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하의 '그런데'] 겉 다르고 속 다른 예산 정쟁
'배고픈 사람에게 고기를 주지 말고 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라'는 건 상식 중의 상식입니다.
당장은 힘들고 피곤할지라도 멀리 내다보면 먼 미래까지 책임을 지는 거니까요.
하지만 정반대로 가는 세상도 있습니다.
예산당국이 연구비를 횡령하고 연구와 상관없이 나눠 갖는 행태가 대거 드러나자, 내년 R&D 예산을 올해보다 16.7% 줄여버렸죠.
당연히 애꿎은 피해를 보게 된 젊은 과학자들은 반발했습니다. 연구비 삭감은 연구를 중단하라는 거나 마찬가지라면서요.
그러자 이번엔 야당이 'R&D 예산 복원'으로 치고 들어옵니다.
여기까진 좋습니다. 연구비를 횡령하고 허투로 쓴 것은 잘못이지만, 그래서 엉뚱한 이들이 피해를 보게 되면 안 되니까요.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R&D 예산 삭감을 비판을 받자, 글로벌 선도 연구센터 등 국내가 아닌 국외쪽으로 예산을 늘렸는데, 산학기관들은 국내 R&D 예산이 더 중요하다고 주장, 더불어민주당이 이쪽 편을 든 겁니다.
정부가 늘린 글로벌 쪽 비용 1조1,600억 원가량을 삭감하고, 연구원 운영비 지원·4대 과기원 학생 인건비 등은 2조 원이나 증액했죠.
결국 R&D 예산을 되돌리자면서 엉뚱한 걸 더 깎고, 엉뚱한 데 예산을 더 몰아준 게 돼 버렸죠.
우리가 반도체와 전기차, 2차 전지 등에서 세계 선두가 될 수 있었던 건 연구개발 덕분입니다.
넉넉치 않은 살림에도 꾸준히 R&D 예산을 늘렸고 투자규모도 2019년에는 20조 원, 올해는 30조 원을 넘어 미국이나 중국, 일본 등에 이어 5위에 오를 정도였는데
해마다 늘려오던 R&D 예산을 33년 만에 줄인 것으로 모자라 그 안에서 인건비 쪽만 더 늘리다니요. 그럼 순수한 개발비는 더 줄어드는 거 아닙니까.
R&D 생태계는 한번 무너지면 회복이 쉽지 않고 IT와 반도체 등 분야는 경쟁에서 뒤처질 경우 따라잡는 게 사실상 어렵습니다.
배고프다니까 당장 고기 몇 점 더 주고 정작 고기 잡는 법을 연구할 돈은 깎겠다고요?
세계는 첨단 미래 기술 개발에 국력을 총집결시키며 사활을 걸고 있는데, 우린 여야가 R&D 예산까지 정쟁판으로 끌어들이고 있으니…
혹여라도 내년 총선을 떠올리며 주판알을 굴리는 거라면 당장 멈춰야합니다.
미래 먹거리가 어떻게 되든 말든 얄팍한 표 계산만 하는 그 두뇌 회전에 국민은 이제 넌덜머리가 나거든요.
김주하의 그런데, 오늘은 '겉 다르고 속 다른 예산 정쟁'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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