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작은 소리에도 벌떡…'불씨' 안고 사는 사람들

함민정 기자 2023. 11. 16.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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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서울 곳곳에 남아있는 판자촌 마을 주민들은 겨울이 가장 겁나고 작은 소리에도 불안해지는 시기라고 합니다. 비닐과 합판처럼 불에 타기 쉬운 것들뿐이라 매년 화재 사고가 잇따르기 때문입니다.

밀착카메라 함민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시뻘건 불길이 치솟습니다.

비닐하우스 하나가 사라졌습니다.

여기서 살던 80대 남성 1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불이 났던 비닐하우스입니다. 지금은 원래 형태를 찾아보기 어려운데요. 뒤를 보시면 나무 기둥이 새카맣게 타서 뼈대만 남았습니다. 지붕을 덮어뒀던 천과 비닐이 불에 녹아내렸습니다. 이쪽을 보시면 타다 남은 베개 그리고 옷가지들 또 장판과 깨진 유리창이 뒤엉켜 있습니다.

1980년대 재개발 붐이 일면서 갈 곳 잃은 사람들이 모여 마을을 이룬 곳 입니다.

원래 있던 비닐하우스에 합판과 스티로폼으로 겨우 집 모양만 갖췄습니다.

하지만 모두 불에 잘 타는 것들 입니다.

좁은 골목에 다닥다닥 붙어 있으니 한 번 불이 나면 피해가 큽니다.

[주민 : 트라우마가 생겼어요. 잠 못 자요. 신경 안정제를 지금도 먹어요. 조금만 소리 나면 벌떡 일어나서 나가서…]

수십년 동안 화재가 이어졌지만 주변 환경은 여전히 열악합니다.

마을에 설치된 소방장비 보관함입니다. 불이 났을 때는 주민들이 언제든 사용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요. 하지만 정작 화재 당시는 사용하지 못했다고 합니다. 안을 보니 호스는 이렇게 있지만 주변에 물이 나오는 시설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주민 : 빛 좋은 개살구지 뭐해. 물도 안 나오는 거 있으면 뭐할 것이냐고.]

전문가와 마을을 돌아봤습니다.

[이영주/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 : 전신주 같은 경우에 상당히 노후화돼 있고, 가스통에 화염이 노출되거나 할 때 폭발의 위험성이라든지…]

대피도도 도움이 안됩니다.

[이영주/경일대 소방방재학부 교수 : 대피도를 보면 "이 큰 길을 따라서 쭉 대피하면 되겠구나"라고 해서 대피하면 오히려 불난 쪽에 가까워질 수도…]

비닐 천막에 폐타이어를 올린 지붕이 보입니다.

낡은 전신주도 어지럽게 엉켜있습니다.

1980년대 강남 개발 과정에서 쫓겨난 이들이 모여 생긴 또 다른 판자촌, 나루마을입니다.

40년 동안 불도 여러번 났습니다.

하지만 갈 곳이 없어 계속 이곳에서 살 수밖에 없습니다.

[김영란/주민 : (집이) 홀딱 다 탔었는데. 내가 벌지도 못하고 앉았으니. 임대를 해준다 해도 돈이 들어야 하잖아. 돈 때문에도 어디 나갈 수도 없고…]

무허가 건물이어서 지자체도 대책마련에 소극적입니다.

[최은영/한국도시연구소장 :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경제적인 이유 때문이죠. 생명권을 지킨다는 점에서 최소한의 안전은 확보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하면 좋을 것 같아요.]

주민들은 불이 날지 모른단 불안 때문에 오늘도 밤잠을 설칩니다. 위험 요소들이 있다면, 미리 손을 써야 하지 않을까요. 화재가 난 다음엔 돌이킬 수가 없습니다.

[작가 강은혜 / 취재지원 박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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