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톡톡] 박물관 속 미술관…‘파란, 일으키다’
[KBS 부산] 얼핏 보면 추상화 같은 김종학의 '바다'가 관람객을 맞습니다.
짙푸른 밤바다 칠흑 수평선 위에 환한 점으로 단정히 새겨진 집어등은 어민의 삶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강요배의 제주 바다는 오래된 생채기처럼 거칠고 어둡습니다.
제주 사람의 강인한 삶과 한의 역사를 담은 바다이기에 아름답게만 그리지 못했습니다.
깊고 어두운 블루에 잠긴 유혜숙의 바다는 전시장 조명으로 심연의 절망을 더 짙게 드러냅니다.
이 전시가 열리는 곳은 미술관이 아닌 박물관.
국립해양박물관이 최초로 시도하는 현대 미술기획전입니다.
[김태만/국립해양박물관장 : "저희들 박물관에서 특히 바다가 미술로 구현된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에 대해서 한번 구상을 해봤고요. 이걸 전시로 연결시킬 수가 없을까 고심을 해봤습니다. 그래서 바다를 구현한 그런 그림들을 저희들이 이제 리스트를 뽑아서…."]
이번 전시는 '파란, 일으키다'라는 제목처럼 박물관과 미술관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시도입니다.
이 '파란'에는 방정아, 공성훈 등 작가 10명이 동참했습니다.
'바다를 담다', '바다와 살다', '바다를 알다' 세 부분으로 나눠 회화와 설치, 미디어 등 작품 25점을 선보입니다.
부산을 배경으로 작품활동을 해 온 방정아 작가 작품에는 늘 부산 바다와 부산사람들이 등장합니다.
색바랜 사진 속에 등장할 듯한 사람들 면면에는 부산스러움이 묻어납니다.
[장지영/'파란, 일으키다' 전시기획자 : "어떻게 우리는 인류와 바다가 상생하고 공존해 왔는지에 대해서 전달을 하고 나아가 바다에 대한 이해와 관심을 촉진시키고 해양 생태계의 지속 가능성과 공존에 대해서 고민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 위해서 기획하였습니다."]
땅과 바다의 경계에서 한 평 나무집을 지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장면을 영상으로 기록한 '한 평조차'.
미얀마 소수민족 로힝야 난민의 고통과 불안한 삶을 안산 갯벌에서 실제 체험을 통해 담아냈습니다.
바닥에 펼쳐지는 심해 풍경에는 기계 생물이 돌아다닙니다.
컴퓨터 부품을 본떠 만든 이 기계 생물들을 지나면 바다의 경고를 맞닥뜨립니다.
하얀색과 파란색이 대비를 이루며 장식 벽지 같은 효과를 내지만 오염된 바다에서 발견한 모습입니다.
원자력 발전소에 있던 물탱크 속을 들여다 보면 다양한 오브제들과 시간과 함께 실제 오염돼 가는 물 색깔을 통해 경각심을 일으킵니다.
'박물관 속 미술관'이라는 색다른 시도를 펼친 국립해양박물관이 파란을 일으키며 관객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고 있습니다.
문화톡톡 최재훈입니다.
촬영기자:김기태
최재훈 기자 (jhhs@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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