갚지 못한 채무불이행이나 할부금을 제때 못 내는 일이 대부분이다. 먹고살기 힘들면, 감옥에 가는 사람도 늘어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
누군가 살기 힘들어서 벌금을 못 내거나 빚을 갚지 못한다면, 그걸 ‘범죄자’의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 1997년 금융위기 때도 교도소 수용자가 급증했다. 먹고살기 어려워진 탓이었다. 하지만 다음해 집권한 김대중 정부는 교도소 수용자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동시에 진행했다. 지금은 김대중 정부 때와 같은 정부 차원의 노력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먹고살기 힘들 때, 정부가 시민을 상대로 닦달하면 교도소에 갇히는 사람들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러니 교도소 수용자 급증 사태는 정부의 책임이다. 게다가 현직 대통령은 검사 출신이다. 다른 국정과제들이야 서투르고 우왕좌왕 갈피를 잡지 못하지만, 그래도 형사정책만은 번듯하게 추진했어야 했다. 하는 일이 수사와 기소였는데,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잡아가두기만 하면 교정시설이 미어터지게 된다는 것을 몰랐을까.
하긴 매사에 이런 식이었다. 압수수색 영장 청구 건수만 해도 그렇다. 2022년 한 해 동안 39만여건을 청구했는데, 이게 전부 강제수사가 필요한 중요사건이었는지는 의문이다. 뭐든지 과하면 문제지만, 형사사법은 더욱 그렇다. 별것 아닌 것들을 엮어서 감옥에 보내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것은 법이 기본적인 제 기능조차 못한다는 거다.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여전히 검사 시절의 정체성과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감옥을 이렇게까지 방치하는 것은 직무유기다.
호환으로 시부, 남편과 아들까지 잃었지만 과한 세금이나 무리한 부역을 강요하지 않아 그 흉한 동네를 떠나지 않는다는 여인의 이야기처럼, 가혹하게 구는 국가는 호랑이보다 더 무섭다. 가히 살벌한 시절이다.
오창익 인권연대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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